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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용과 주근깨 공주는 개연성 낮은 억지 스토리에 노래만 볼만한 애니

by 썬도그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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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애니를 대표하는 감독이라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해도 '신카이 마코토'와 '호소다 마모루'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요' 감독은 은퇴를 연장할 뿐이지 예전만큼의 영민함도 재미도 사라졌습니다. 두 감독은 스타일이 다르지만 최근 대규모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정교해진 작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장점을 키우고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는 감수성 넘치는 서사 위에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림을 펼쳐낸다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가족이나 우정 같은 우리 주변의 흔한 감정과 소재를 이용해서 진한 감동을 잘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이 애니는 안 봤습니다. 평이 안 좋아서 안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2021년 코로나 시기를 한창 지나던 시기라서 안 본 듯합니다. 

초반 압도하는 O.S.T에 이걸 왜 이제 봤지라는 후회가 밀려오다

용과 주근깨 공주

쿠팡플레이를 뒤적이다 우연히 보게 된 애니가 <용과 주근깨 공주>입니다. 초반에 나오는 노래에 압도 당합니다. 가상의 공간인 U안에서 고래를 타고 퍼레이드를 하는데 이 이 노래가 엄청납니다. 노래 자체도 좋지만 가수가 누구인지 바로 검색해 볼 정도로 엄청난 노래네요. 최근에 들어본 노래 중 가장 좋았던 노래입니다. 

 

그리고 역시 '호소다 마모루'감독이다 할 정도로 감탄사가 3분 내내 나왔습니다.  노래는 '나카무라 카호'로 일본의 뮤지션인데 음색이 아주 맑고 파워풀하네요. 그런데 주인공인 여고생 스즈의 목소리도 이 가수가 더빙을 했네요. 어쩐지 다른 캐릭터는 다 성우 톤인데 주인공만 너무 일반인 톤이라서 뭐야? 낙하산인가 했는데 노래를 넘어서 애니 첫 더빙을 했다네요.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렇다고 거슬리는 건 아닙니다. 듣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그러나 이 감동은 갈수록 잦아듭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노래에 받은 감동은 스토리가 다 갉아먹네요. 

 

메타버스와 미녀와 야수를 섞은 이상한 애니 <용과 주근깨 공주>

용과 주근깨 공주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U 라고 50억 명이 사용하는 가상공간이 있습니다. 이전 작품인 <썸머워즈>와 비슷한 소재죠. 흥미로운 건 2009년 작 <썸머워즈>에서 가상의 공간이 오즈(OZ)였습니다. 당시 U+ 이통사가 오즈라는 인터넷 관련 서비스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작에는 그냥 U네요. U+와 무슨 연관이 있나요?

 

영화 시작은 <썸머워즈>와 꽤 비슷합니다. 배경 설명을 하는데 자기 복제라는 느낌까지 드네요. 다른 점은 엄청난 노래를 타고 거대한 고래가 등장하는 장면이 압권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주인공은 여고생 스즈입니다. 어려서 강가에서 어린 남자아이를 구하다가 엄마가 죽습니다. 남의 자식을 구하고 자신의 자식에게 상처를 줬다는 비난 댓글처럼 스즈는 그때의 상처를 살고 있습니다. 

 

아빠와 이렇다할 대화도 하지 않고 스스로 왕따로 살고 있습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유일한 친구에게만 속내를 비춥니다. 주근깨 많은 스즈가 동경하는 친구는 루카입니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 높은 친구입니다. 루카가 같이 사진 찍자는 소리에도 숨을 정도로 스즈는 움츠러들어서 삽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목에서 노래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친구가 알려준 메타버스인 U에 접속하게 됩니다. 

 

가상 캐릭터는 U가 잘못 인식하는 바람에 루카의 외모를 선택합니다. 취소하고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알게 뭡니까? 가상의 세계에서는 루카로 살아도 좋죠. 그렇게 루카 외모에 주근깨가 가득한 주근깨 공주인 Belle(벨)이 탄생합니다. 벨은 스즈의 분신이죠. 

용과 주근깨 공주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면 이 이어폰이 신체반응을 하게 되고 가상의 세계와 밀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매끄럽지 못합니다. 차라리 요즘 발전한 퍼포먼스 캡처 도구를 사용해야 더 개연성이 높죠. 실제로 요즘 버튜버라고 내 행동을 그대로 캡처해서 버츄얼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기술이 많습니다. 아이폰 전면 카메라로도 가능한데요. 현실 고증이 너무 안 되어 있네요. 그럼에도 이해하고 볼만합니다. 

 

벨은 입장하자마자 그동안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마음껏 부릅니다. 노래 한  두곡 불렀다고 벨은 U에서 슈퍼스타가 됩니다. 참.. 전체적으로 과장과 억지가 꽤 많습니다. 그럼에도 초반은 다 감안하고 볼만합니다. 중간에 용의 출현 전까지는요. 

