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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버스기사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창밖은 겨울 독립영화

by 썬도그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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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버스기사 두 분이 식당에서 앞에 앉아 있는 신입 버스기사인 공석우 기사에게 전에 독립군 영화했냐고 묻자 옆에 있던 다른 선배 기사가 독립군 영화 그거 빨갱이 영화가 아니냐고 묻습니다. 이 대사에 빵 터졌습니다. 바로 이 영화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상도 창원에 사는 분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독립군=빨갱이. 사실 좀 슬픈 대사죠. 어떻게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싸운 분들을 빨갱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요? 그런데 경상도라면 가능할 듯 합니다. 지역 비하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이 영화는 감독의 경험에서 나온 듯합니다. 실제로 이런 대사를 넣은 것은 분명 어디서 경험한 듯합니다.

독립군 중에 사회주의 경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일제가 가장 무서워했던 독립군 중에 사회주의 계열이나 북한이나 소련 지역에 살았던 홍범도 장군은 지금도 큰 대접을 못 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초반 이 대사가 이 영화가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가장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만드는 것이고 그래서 실화 영화들이 개연성 지적을 덜 받게 됩니다. 대신 영화적 상상력도 적죠.

걸그룹 출신 한선화라는 배우를 재발견한 영화 창밖은 겨울

창밖은 겨울

독립군 영화 아니 독립 영화의 뜻을 모르는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저예산 영화라고도 하는데 저예산의 기준이 애매해서 그냥 독립 영화가 더 많이 사용됩니다. 독립 영화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합니다. 우리가 보는 수 많은 할리우드나 큰 자본을 들인 기획 영화들은 CGV나 롯데 같은 영화 배급도 하고 제작까지 하는 대형 제작사와 투자자들의 입김을 아주 크게 받습니다.

그나마 한국 영화는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덜 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건 유명 감독이나 그렇고 유명하지 않은 감독이 100억이 넘는 대형 자본으로 만들면 기획자와 제작자 그리고 투자자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바지 사장 같은 감독 느낌도 많습니다. 그러나 독립 영화는 그런 대형 자본가의 입김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감독이 만들고 싶은대로 만들 자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독특한 한국 독립 영화들이 많습니다. 독립 영화들은 독특한 이야기나 소재의 영화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창밖은 겨울>은 2022년 11월에 개봉한 이상진 감독의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눈길이 끈 배우가 있는데 걸그룹 시크릿의 한선화가 주연입니다. 걸그룹 출신 여배우 중에 발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꽤 있지만 생각보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배우로 떡상하는 배우들이 가끔 아주 가끔 나오는데 한선화는 걸그룹이라는 편견을 넘어서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보면서 이 분이 매직 매직을 외치던 그분이 맞나? 할 정도로 연기를 너무 잘합니다.

<창밖은 겨울>은 소박하고 잔잔한 영화라서 화려한 연예인 활동을 했던 한선화가 이런 영화에 출연을 했다는 자체가 놀랍습니다. 그러나 이 한선화라는 배우가 화려함만 쫒는 배우가 아님을 이 영화를 통해서 잘 보여주네요.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것도 한선화? 그 한선화?라는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고 영화 초반을 이끄는 매력을 보여줍니다.

버스 기사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창밖은 겨울

창밖은 겨울

영화 <창밖은 겨울>은 버스 기사의 사랑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공석우(곽민규 분)는 창원시에서 시내 버스를 운전하는 신입 버스 기사입니다. 영화감독이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영화감독을 그만두고 1종 면허를 따서 버스 운전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들을 부모들은 어린아이 취급하듯 잔소리를 합니다. 그럴때마다 석우는 신경질적으로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합니다. 딱 우리들 모습이죠. 제발 좀 간섭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부모님에게는 30살이 넘어도 얘로 보입니다. 석우는 버스운전을 하지만 다른 선배 버스 기사님들과 달리 말도 적고 짖꿎은 농담도 잘하지도 않습니다.

특히 시대가 변해서 음담패설을 하면 신고 먹을 수 있는 시대지만 삶의 타력 때문이지 영애(한선화 분)라는 여직원에게 미쓰 양이라고 했다가 영애로부터 이름 부르라는 한소리를 듣습니다.

창밖은 겨울

석우는 영화감독이 꿈이었습니다. 아니 영화감독이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들도 관심 없어하는 영화 일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멍한 눈을 하고 돈벌이를 위해서 오늘도 운전대를 잡습니다. 그래서 버스 회사 내에서도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석우가 집착하는 것이 있습니다.

