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이 참 무섭습니다. 한 10년 전만 해도 동작동 국립현충원은 봄을 느끼려는 상춘객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주로 사진 찍으러 오시는 취미 사진가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5년 전부터 국립현충원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봄꽃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미어터진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지난 2년간 물을 걸어 잠근 국립현충원이 완전 개방을 했습니다.
지난 주말 상춘객들로 넘치는 국립현충원 봄꽃을 사진으로 담아왔습니다.
줌렌즈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봄꽃 때문에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활약을 합니다. 줌렌즈가 꽃들을 압축해서 담는 능력이 좋아요. 그래서 사진에 꽃들을 꽉 차게 담을 수 있어서 좋네요. 대신 기록성은 무척 떨어집니다.
낭창낭창한 수양벚꽃 맛집 현충원 현충탑 주변
동작동 현충원은 생각보다 아주 큽니다. 서울에서 이렇게 큰 단일 공간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용산이 개발되면서 초대형 공원으로 탄생하면 달라지겠지만 동작동 현충원은 서울에서도 아주 큰 공간입니다. 다만 여기는 공원이 아닌 순국선열의 얼이 가득한 곳이라는 점을 인지하시고 다른 공원처럼 공놀이나 각종 유흥을 즐기면 안 됩니다. 실제로 방송으로 하지 말아야 될 행동을 방송을 합니다. 그렇다고 꽃놀이까지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안 합니다. 꽃 보고 사진 찍고 오시면 됩니다.
동작동 현충원에 들어서면 현충문이 보입니다. 현충문 주변에 봄꽃들이 가득합니다. 현충원이 봄꽃 맛집으로 유명한 이유는 수양벚꽃 때문입니다. 현충문 뒤 현충탑 왼쪽 9시 방향에 수양벚꽃들이 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여기는 현충천이라는 시냇물이 흐르는데 이 주변에도 꽃나무들이 많습니다.
이게 수양벚꽃입니다. 버드나무처럼 치렁치렁한 모습을 한 벚나무입니다. 희소성이 높은 수양벚꽃은 그 크기에 놀라고 아름다움에 놀랍니다.
왕벚나무도 저렇게 크기 힘든데 엄청난 크기죠. 이 수양벚꽃은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병자호란이 일어난 후 청나라는 왕세자를 인질 삼아서 청나라로 유학을 보냅니다. 그때 끌려간 왕세자가 효종대왕입니다. 청나라에서 갖은 고초를 당한 효종대왕은 활을 만드는 재료로 좋은 수양벚나무를 동작동에 많이 심었습니다. 낭창낭창해서 탈력이 좋은 수양 벚나무를 꺾어다가 활을 만들고 그 활로 청나라를 치려고 하는 북벌 계획을 세웁니다.
그때 심어진 수양벚나무라고 하네요. 수령이 엄청납니다. 그러니 저렇게 크죠.
서울에서 봄꽃 구경하기 가장 좋은 공간 한 곳만 찍으라면 전 이 현충탑 주변 수양벚나무 주변을 추천할 겁니다.
규모도 규모지만 한 공간에서 다양한 봄꽃을 다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올해도 목련부터 벚나무까지 동시에 피는 봄이 되었네요.
벚나무들이 보기는 좋은데 가지들이 10시 10분 상태로 하늘로 올라가 있어서 벚꽃 배경 사진 담으려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면서 찍는 로우 앵글로 촬영해야 하지만 수양벚꽃은 저렇게 쭉쭉 내려와서 꽃 배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게다가 색도 은은한 분홍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명물 꽃나무가 있습니다. 수양 벚꽃 뒤에 있는 홍겹매화입니다.
알사탕이 가득 열린 느낌입니다.
색도 얼마나 예쁜데요.
지나가던 분이 홍겹벚꽃이라고 거의 다 맞출 뻔했지만 이 꽃은 겹 매화예요. 재미있게도 벚꽃도 겹벚꽃이 있고 매화도 겹매화가 있어요. 그러고 보면 식물들도 이종 교배한 식물 종류가 많네요.
마당 있는 집에 살면 꼭 심고 싶은 나무가 이 홍겹매화와 홍겹벚꽃입니다. 꽃나무 중에 가장 화려해요. 가장 예쁘고요. 넥타이 맨듯한 박새가 꽃밭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키가 낮은 이 꽃 주변에서도 사진 엄청 많이 찍으시더라고요.
또 하나의 사진 찍기 좋은 곳은 정문에서 14시 방향에 건물 뒤쪽 언덕입니다.
청사 뒤쪽이니 입구에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벚꽃 터널이 있어서 정말 많이들 찍으시더라고요.
다양한 봄꽃이 가득한 국립현충원
순국선열의 비석이 가득한 국립현충원은 다양하고 많고 큰 봄꽃들이 가득합니다. 한편으로는 장군묘, 사병의 비석의 공간 차이가 엄청난 것을 보면서 죽어서도 계급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구나 목숨은 하나이지만 비석이 차지하는 공간은 다르네요.
이렇게 낮은 높이의 벚나무들도 꽤 있습니다.
현충원 묘역 둘레길로 올라섰습니다. 드라이브하러 온 차량도 엄청 많네요. 차에서 꽃구경하고 나가는 차도 많고 세우고 구경하고 타고 가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저 같은 뚜벅이 분들도 많았습니다. 봄꽃도 자세히보고 오래 봐야 더 예쁘게 보입니다.
둘레길에 오르니 저 멀리 서초구 고층빌딩과 롯데타워도 보이네요.
미세먼지 다 어디갔는지 서초구에 있는 세빛둥둥섬까지 보입니다.
둘레길 정상 부근에는 거대한 목련을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크고 거대한지 한참을 보게 하네요. 여기는 제2 장군 묘역에 있는 목련입니다.
봉분 뒤에 거대한 목련 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무명용사의 위령탑 주변도 봄꽃이 가득가득합니다.
현충천 주변도 봄꽃이 가득합니다. 다 돌아보는데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걷는 것 싫어하시는 분들은 현충천 주변, 현충탑 주변만 돌아보셔도 봄기운 가득 느낄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날씨가 좋은 게 아니라 너무 덥네요. 4월에 25도라니 너무 더워요. 아니 개나리와 라일락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좀 이상한 봄입니다. 라일락은 벚꽃 다 지고 피는 꽃인데요. 여러모로 올 2022년 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