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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왜 그동안 12.12 사태를 왜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by 썬도그 2023.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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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전두환, 노태우라는 육사 11기가 일으킨 쿠테다로 정권을 찬탈한 12.12 군사 반란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서울의 봄> 이야기가 끊임없이 화재입니다. 다들 보면서 이런 사건이었어?라는 말에 요즘 정말 현대사 교육을 안 시키는구나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 12.12 사태를 신문이나 수많은 다큐와 드라마로 본 중노년들도 자신들도 모르고 있는 이야기를 알았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실 뭐 나이 많아도 이 12.12 사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알지 제대로는 모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서울의 봄>은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은 12.12사태라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건 중 하나를 제대로 다루어준 고마운 영화입니다. 영화는 실제와 가상을 섞어 놓았고 그래서 허구겠지 하는 분들이 많은데 중요 사건 즉 사람이 죽는 장면들은 실제 사건입니다.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있던 군인들이 총에 맞은 것이나 마지막에 정해인이 연기를 한 특전 사령관을 끝까지 지킨 김오랑 소령도 실존 인물이자 실재한 사건입니다. 

 

영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는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주고받은 대사들은 상상을 입혀서 만들었고 전화 통화 내용들은 실제 기록물들이 있기에 그 실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이태신 장군 같은 경우 장태완 수경사 사령관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좀 더 정의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성까지 바꾼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현대사의 수 많은 중요한 정치 역사적인을 드라마와 영화로 만드는데 왜 유독 어떻게 보면 1980년대 이후 한국 역사를 뒤집어 놓은 12.12 군부 반란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없었습니다. 드라마는 있었죠. 2005년 mbc의 공화국 시리즈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제5공화국>이 있었지만 영화는 없었습니다. 

12.12 사태를 2023년에 다룬 이유는 그때 그사람들 사건을 봐야 한다. 

12.12 사태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확실히 보장된 나라라서 다양한 풍자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가 확실하게 보장된 나라이고 이게 미국의 힘이자 미국이 강대국이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다릅니다. 고소의 나라라서 조금만 화가 나면 고소를 하죠. 게다가 사실을 인터넷에 올려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소를 한다고 다 유죄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실이든 거짓이든 하나의 의견이라하면 처벌은 받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고소당하는 자체가 스트레스라서 그걸 무기로 고소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 

 

2005년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그때 그 사람들>은 12.12 사태 한달 조금 전인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인 10.26을 정면으로 담은 영화입니다. 한국은 대통령이 무슨 왕으로 추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엄연한 역사적 사건도 당사자 또는 유족이 살아 있으면 함부로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고소를 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이 <그때 끄 사람들>이 개봉한다는 소리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 씨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서 부마항쟁 시위장면과 박 대통령이 사망한 뒤 김수환 추기경이 추모하는 장면, 그리고 박 대통령의 장례식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영화 상영 후 1분 동안 영화가 나오지 않다가 그 뒤에 나옵니다. 1분여의 장면을 삭제한 것이죠. 영화에서 1분은 대단히 긴 시간입니다. 그 장면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에 따라서 영화의 톤이 달라질 수도 다음 장면의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창작의 영역이자 표현의 자유가 필요한 영화를 법원 명령에 따라서 삭제한다? 놀라운 일이죠. 이 사건은 대서특필 되었고 영화계는 공포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 때 명예훼손이나 유족들의 심기를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몇몇 영화들이 사전에 유족과의 교감 없이 영화를 만들었다가 나중에 합의하거나 달래는 행동도 많이 보입니다. 

 

12.12 사태

이렇게 유족이 살아 있거나 역사적 사건 사고지만 그 사건 사고의 당사자들이 살아 있으면 그걸 영화로 다루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왜 12.12 사태는 2023년에 만들어졌냐?

