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라디오를 통해 반전 메시지를 담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by 썬도그 2023. 11. 16.
반응형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우리 인류에서 2차 세계대전은 인간 존엄에 대한 거대한 물음과 폭력성과 광기를 제대로 보여준 전쟁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또한 거대한 희생을 통해서 전후의 만들어진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평화의 시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냉전이 만든 평화도 있지만 그럼에도 긴 평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2015년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 원작의 넷플 드라마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015년 풀리쳐상을 받은 '앤서니 도어' 소설이 원작인 넷플 4부작 드라마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상당히 고상한 반전 드라마입니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소녀 마리와 고아원에서 자란 독일 청년 베르너가 라디오를 통해서 인연을 만든다는 상당히 독특한 소재의 전쟁 반전 드라마입니다. 총 4부작인 이 드라마는 전쟁의 강력한 화력과 액션과 긴장감을 담은 전쟁 드라마를 예상한다면 상당히 지루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장애를 가진 소녀와 고아인 소년이 서로 적대국인 프랑스와 독일에 살지만 소녀의 삼촌이자 1차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이지만 전쟁의 상처로 인해 은둔 생활을 하는 교수의 라디오 방송으로 연결되는 창의적인 스토리가 핵심인 드라마입니다. 

 

책을 읽어 보지 못해서 책과 드라마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책은 심심하지만 여운이 긴 반면 영상 매체인 드라마와 영화는 짧은 시간 안에 스토리와 메시지를 전해줘야 하다 보니 강렬한 스토리와 액션이 강해야 기억에 남고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전체적으로 심심함을 느낄 수 있고 스토리가 생각보다 광활하지 않고 내면적인 이야기가 많은 것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꽤 인상 깊게 봤습니다. 이유는 라디오라는 매체를 소재로 한 것이 너무 좋네요. 

 

공포의 세상에서 피어나는 라디오라는 빛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의 주인공인 마리는 시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아버지는 박물관 관장으로 '불꽃의 바다'라는 아주 큰 다이아몬드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불꽃의 바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걸 소유한 사람은 행복할 수 있지만 주변 사람은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전설입니다. 이런 전설에 그래서 마리가 눈이 안 보이나 할 수 있지만 마리가 불행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리는 아주 든든한 아빠가 있으니까요. 

 

마크 러팔로가 연기하는 아빠는 딸을 위해서 동네를 작은 나무 조각으로 만들어서 자기가 없이도 동네를 돌아다닐 수 있게 합니다. 1편이 시작되면 한 소녀가 사설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하고 보고 싶다는 말 다음에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 리'의 한 페이지를 읽습니다. 이 방송은 그냥 방송이 아닌 마리가 사는 프랑스 해안가 도시 '생말로' 중에 독일군이 있는 좌표를 알려주는 방송이었습니다. 이 방송을 들은 미군은 폭격 좌표를 받아서 생말로의 독일군 위치에 폭격기로 폭격을 합니다.  마리는 레지스탕스입니다. 이런 마리에게 폭격 위치를 알려주는 건 삼촌입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에티엔 삼촌은 교수라는 애칭으로 밤마다 라디오 방송을 했습니다. 세상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세상의 지혜를 주는 라디오 방송을 했고 이 방송을 듣고 자란 독일 소년이 바로 베르너입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베르너는 이웃나라 프랑스에서 에티엔 교수가 밤마다 하는 방송을 듣고 세상의 희망을 느꼈습니다. 여동생과 함께 고마원에서 베르너는 힘든 세상을 밝혀주는 삶의 등대같은 라디오를 들으면서 자랍니다. 이 라디오를 듣는 또 한 명의 소녀가 있었는데  이 소녀는 교수님이 '가장 중요한 빛은 보이지 않는 빛'이라고 말한다면서 아빠에게 말합니다. 두 소년 소녀는 서로 총부리를 겨루는 적대국이었지만 라디오라는 국경을 넘어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고 세상을 배웁니다. 

 

이 소재. 이게 참 전 좋았습니다. 전 라디오라는 매체를 너무 좋아합니다. 무인도에 tv와 라디오, 책 중에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고 하면 전 망설임 없이 라디오를 택할 겁니다. TV는 모든 정보를 홀리는 매체라서 오래 볼 수가 없고 보고 있으면 생각의 주체가 내가 아닌 TV라서 잘 보지 않습니다. 반면 라디오는 상상할 수 있는 여유와 여백이 있어서 좋아합니다. 또한 다른 작업을 하면서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언제든지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점도 좋습니다. 또한 목소리를 통해서 스피커 너머의 사람의 온기까지 느껴지니까요. 

