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반이 봄이였으면 좋겠지만 점점 여름과 겨울만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갈수록 봄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이 봄의 절정은 벚꽃이 피는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한국은 벚나무 가로수가 많아서 매년 벚꽃 피는 시기에 가장 사람들이 활기와 웃음이 크게 늘어납니다. 하지만 벚꽃의 단점은 단 1주일만 폈다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이 1주일에 서울의 모든 벚꽃 명소를 다닐 수 없습니다. 특히나 직장인들은 주말에 딱 1곳만 정해서 가야 하죠.
그러다 보니 가장 화려한 곳, 아름다운 곳을 찾습니다. 제가 본 서울의 벚꽃 명소는 꽤 많습니다. 석촌호수변, 안양천변, 현충원 그리고 여기 남산둘레길 벚꽃길이 좋습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남산둘레길 벚꽃길을 절정일 때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냥 작년 사진으로 달래야 하네요.
그러나 벚꽃은 져도 벚꽃이 떨어지는 벚꽃엔딩을 사진으로 담기도 좋고 약간의 기대를 하면서 4월 15일 찾아갔습니다.
벚꽃이 다 떨어지지 않길 바라면서 가봤습니다. 남산N타워 부근은 고도가 있어서인지 여전히 벚나무들이 벚꽃을 많이 이고 있네요.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보행데크가 보입니다. 저 길에는 벚나무가 꽤 보입니다. 올해는 신기하게도 개나리와 벚꽃이 거의 동시에 폈는데 개나리가 좀 더 피다 보니 벚꽃 다 져도 개나리는 한창인 곳이 많네요.
줌으로 땡겨서 보니 남산 전망데크가 보이네요.
조금 늦게 핀 분홍 벚꽃나무가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주네요.
벚꽃 중에는 유난히 핑크한 벚꽃이 있는데 이걸 심을 때 선택이 가능하다면 그냥 1km를 분홍 벚꽃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해요. 일본은 그런 동네가 있더라고요. 이것도 하나의 컬러 마케팅이죠.
남산둘레길은 남산도서관쪽으로 진입했고 주로 이 코스를 이용하는데 둘레길이다 보니 편한 곳으로 진입하셔도 됩니다. 참고로 충무로 지나서 대한극장 지나 동국대 뒤쪽으로 진입하실 수도 있고 국립극장 쪽도 있습니다. 남산둘레길의 유일한 음식점 위로 케이블카가 지나가네요.
남산 타워 주변에는 다양한 전파 타워가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남산 밑이 어두운지 남산 타워 주변에서는 라디오가 잘 안 잡혀요. 강한 전파 때문인지 수시로 끊기고 다른 채널이 들리네요.
떨어진 벚꽃잎들이 남산둘레길의 명물인 인공 하천을 타고 지나가네요. 이 하천은 인공 하천으로 펌프로 물을 퍼 올려서 내려 보내는데 산새와 동물들의 쉼터가 되고 있습니다.
산비둘기들이 목욕을 하네요.
그리고 멈췄습니다. 눈 앞에 너무 아름다운 벚꽃비가 뿌려지네요.
생각보다 벚꽃비를 사진으로 담기 쉽지 않았어요. 눈은 동영상이라서 흩날리는 것이 잘 보이지만 사진은 정지 사진이라서 그 찰라의 벚꽃이 풍성하게 담기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요령이 있다면 배경이 어두워야 합니다. 그래야 하얀 벚꽃잎이 점처럼 보입니다. 또한 셔터스피드가 느리면 날아가는 속도가 빠른 벚꽃은 담기지도 않습니다. 셔터스피드는 1/500초 이상으로 찍어야 합니다. 또한 포커스도 벚꽃 자체에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수동 초점으로 변경후에 벚꽃이 날리는 구간을 예측하고 촬영하거나 귀찮으면 그냥 팬포커스로 초점 영역을 넓히면 됩니다.
팬포커스는 조리개를 F8 이상으로 조여주면 됩니다.
이론을 알아도 현장에서는 다 까먹습니다. 그래서 벚꽃비 날리는 한곳에서 진득하게 찍고 확인하고 찍고 확인하고 수정하면서 찍다 보면 좋은 사진이 담깁니다.
눈으로 볼때는 풍성하던 벚꽃비가 사진으로 담으니 부실하네요.
장소를 옮겼습니다. 계속 걸으면 풍경이 태양 각도가 달라지기에 길이 시시때때로 달라 보입니다. 역광, 사광, 순광을 다 느낄 수 있어서 사진 촬영 연습하기 좋은 곳이 남산둘레길입니다.
벚꽃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황급히 오래된 카메라와 줌렌즈로 연사를 눌렀지만 오래된 카메라라서 팍팍 눌러지지 않네요. 그래도 몇장 담았습니다. 한 무리의 남중생들이 벚꽃비 내릴 때 기념 사진을 찍네요.
확대해서 보니 아이들이 빛이 나네요. 벚꽃이 별가루처럼 느껴지네요.
이렇게 봄이 절정을 향해서 달려갑니다.
지나가는데 할머니들이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틀어 놓고 듣고 계시더라고요. 봄은 또 오고 지고 꽃은 피고 지지만 우리네 몸은 다시 피지 않아요. 딱 한번 피고 지는 기간이 무려 50년이 넘습니다. 그래서 꽃이 부럽습니다.
할머니 분들이 소녀들처럼 벚꽃잎을 뿌리고 노시네요. 개나리 찍는데 갑자기 들어오셔서 놀랬는데 벚꽃놀이 제대로 하셔서 미소가 바로 나왔네요.
봄은 색이 다채로워요. 하얀색, 노란색, 녹색이 주색이지만 그 색들이 섞이면 멋진 그라데이션을 보여줍니다.
여기는 동국대 근처 필동 바로 위 남산둘레길입니다. 여기가 남산둘레길 중에 가장 화려한 길 중 하나에요. 마치 팔레트에 여러 물감을 짜 놓은 듯해요.
중간중간 화단이 있어서 벚꽃, 봄꽃만의 단조로움을 좀 달래주네요.
은초롱이도 보이네요.
날이 너무 좋았어요. 요즘 미세먼지들 다 어디로 숨었데요? 그나저나 저긴 세운상가 지역인 을지로인데 저런 고층빌딩이 올라가면 서울 경관 훼손하는데 건축허가가 낮네요. 게다가 종묘 주변이라서 세계문화유산 박탈 사유중 하나가 주변 고층빌딩이잖아요. 그래서 김포 왕릉뷰 아파트 철거 이야기까지 나왔는데요.
기분 좋다가 저 아파트 보고 한숨이 나오네요. 더 올라갈 것 같은데 그럼 뒤에 있는 북악산, 북한산 많이 가리겠네요. 도시를 어떻게 계획하는지 참 어이가 없습니다. 봄빛이 마음을 달래주네요. 즐거운 봄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