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게임의 재미와 비슷합니다. 현실 세계는 온갖 비리와 차별과 편법이 일상인데 반해 게임과 스포츠는 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특히 게임의 캐시템이라는 우회로가 있는데 반해 스포츠는 공명정대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작과 편법이 없이 실력으로 겨루는 스포츠에 푹 빠지게 됩니다.
스포츠가 만드는 서사는 영화와 소설이 만드는 서사보다 깊고 진합니다. 그래서 제가 봄만 되면 설렙니다. 프로야구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매일 밤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서 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매일 저녁 스마트폰으로 보는 프로야구는 3시간짜리 극장이었습니다.
프로야구에 다시 빠지게 된 계기가 된 DMB와 포털의 프로야구 무료 중계
1982년 이종도의 만루 홈런 부터 시작해서 프로야구를 꾸준히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TV 중계를 모든 경기장에서 하는 것이 아닌 가끔 공중파에서 해주었고 주로 라디오 중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라디오로 듣던 MBC 청룡의 경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그러다 1990년대 이후로는 안 봤습니다. TV 중계로 볼 수 있는 곳은 케이블이나 IPTV를 가입해야 볼 수 있었습니다만 전 IPTV도 케이블 TV도 가입 안 해서 안 봤죠.
있으면 보는 것이고 없으면 안 봐도 되는 존재였으니까요. 마침 LG트윈스라는 응원팀의 성적도 크게 좋지 못해서 더더욱 안 봤죠. 그러다 다시 프로야구 중계를 보기 시작한 게 2012년 전후로 기억됩니다. 지금은 서비스하는지도 모를 DMB 여러 채널을 통해서 프로야구 전 경기를 중계하면서 매일 같이 봤습니다.
여기에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네이버, 다음에서도 TV 무료 중계를 매일 밤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다시 프로야구를 매일 같이 보는 중독자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프로야구 인기에 큰 도움이 된 것이 포털의 야구 무료 중계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OTT 서비스의 스포츠 유료 중계 보편적 시청권은 어디갔지?
어제 아시안컵 축구 경기를 보려고 찾아보니 포털에서 중계를 안 하네요. 뭐 익숙한 풍경이라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포털 다음에서 한국 대 바레인 경기를 중계하는데 위와 같이 나오더라고요. 2024년 축구 중계의 한 단면같이 보여주네요. 네이버는 이것마저도 없더라고요.
보편적 시청권이라고 하죠.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스포츠 중계, 모두가 함께 보고 열광하는 그 스포츠 중계요. 만약 한일월드컵이 쿠팡이나 tvN에서만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전 국민의 축제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어제 아시안컵은 tvN 티빙과 쿠팡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전 둘 다 가입하고 있지 않고 축구 보려고 월정액을 내고 보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축구는 보고 싶었지만 볼 방법이 없어서 안 봤습니다.
2024년 프로야구 중계를 tvN에서 한다고? 무료가 아니면 볼 생각이 없다
축구야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도 아니고 참을 수 있지만 야구는 또 다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이니까요. 당연히 2024년도 네이버에서 볼 수 있겠구나 했는데 아닙니다. 모바일 중계권이 네이버, SKT, LG U+ 컨서시엄의 1년 300억이 아닌 무려 400억 이상을 써낸 CJ ENM이 따갔습니다. tvN 스포츠라는 OTT 서비스를 통해서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TV 중계권은 방송 3사가 가져가기에 보편적 시청권은 확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저같이 집에 TV가 없거나 있어도 모바일로 주로 보는 사람들은 이제 프로야구를 무료로 볼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KBO가 무엇보다 보편적 시청권을 요구하고 있기에 tvN은 SD 화질은 무료 HD는 유료로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만 화질을 어떻게 유료 무료로 나누느냐가 중요한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업습니다. 가능하면 720P 까지는 무료 1080P인 풀 HD는 유료로 했으면 좋겠지만 720P라고 해도 트래픽 유발이 꽤 되는데 해줄 것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화질로 보려면 보던가 아니면 돈 내고 고화질로 봐야 하는 시대가 될 듯합니다.
이렇게 부분 유료화가 가장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전 돈 내고 스포츠 중계를 볼 생각이 없습니다. 안 보면 안 보고 말죠. 제가 프로야구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내고 볼 정도로 열정가도 아니고 프로야구 말고도 보고 즐길 게 차고 넘칩니다. 시간이 없어서 문제지 쾌락 도구는 엄청나게 많으니까요.
앞으로 이렇게 스포츠 중계들이 점점 유료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스포츠 채널이 다양하고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하죠. 한국도 그런 흐름으로 가지 않을까 하네요. 이미 해외 EPL 축구 경기나 MLB 야구 중계가 유료화로 진행되고 있죠. 그리고 이제는 프로야구도 프로축구도 유료 중계 시대가 도래할 듯합니다. 이러면 스포츠 팬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