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은 보통 가회동 31번지 일대를 말하죠. 하지만 북촌은 남촌인 충무로 일대의 일본인들의 북쪽 진출을 막기 위해서 조선 건축왕 정세권이 지금의 주택처럼 다닥다닥 작은 한옥 지금 말로는 도시형 한옥을 가득 심어 놓은 곳을 말합니다. 팔판동, 삼청동, 가회동, 계동, 재동, 익선동, 원서동을 아우르는 동네를 말합니다.
최근에 읽은 책 <북촌, 북촌, 서촌>에서 이 북촌에 대한 장단점을 소개했습니다. 단점부터 말하면 약국, 슈퍼, 전통시장, 대형마트, 아이들 학원 등등 다른 동네에는 흔하게 있는 것들이 없습니다. 가장 불편한 건 주차죠. 주차장이 많지도 않고 공용 주차장은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차지하는 등등 전체적인 생활 편의는 떨어집니다. 그러나 골목이 많고 운치가 있고 풍광이 좋고 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공예박물관 각종 맛집과 종로의 많은 핫플레이스가 지근거리라는 점이 장점입니다.
북촌 골목길 고인물인 나만 알고 싶은 골목길
2006년 처음으로 삼청동과 원서동 일대를 다니면서 서울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할 정도로 한옥이 많고 골목길이 많은 이 북촌에 홀딱 반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17년 넘게 매달 1번 정도 이 동네를 습관적으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도 아닌데 자주 간다? 그만큼 이 북촌은 참 매력 넘치는 동네입니다. 지금은 관광지화 되어서 주민들과 갈등이 있지만 그럼에도 모든 곳이 관광객들이 많은 것은 아니라서 나만 아는 골목길과 공간을 주로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처음 알게 된 한옥 공간도 알게 되었고요. 안타깝게도 주민들이 떠난 한옥 건물을 서울시가 매입해서 갤러리나 공유 공간으로 개방하거나 민간 업체들이 제품 체험 공간이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더라고요.
원서동을 지나서 계동으로 향했습니다. 종로구는 1동, 2동 같이 갑작스럽게 사람이 불어서 생긴 동이 아니라 조선시대부터 있던 4대문 안에 있던 동이 많아서 동 이름이 다 달라요. 중앙고가 있는 계동 앞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앞으로 한 분이 지나가면서 마을버스가 눈 때문에 안 다닌 다는 말에 다들 걸어가시네요. 여기가 언덕이 많고 마을버스가 작아서 눈이 내리면 오르내리기 어려운가 봅니다.
이거 열선 맞죠? 여기만 눈이 녹아 있어요. 열선이 모든 언덕길에 다 깔려 있는 건 아닌가 보네요. 사실 연탄 때던 시절에는 눈이 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와서 눈을 쓸고 지나가는 사람 넘어지지 않게 연탄재 깨서 뿌리곤 했죠.
원서동은 창덕궁 돌담 옆 동네인데 저 멀리 창덕궁의 운치 있는 껑충한 소나무 위에 눈이 소복하게 쌓였네요.
이 원서동에서 계동 가는 언덕길에는 예쁜 카페와 공방들이 많아요. 2단, 3단 눈사람이 입구에 있네요.
그런데 이 언덕길에서 옆으로 쑥 들어가면 동네 사람만 아는 골목길이 많습니다. 골목길도 종류가 많아서 차가 다니는 골목길이 있고 사람만 다니는 골목길이 있는데 이 계동, 원서동, 가회동, 삼청동에 사람용 골목길이 엄청 많아요. 이 골목길은 저도 한 5년 전에 알았을 정도로 동네 사람 아니면 모릅니다. 그중 소개할 골목길이 창덕궁 4길 중간에 있는 골목길이에요. 35와 39 사이네요. 그리고 위 계단은 계동 4길입니다. 계동4길은 정말 우연이 올라가 봤는데 그 아름다움에 반했습니다.
올라가면 두 사람만 겨우 지나가는 돌담이 있는데 돌담에 글미이 그려져 있네요. 10년 전에는 사진이 걸려 있기도 했어요. 담벼락이 하나의 갤러리가 됩니다.
ㄱ자로 된 골목왼쪽은 대동세무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조심 조심 내려갔습니다. 보시면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눈 위의 발자국이 적네요. 사실 여기는 관광객이 찾기 어려운 골목입니다. 저같이 종로 북촌 고인물만 알죠.
