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시회를 자주 소개했지만 요즘은 거의 소개하지 않고 있네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제 스스로가 사진에 대한 관심이 좀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사진전은 보려 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사진전시회가 확 줄었습니다. 사진 전문 갤러리가 미술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진전성시대가 지났다고 해도 이렇게 가파르게 사진전시회가 주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관에서 하는 서울사진축제도 사라졌네요. 사진전성기의 방점을 찍었던 서울시립미술관의 서울사진축제가 사라진 후 사진 문화는 빙하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말 훈훈한 사진전 소식이 들려오고 있네요. 그것도 사진의 양대 축인 기록과 예술 표현의 도구로서의 사진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전시회입니다.
1945~65년을 사진으로 담은 서울역사박물관의 임인식 기증유물특별전
한국에는 유명한 기록 사진가들이 꽤 많습니다. 이중에서 임인식 사진가가 아주 유명하죠. 임응식 사진가와 이름이 비슷해서 헛갈릴 수 있고 두 분 모두 1940~6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해서 더 헛갈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분은 다른 분이고 사진 스타일도 자세히 보면 좀 다릅니다.
임인식 사진가는 종군 기자 출신입니다. 1950년 6월 25일 6.25 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중위였던 임인식은 정훈국 소속이었는데 국방부는 이 한국전쟁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서 임인식 중위를 급파합니다. 육사 8기인 임인식 중위는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전쟁의 참혹함과 용맹한 국군의 활약을 담았습니다. 이 임인식 사진가는 사진 집안이라고 할 정도로 국내 건축 사진가 1세대 작가인 아들 임정의, 건축과 순수예술 사진을 하는 손주 임준영 등 아들과 친척이 사진관련 일을 하고 계십니다.
1920년에 평안북도에 태어난 임인식 다큐 사진가는 20대부터 카메라와 사진에 관심이 많았고 1944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살면서 삼각지에 한미사진기라는 카메라 점을 차리고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이 당시는 카메라 자체가 귀하고 사진은 기념식에나 찍었던 시절이었죠. 그러나 사진관을 하던 사진사들이 서울 곳곳을 사진으로 담았고 그 사진들이 기록 사진이 되어서 그 시절 우리들의 모습을 되새겨 볼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경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흑백 사진으로 담은 사진도 꽤 많이 있습니다. 이게 독특한 점이라면 독특한 점입니다. 이 시절을 기록한 사진들 중에 항공 사진은 드물거든요.
임인식 사진가는 1998년 돌아가십니다.
2013년 임인식 사진가의 아들인 임정의 작가님이 임인식 사진가의 1003점을 서울시에 기증을 합니다. 그리고 2023년 서울역사박물관은 임인식 사진전을 12월 15일 금요일부터 2024년 3월 10일까지 겨울 내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시를 합니다. 1945년에서 1965년까지 한국의 격동기를 담은 흑백 사진을 가득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의 구본창의 항해
사진이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서양에서는 70년대 모더니즘의 확산으로 인식의 전환이 되었고 한국에서는 그보다 더 느린 80년대 이후였습니다. 이전에는 사진은 그냥 기록의 도구 정도로만 여겼죠. 미술의 텃새도 쎘고요. 그러다 1988년 구본창 사진작가가 <사진, 새시전>이라는 사진전시회 이후에 사진은 크게 달라집니다.
기존에는 기록 사진 기반의 리얼리즘 사진이 대세였다면 사진을 기록이 아닌 표현의 도구로 활용한 연출 사진이라는 새로운 시선을 들고 등장한 사진작가가 구본창 사진작가입니다. 기록의 사진을 넘어서 예술의 창작도구로서의 색다른 접근법으로 사진은 양분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모든 사진은 기록 사진이지만 그냥 세상을 캡처 하는 기록과 다큐 사진을 넘어서 미술처럼 세상을 창조하는 연출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구본창 사진작가를 딱 한 번 강연에서 봤는데 신사시더라고요. 말도 잘 하시고 품격 있는 모습에 역시 사진이 정갈한 이유가 있구나 할 정도였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구본창 사진작가의 회고전인 <구본창의 항해>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됩니다.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데 서울역사박물관과 한 20분 정도 거리라서 두 전시회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회고전이라고 해서 그렇게 오래되었나 했는데 1988년을 구본창 사진작가의 시작임을 생각하면 35년이 되어가네요. 충분한 시간이네요. 사진작가로서의 인생을 포함하면 45년이네요.
한국을 대표하고 제가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작가 구본창 사진작가의 회고전도 아주 길게 합니다. 2023년 12월 14일 내일 목요일부터 2024년 3월 10일까지 합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작품수가 무려 500여 점이나 되고 자료는 600여 점입니다. 관련 강의도 지하 강의실에서 해주셨으면 하는데 그런 내용은 없네요. 서소문본관 1,2층 모두를 채울 정도의 대규모네요.
연말 2개의 거대한 사진전이 하니 함께 겸사겸사 사진 여행 해보시길 바랍니다. 두 전시회장 가깝기도 가깝지만 주변에 가볼만한 곳이 많습니다. 덕수궁도 있고 돈의문박물관마을도 있고, 국토발전전시관, 중명전, 덕수궁 안 돈덕전도 있습니다. 초등학생 고학년 이상 아이들과 손잡고 보기 좋은 전시회이자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이 많으니 겨울 방학 때 같이 가봐도 좋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