 

용과 주근깨 공주

용이라는 빌런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을 줘패고 다닙니다. 워낙 강력해서 저스티스라는 자경단이 모여서 잡아보려고 하지만 잡지 못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에 사람들은 용이 거주하는 성을 찾으려고 하지만 철저히 숨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벨이 찾습니다. 벨? 그 미녀와 야수의 벨? 생각해 보니 용이라는 캐릭터도 미녀와 야수의 캐릭터네요. 

용과 주근깨 공주

<용과 주근깨 공주>의 영문 제목은 BELLE입니다. 용의 등장은 이 이야기를 미녀와 야수의 아류로 만들어 버립니다. 내용도 비슷하고 재미는 더 없습니다. 벨은 용에게 다가가서 그의 고통을 다독여 줍니다. 아름다운 노래로 용의 고통을 치유해 주는데 사람들은 용을 잡아서 언베일이라고 하는 공개 처형을 하고 싶어 합니다. 메타버스에서 공개 처형이란 가면 뒤에 있는 실제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죠.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신상 공개를 통한 조리돌림을 비판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용이 실제로 누군지 색출 작업이 꽤 많은 비중으로 보여집니다. 그럼 이야기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신강 공개하고 조리돌림하는 걸 당연시하는 메타버스 세계(온라인 세계)를 정면 비판하냐 그런 것 같지만 그게 또 아닙니다. 주제가 아닌 그냥 주인공의 마음을 드러내는 도구로만 활용합니다. 

 

갈수록 개연성도 재미도 떨어지는 스토리

용과 주근깨 공주

강가에서 고백을 하려는 모습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자기 복제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고 보면 <썸머워즈>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섞어놓은 느낌도 들지만 주요 메시지는 가면 속의 세상인 메타버스 너머의 세상에서 온기를 느끼라는 다소 당혹스러운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용과 주근깨 공주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모르겠지만 벨은 용의 실제 모습을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용의 실제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서 보죠. 아이 이게 가능합니까? 가상의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을 넘어서 유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요. 이건 시스템의 중대한 결함인데요. 여기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그렇게 용은 언베일이 되고 접속을 끊어 버립니다. 

용과 주근깨 공주

여기에 스즈가 짝사랑하던 소꼽친구의 느닷없는 조언도 너무 튀고 그걸 또 벨이 따릅니다. 아~~ '호소다 마모루'에 대한 깊은 실망감에 초반 감동은 다 사라졌습니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스토리가 엉망진창이네요. 뭔 소리를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왜 미녀와 야수를 이용했는지도 이해가 안 갑니다. 

 

전 초반에 엄마가 구하다 죽은 아이와 연결되는 다소 뻔하지만 그럼에도 기본 감동을 주는 이야기로 흘러가나 했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네요. 그런데 또 노래가 나옵니다. 

 

7분짜리 아주 아주 긴 노래에 또 감동을 합니다. 감동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걸 목격하게 되면 느껴지는 황홀경입니다. 
<용과 주근깨 공주>의 실제 주인공은 스즈 목소리와 노래를 한  '나카무라 카호'입니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하면 출연진에 아예 나오지도 않은 이 처음 알게 된 일본 가수가 주제 같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정말 노래 잘하네요. 처음에 소개한 노래는 조회수가 5,600만 회가 넘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에는 가상 캐릭터 릴파가 리메이크해서 또 크게 히트를 하고 있습니다. 

 

뮤지컬을 만들어야지 오페라로 만든  <용과 주근깨 소녀>

용과 주근깨 공주

오페라는 가수라고 부르고 뮤지컬은 배우라고 합니다. 이 단어의 차이는 큽니다. 오페라는 노래가 주인공이고 그 노래를 이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뮤지컬은 연극이라는 이야기와 연기가 주인공이고 가끔 노래를 불러서 연극에 음악을 치장으로 사용합니다. 

 

영화는 오페라가 아닙니다. 노래만 나열하면 재미가 없죠. 영화는 연극의 무한 복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고 누가 뭐라고 하든 영화의 기본 뼈대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하게는 플롯이죠. 좋은 플롯은 개연성을 잔뜩 넣습니다. 물론 개연성이 없어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좋은 플롯이죠. 그러나 <용과 주근깨 공주>는 이게 약합니다. 후반에 너무 확확 튀는 이야기에 엥~~ 이게 맞나? 할 정도로 이상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더니 끝납니다. 

용과 주근깨 공주

남는 건 아름다운 배경입니다. 일본 시코쿠 남부에 있는 작은 현인 고치현을 그대로 애니로 옮겨왔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배경과 작화는 초기 '호소다 마모루'감독의 애니의 아쉬움이었던 작화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그런데 스토리는 퇴화했다고 할 정도로 이상한 스토리를 넣었네요. 그래서 관객도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나 보네요. 

용과 주근깨 공주

노래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정말 노래가 아깝다고 할 정도로 정말 정말 실망스러운 애니네요. <늑대 아이> 같은 이야기를 다시할 수 없을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네요. 스토리만 보강하면 '신카이 마코토'감독만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별점 : ★ ★
40자 평 : 썸머워즈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미녀와 야수 위에 맛없는 스토리 소스를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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