 

'열정의 바다'을 찾으려는 열정의 독일 장교

베르너는 라디오를 잘 만진다는 이유로 독일군에 입대한 후 각종 사설 라디오 방송자를 찾아서 사살하는 부대에 배치받고 실제로 라디오 방송자 및 가족과 이웃 모두를 죽이는 부대에 배치받습니다. 그 베르너가 생말로에 옵니다. 베르너의 임무는 마리를 찾는 겁니다. 그러나 베르너는 이 주파수가 교수가 방송하는 채널인 것을 알고 있어서 방송자를 지켜주고 싶어 합니다. 심지어 독일군 상사가 의심을 해도 목숨을 걸고 막으려고 합니다. 사실, 베르너나 마리나 전쟁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늙은이들이 일으킨 전쟁의 최전선에 놓였을 뿐입니다. 밤마다 교수의 라디오를 듣는 평화가 그립습니다. 

 

베르너는 단파 13.01 채널에서 방송하는 소녀를 지켜주기 위해 모든 것을 겁니다. 이 서사는 꽤 아름답고 환상적입니다. 물론 창작 소설이라서 실화도 아니고 핍진성이 좀 떨어지는 점이 있습니다. 매일 폭격을 받으면서 라디오 방송을 할 정도로 전기가 꾸준히 공급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가가호호 방문만 해도 라디오 장비를 볼 수 있음에도 독일군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점도 이해가 안 갑니다. 휴대용 라디오 방송 기기가 아닌데요. 

 

이보다 가장 도려내고 싶은 없으면 더 좋았을 이야기는 한 독일 장교가 거대한 다이아몬드인 '불꽃의 바다'를 찾기 위해서 마리를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서부 영화 스토리로 전환됩니다. 드라마 초반에 이 보석에 미친 독일 장교와 마리의 대결이 나오는데 그 이후부터 무서움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그냥 미친 장교라는 설정으로 나오는 등 두 소년 소녀의 서사와 잘 연결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아쉽더라고요.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차라리 적국인 프랑스 소녀의 라디오 방송을 멈추기 위해서 마리를 찾아야 목숨을 이어갈 수 있다는 식으로 진행했으면 긴장이 꾸준히 흐를텐데 이게 좀 약하네요. 다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라디오라는 매체가 베르너를 변절하게 한 게 아닌 베르너는 이웃 나라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된 깨어있는 소년이 된 다는 점은 좋네요. 

 

최근 한국을 포함 중국 등 독재의 길을 걷는 나라들은 방송부터 장악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국민의 눈과 귀가 되는 방송을 장악하면 독재하기 쉽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과 북한이야 원래 그런나라라고 해도 한국은 수시로 공영 방송을 장악하는 모습은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지가 참 의심스럽게 느껴지네요. 물론 일본도 비슷한 나라죠. 자발적 복종국가인 일본도 정권 비판적 뉴스나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진실을 추구해야 합니다. 좌와 우가 아닌 진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보는 힘이 강한 나라가 좋은 나라이고 바른 나라입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마리는 프랑스 레지스탕스와 미군에게는 빛이 되는 방송이었고 베르너에게 교수의 방송은 독일 전체주의 국가의 현실을 깨닫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됩니다. 보석 스토리 때문에 좋은 서사의 빛이 다 바래지는 느낌으로 왜 보석 이야기를 넣어서 진득거리게 했는지 아쉽네요. 그럼에도 창의적인 소재이지만 엄청나게 감동적인 드라마는 아닙니다. 또한 개연성이 떨어지는 내용도 꽤 보이고요. 또한 환상적인 스토리는 알겠지만 베르너의 천재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서 라디오 고쳤다고 천재라는 건가 하는 딴생각을 하게 하네요. 

세상의 빛은 빛뿐이 아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에서 빛은 여러가지 의미입니다. 어두운 세상에서 웅크리고 사는 베르너에게는 교수의 라디오가 미래를 향한 빛이었고 앞이 안 보이는 마리에게는 아빠가 빛이었습니다. 여기에 보석이라는 영롱한 빛을 내는 보석도 나옵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보석의 빛은 빛이 아니라고 말하네요.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드뷔시의 자장가로 시작되는 교수의 라디오 방송이 세상을 밝히는 빛이라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습니다. 강력 추천하긴 어렵지만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다만 이런 잔잔한 서사를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전 라디오라는 소재가 주는 온기가 좋아서 꽤 좋았습니다. 

 

별점 : ★ ★ ★

40자 평 :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온기 넘치는 마음으로 부터 나온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