 

노태우 2021년 10월 26일 사망
전두환 2021년 11월 23일 사망
12.12 사태 당시 국방장관 노재현 2019년 9월 25일 사망
최규하  전 대통령 2006년 10월 22일 사망
장태완 수경사령관 2010년 7월 26일 사망
황영시 제1군단장 2022년 2022년 4월 23일 사망 

 

등등 영화 속 인물 대다수가 사망했습니다. 장세동 같은 인물은 아직도 생존해 있지만 많은 인물들이 사망했고 그중에서도 노태우, 전두환이라는 두 쿠테타의 주역이자 대통령까지 한 두 정치군인이 죽었기에 본격적으로 다를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26년>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간접적으로 또는 전두환이라고 명시하지도 않고 그 사람으로만 나옵니다. 이렇게 애둘러서 표현했을 뿐 직접적으로 그린 영화는 <서울의 봄>이 최초입니다. 

전두환이 죽은 후에 <서울의 봄>을 담을 수 있었던 건 살아 있는 권력이기 때문

12.12 사태

전두환이 죽은 후에 전두환을 거론할 수 있는 이유는 살아 있는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상영금지 가처분도 가처분이지만 그가 살아 있는 한은 여러 권력층이 그에게 굽신거릴 수 있습니다. 퇴물이다 어쩐다 해도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 그리고 그 전신인 공화당은 현재까지도 그 명맥이 확실히 살아 있습니다. 바로 '국민의 힘'이라는 거대한 정부 여당이 있죠. 

 

이 안에 여전히 전두환를 숭상하고 기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대놓고 말하지 않고 말도 꺼내지 않죠. 그러나 그들의 원류를 보면 전두환 류가 많습니다. 현 윤석열 정권이 이명박 정권 시절 인물을 다시 기용하는 것 보세요. 이게 다 뭐겠습니까? 전두환처럼 언론 탄압하고 틀어쥐고 공포 정치를 통해서 세상을 장악한 전두환의 피를 이어받은 것이죠. 

 

전두환이야 말로 박정희의 공포 정치의 바통을 이어 받아서 완성한 인물입니다. 지금의 10~30대들은 모를 겁니다. 전두환이 어떤 인물인지 그가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서 수많은 시민들을 총으로 진압해서 많은 시민들이 사망한 사건의 원흉인걸 1988년 5공 청문회 때 알았습니다. 마음씨 좋은 대통령인 줄만 알았던 전두환이 살인마였다는 걸 5공 청문회 때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친구인 노태우가 또 다시 대통령이 된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그 울분 이해하세요? 세상 가장 바르고 정직하고 능력 좋은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권력욕에 찌들고 권력을 위해서라면 시민도 죽이는 사람이 대통령인 나라에서 사는 그 울분과 암울을 이해하세요? 그래서 386 세대들을 꼰대라느니 꿀 빨던 세대라고 비난을 하고 일견 일리가 있지만 나라님이 살인마라는 걸 알고 사는 그 우울함은 말로 형언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전두환을 김영삼이 단죄를 내리고 끝나는 듯 했지만 역사에 제대로 기록하지도 기억하지도 않은 대가로 일베 같은 곳에서 전두환을 전땅크로 우상화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12.12 사태

그런 면에서 영화 <서울의 봄>은 전두환은 전땅크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아닌 전두광이라고 하는 권력에 찌들어서 하극상과 나라를 전복시킨 범죄인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악마로만 그리는 것은 아닌 이런 인간을 막지 못한 당시 국방장관, 대통령, 육군참모처장의 무능 등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어떻게 쉽게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내주었는지를 목격하게 합니다. 

 

이제야 전두환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나오다니 정말 늦게 나오고 느리게 나왔습니다. 그만큼 전두환, 노태우는 오래 살았습니다. 90살까지 먹었으니 정말 오래 살았네요. 그가 죽자 이제는 전두환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나 드라마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네요. <제5공화국>이 있지 않냐고 하지만 그 드라마 주인공이 대통령이고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12.12사태는 자연스럽게 일어난 사태라는 뉘앙스와 미화했다는 비난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봄>은 제대로 보여주네요. 전두환이 나라 전체를 10년 뒤로 빠꾸 시킨 12.12 사태. 우리는 이 군사 쿠데타를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그럼에도 실명 대신 가명을 쓰게 한 이유는 혹시 모를 유족들의 고소를 막기 위함과 함께 영화적인 창작의 폭을 넓히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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