창밖은 겨울

바로 아이리버 MP3입니다. 삼각면체 형태의 그 유명한 아이리버 MP3입니다. 그러나 요즘 MP3 쓰는 사람이 없죠. 그런데 그 아이리버 MP3를 누군가가 버스 회사에 버리고 갑니다. 그런데 그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가 석우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걸 찾으러 온 사람이 없었냐고 여직원인 영애에게 묻습니다. 그러나 골동품 같은 걸 누가 찾으러 오겠냐면서 분명히 버린 것이라고 영애는 말합니다. 그러나 석우는 한사코 버린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그걸 고치려고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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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겨울

영애는 묻죠. 왜 버린 것 같은 물건을 고치려고까지 하냐고 그러나 석우는 쑥맥인지 자신의 사생활을 밝히고 싶지 않은지 자세히 말하지 않습니다. 이 의뭉스러운 답답한 석우를 영애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서도 또 MP3 고치는 걸 도와줍니다.

창밖은 겨울

영화 <창밖은 겨울>은 MP3플레이어 고치려고 하는 석우와 그걸 도와주는 영애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영화 중반에 석우의 이야기가 인서트 됩니다. 석우가 MP3플레이어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기가 연인에게 준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선물로 연인에게 준 걸 연인이 버스 회사 터미널에 버렸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나 봅니다.

MP3 플레이어는 사랑에 대한 미련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남에게는 과거의 물건, 버려도 되는 물건 취급이지만 석우는 결코 그 사랑을 잊지도 버리지도 않고 오히려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도 되는데 그것도 영애를 쫓아다니는 남자도 많은데 친근하게 MP3플레이어 수리하는 곳까지 같이 다니는데도 모릅니다.

<창밖은 겨울>보다 영화 제목을 <핑퐁>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창밖은 겨울

석우는 사랑을 분실한 눈으로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이런 석우를 주변 사람들이 친근하게 대해주지만 여간 정을 붙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석우가 버스 회사 생활에 정을 붙이게 한 게 탁구입니다.

영애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부모의 강요로 탁구를 억지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탁구를 좀 칩니다.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버스 기사가 된 석우에게 영애는 탁구 내기를 합니다. 탁구 시합에서 석우가 영애를 이기면 MP3 플레이어를 고치려는 이유를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은 후 탁구를 했는데 놀랍게도 석우가 이깁니다. 영화 <창밖은 겨울>은 차라리 제목을 탁구나 핑퐁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탁구가 꽤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니까요.

하지만 영화가 후반에 탁구를 계기로 새 사랑을 찾게 된다는 그런 뻔한 식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전 너무 좋네요. 보다 보면 마치 <8월의 크리스마스> 느낌도 납니다.

배우들의 열연과 로맨틱한 장면

창밖은 겨울

한선화 칭찬만 가득했는데 남자 주인공인 석우를 연기한 곽민규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네요. 생활인 그 자체입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제 20대 시절의 쑥맥기를 그대로 담은 느낌입니다. 곽민규 배우 앞으로 눈여겨봐야겠네요.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연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잘하네요. 덕분에 크게 몰입해서 봤네요. 그리고 주인공 직업도 독특합니다. 매일 타는 버스 기사님들은 매일 보지마 그분들의 삶이 궁금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이분들도 가정이 있고 사랑을 하고 있을 분들이 있겠구나 돌아보게 되네요.

창밖은 겨울

한선화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제는 배우 한선화로 봐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 많이 나왔으면 하네요. 걸그룹 출신 배우 중에 나나와 함께 가장 연기 잘하는 걸그룹 출신 배우네요. 한선화 배우의 장점은 오버할 때 오버하고 잔잔바리한 영화에서는 잔잔한 연기도 잘합니다.

창밖은 겨울

<창밖은 겨울>은 로맨스 영화라고 하기보다는 사랑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억이 되어야 할 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와 그 남자를 비추어주는 달빛 같은 여자 영애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손 한번 잡지 않습니다. 살 가운 대사 한 번 나누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감독의 경험이 많이 투영된 생활 영화라고 느껴집니다.

창밖은 겨울

2019년 촬영해서 2020년 개봉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 때문에 밀리고 밀려서 2022년 가을에 개봉했네요. 겨울로 들어서는 계절 위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서 속내를 말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로맨틱한 장면도 나오는데 영애가 버스 회사의 분실물들을 싸들고 집으로 가야 하는데 그걸 석우가 도와줍니다. 자신이 몰던 버스에 영애만 태우고 집 앞까지 태워다 주는 일탈은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자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네요.

석우에게 있어서 이게 최선의 리액션이 아니었을까 해요. 아마도 영애가 수없이 보낸 탁구공 중에 처음으로 받아친 탁구공처럼 보이네요.
잔잔한 사랑 영화입니다. 심심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잔잔한 영화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창밖은 겨울>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창밖은 겨울이지만 마음 안은 봄으로 만드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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