그래서 저만 아는 골목길인줄 알고 계동 4길을 내려가는데 관광객 두 분이 사진 찍고 있네요.
이 계동 4길은 중앙고 앞의 계동길과 연결되는데 그 끝에 북촌 한옥 역사관이 있습니다. 여기서 조선건축왕 정세권의 일생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북촌 일대에 다닥다닥 작은 도시형 한옥을 만든 이유은 일본인들이 북촌으로 진출하려고 하자 집주인을 많이 만들면 이 일대를 대량 매입해서 개발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도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을 보면 집주인들이 많은 지역으로 이해타산이 다 달라서 개발이 어렵습니다. 그걸 노렸어요. 집주인이 한 두 사람이면 그냥 싹 개발하고 일본인 거주지로 변신했겠죠.
자주 찾는 길도 눈이 내리니 전혀 다른 길이 되네요. 이 길이 빌라나 주택 같이 지붕이 평평한 곳이라면 이런 풍경 안 나오죠. 기울어진 기와 위에 소박하고 소복하게 내린 눈이 운치를 만듭니다. 그래서 눈 오면 전 이 북촌으로 자주 가요. 제대로 된 눈 풍경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중앙고등학교 앞 계동길 주변의 숨은 한옥 체험 공간
여기가 계동길입니다. 저 끝에 있는 학교가 중앙고등학교입니다. '겨울연가'의 배경이 되어서 한 때 일본인 관광객들이 준상이 다니는 학교라서 많이 찾았죠. 그나저나 배용준이나 서태지나 한 시대를 주름잡던 연예인들이 활동을 거의 안 하네요. 그러고 보면 서서히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살아남은 연예인들이 참 대단해 보여요.
계동길은 최근에 뜨는 길입니다. 이 길은 중앙고에서 시작해서 현대건설 계동 본사까지 이어집니다.
이 동네가 예쁜 결정적인 이유가 2가지 있는데 아파트가 안 보여서 하늘이 많이 보인다는 겁니다.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받아야 해서 춥고 더울 때는 짜증 날 수 있지만 봄가을에는 사람이 정말 많이 찾을 정도로 관광객이 많습니다. 또 하나는 한옥 건물이 많다는 겁니다. 한옥이 살기 좋은 건물은 아니죠. 춥고 더우니까요. 그러나 작지만 마당이 있고 운치가 좋아서 한옥에 거주하는 분들도 많아요.
여기는 사진전문 갤러리였는데 김치 아카데미로 바뀌었네요. 좋은 전시 공간이었는데 아쉽네요.
#북촌라운지
계동길에는 북촌라운지가 있어요. 서울시는 최근 한옥을 매입해서 공공 한옥으로 만들고 있어요. 서촌 라운지와 함께 북촌라운지는 다도, 북촌 산책 프로그램들을 운영합니다.
들어가보니 다도 체험을 하고 있는지 수다가 들렸습니다. 어떻게 활용하는지 몰라서 구경만 하고 나왔네요. 한옥의 창호지 대신 유리로 툇마루를 막았네요. 이게 이제시대에 사용한 계량 한옥 방식인데 이걸 좀 더 현대화했네요.
#모두의 갤러리
여기는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예요. 여기는 최근에 알게 된 곳인데 계동을 그렇게 다니고서도 최근에 알았어요. 하기야 최근에 한옥을 매입해서 공공에 개방한 곳일 수도 있겠네요.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거의 망했어요. 대표적으로 독산동 우시장 일대 도시재생이 대표적이죠. 세금만 들이고 변화는 없어요. 재생이 아닌 현상 유지도 못하고 있어요. 도시재생 망한 케이스면 독산동 도시재생 찾아보면 됩니다. 반면 여기 북촌 일대, 서촌 도시재생은 아주 잘했습니다. 먼저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 확 늘고 한옥 체험 공간이 늘었어요. 주민 참여 프로그램도 많고요.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 옆에는 북촌주민 사랑방과 모두의 갤러리가 있어요 위 사진 왼쪽에 수다 소리가 나오는데 동네 사랑방이에요. 한옥 건물 안에서 동네 분들이 수다 삼매경이네요.
여기는 모두의 갤러리로 수시로 좋은 전시회를 해요. 지금은 운영 안 하는데 또 날 좋아지면 좋은 전시회 많이 할 거예요.
옆에도 한옥 건물이 지어지고 있네요. 접근성은 안 좋지만 이런 공간이 이 북촌 일대에 크게 늘어나고 있어요.
위치는 지도로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