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사진은 하나의 도구인데 너무 사진에 매몰되어서 생각합니다. 비근한 예로 형태가 같다고 해서 다큐 사진과 예술 사진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다큐 사진은 기록 사진이고 예술 사진은 말 그대로 예술의 도구입니다. 따라서 다큐 사진은 사진 합성, 조작을 절대로 하면 안 됩니다. 반면 예술 사진은 사진 합성 조작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사진가인 '스티브 매커리'가 포토샵을 이용해서 피사체를 지웠다가 논란이 되자 자신은 '이미지 스토리텔러'라는 궁색한 변명을 했었죠. 따라서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이 사진이 기록 보도 사진 계열인지 예술 사진인지 확실하게 구분하고 밝혀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진공모전입니다. 사진공모전은 룰을 확실하게 정해 놓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합성 사진 불허, 사진의 과도한 후보정 등등 현실을 왜곡하면 안 된다고 명시를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한국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진공모전은 기록 사진 공모전이라서 사진 합성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합성해서 사진공모전에 응모하면 그걸 사진공모전에서 합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을까요?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쉽게 합성 여부를 구분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진공모전들은 그렇게까지 세밀하게 체크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수년 전에 제주도 사진공모전에서 합성 사진이 수상했다가 수상 취소가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 AI 사진이 당선되다
세계적인 사진공모전인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는 실로 다양하고 뛰어난 사진들이 모이는 명성 높은 사진공모전입니다. 국가별, 주제별, 나이별로 수많은 카테고리에서 수상작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바로 위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Boris Eldagsen'가 출품한 사진으로 제목은 'THE ELECTRICIAN'입니다. AI가 만든 사진이라고 하니 AI 사진이라고 생각되지 아무 말 안 하면 잘 몰랐을 겁니다.
이 사진은 Boris Eldagsen가 2022년부터 작업을 한 PSEUDOMNESIA: Fake Memories 라는 사진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PSEUDOMNESIA은 라틴어로 사이비 기억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서 부정확한 기억, 가짜 기억이라는 뜻입니다.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1위를 한 사진 'THE ELECTRICIAN'은 AI 이미지 생성기를 이용해서 20~40회 이상 재편집을 하고 여러 기법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이미지입니다. 사진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카메라와 빛을 이용한 결과물이 아니라서 이미지라고 해야 할 겁니다.
AI 이미지로 수상을 한 Boris Eldagsen 시상식에서 수상을 거부하다
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는 수상자에게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는 비행기표값과 각종 비용을 제공하며 고가의 소니 카메라도 제공합니다. Boris Eldagsen는 자신의 블로그에 수상 소감을 올렸는데 이게 논란이 되었습니다.
Boris Eldagsen는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사진은 사진이 아니고 AI로 만든 이미지라고 사실을 밝혔습니다.
1989년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하다가 2000년부터 사진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Boris Eldagsen는 AI 이미지생성기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Boris Eldagsen는 AI와 자신이 공동 창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텍스트 프롬프트로 정교한 텍스를 입력하고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통해서 다양한 플랫폼과 기술을 이용해서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이 수상작을 사진이 아닌 이미지라고 부른다면서 다만 공모전에 참여해서 주최자가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와 사진의 차이를 인식하고 AI로 만든 이미지를 위한 공모전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높이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합니다. 확실히 이번 사태로 전 세계 사진 공모전 주최 단체들은 큰 고민을 하겠네요.
Boris Eldagsen의 이미지가 수상을 한 것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많습니다. 카메라도 이용하지 않고 게다가 빛을 이용하지 않은 것이 사진이 맞냐는 겁니다. 청사진이라고 해서 카메라 없이도 사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빛과 카메라 둘 중 하나는 충족해야 사진이라고 할 수 있죠.
이는 Boris Eldagsen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이건 사진이 아닌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Boris Eldagsen씨는 2023년 4월 13일 시상식에 참여해서 수상 소감을 남깁니다.
먼저 자신의 이미지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이 이미지가 AI로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한 사람은 얼마나 되냐고 시상식장에 참여한 사람들에 물었습니다. 그리고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따라서 수상 상금 5천 달러와 소니 카메라 장비 포함한 상품과 출판과 전 세계 홍보 등의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AI 이미지만의 공모전이 있길 바랐지만 아직까지 AI 이미지를 위한 공모전은 없어서 응모했다면서 이번 논란 아닌 논란을 통해서 AI 이미지만을 위한 공모전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논란이 생길 수 있겠네요. AI 이미지 원천 차단을 하거나 AI 이미지를 따로 만들어서 수상을 하거나 해야 할 텐데 이미지라면 차라리 미술 공모전 쪽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진이 아닌 이미지라고 스스로 밝혔고 앞으로 나올 수많은 AI가 만든 이미지들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그냥 정밀화가 아닐까 하네요.
이런 Boris Eldagsen의 주장과 의견에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는 그의 사진을 웹사이트에서 삭제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사진 공모전들이 AI 이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겠네요.
사진가 홈페이지 https://www.eldagsen.com/pseudomnesia/ 에 가면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