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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는 이화벽화마을에 대한 단상들

by 썬도그 2021.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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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동일한 사람은 정말 부러운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걸 잘하기까지 하니 그걸 직업으로 삼을 수 있으니까요. 돈도 벌고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적습니다.

사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기 좋은 곳과 살고 싶은 곳은 좀 다릅니다. 보기 좋은 곳은 사진으로 담기 좋은 곳으로 유명 사진 출사지가 됩니다. 수시로 카메라를 대고 사진을 찍는 곳이죠. 보통 이런 곳을 관광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관광지에 사는 사람들은 살기 좋다고 할까요? 아닐 겁니다. 관광객들이 밤낮으로 몰려서 사진 찍고 떠들면 사진 찍기 좋은 곳일지는 몰라도 살기 좋은 환경은 점점 허물어집니다. 

문제는 관광지가 주민들이 주거하는 주택지라면 관광의 시선과 주거의 시선이 충돌해서 큰 파열음을 냅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의 북촌한옥마을과 대학로 뒤 이화벽화마을입니다. 

관광지이자 주거지인 이화벽화마을

서울의 관광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볼만한 동네가 많지 않았죠. 그러다 2000년대 초 디카 열풍과 함께 찾아온 공공미술의 붐이 불면서 마을을 공공의 힘으로 가꾸는 벽화마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통영 동피랑 마을이었습니다. 수많은 사진 매뉴얼 책에서 추천 출사지로 통영 동피랑 마을이었습니다. 

동피랑 마을은 재개발을 앞두고 있었던 동네인데 벽화의 힘으로 재개발을 막았습니다. 동네를 밀고 아파트를 심는 재개발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헌 집의 불편함을 지우고 새집의 편리함으로 이전하는 것이죠. 문제는 추가 부담금이 있는데 추가 부담금이 1억 이상의 억 단위의 돈이라서 돈 없는 집이나 노인만 사는 집은 입주권을 돈 주고 팔고 떠나고 외지인들이 입주권을 사서 거대한 프리미엄을 받고 파는 문제가 있습니다. 원주민은 떠나고 돈 많은 외지인들이 어깨춤을 추는 꼬라지가 바로 재개발의 문제점이고 이는 현재까지도 유효합니다. 

동피랑 사건으로 인해 재개발이 필요한 동네들은 재개발을 늦추거나 막기 위해서 벽화를 도입합니다. 벽화의 효능은 슬럼화 되어가는 동네를 밝게 만드는 표면적인 면이 크지만 재개발을 막거나 늦추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울시 1호 공공미술지로 이화벽화마을이 선정됩니다. 

이때가 제 기억으로는 2006년 경으로 기억됩니다. 서울시가 경제 규모는 커지면서 여유가 생겼는지 서울 곳곳을 치장하기 시작합니다. 시멘트 냄새 가득한 서울시에 볼만한 곳도 없고 마을 가꾸기 사업 일환 그리고 예술가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공공미술을 도입합니다. 이후 지금까지 전국 지자체들은 공공미술을 많이 심고 있습니다. 이 총성이 2006년 경 전후로 기억됩니다. 이화마을은 그렇게 벽화와 예술품이 가득한 이화벽화마을이 됩니다.  

2007년 당시는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하이엔드 카메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해도 카메라든 사람은 저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2008년 입소문이 나면서 사진 유명 출사지로 각광을 받습니다. 2010년 경에는 1박 2일에 나오면서 대박이 납니다. 2012년에는 초 대박이 나서 주말에 가면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갔습니다. 

그림 같죠? 아닙니다. 이화벽화마을 계단을 이렇게 칠해 놓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계단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관광지가 된 마을 주민들의 불만 폭발

해안가 아파트에 살면 살기 좋을 것 같죠? 아닙니다. 보기만 좋습니다. 좋은 풍광이 삶에 큰 도움을 주지만 습기가 많고 바다의 염분이 주는 안 좋은 점도 많습니다. 관광지가 된 마을들이 그렇습니다. 관광객에게는 사진 촬영 명소, 관광 명소가 될 수 있지만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말, 휴일에는 더 시끄러운 관광객들의 소음으로 인해 살기 너무 불편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이화 벽화마을과 북촌 한옥마을입니다. 

북촌 한옥마을은 관광객이 거의 없는 요즘도 가회동 31번지에는 언덕길 위, 아래에 관광객들이 떠들지 못하게 관리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화 벽화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활기가 돌아서 좋았지만 단 하나의 금전적 혜택이나 낙후된 동네 생활 인프라 개선은 하나도 없고 소음 피해만 받다 보니 초기에는 지켜보다가 2016년 드디어 페인트를 꺼내 들어서 계단 벽화에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이는 한국뿐이 아니죠. 베니스는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다가 주민들이 관광객들을 혐오하는 시선도 컸습니다. 이런 관광지 마을은 2개의 부류로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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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류는 먹고 자는 주민들 또 한 부류는 여기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입니다. 상인들에게는 관광객들로 먹고사는데 반해 주민들은 관광객 많다고 좋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남의 집 들여다보고 깔깔거리고 웃는 소리에 수다 소리에 밤낮으로 들리는 사람 소리에 넌더리를 냈고 결국 벽화를 지워버렸습니다. 

문제는 이런 관광지 마을이 마을 동의 하에 벽화마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것이 계단은 공공의 거리이자 국가 소유라고 해도 집 담벼락에도 벽화가 가득 칠해져 있는데 남의 집에 함부로 벽화 그릴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주민들 최소 그 집주인은 벽화를 허용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2006년 경 공공미술도 마을 주민들에게 동의를 얻고 했겠죠. 안 그럼 할 수 있었겠어요. 다만 역효과가 나자 벽화 칠하는 걸 거부했습니다. 이해합니다. 거부할 수 있고 소음 피해에 대한 문제점으로 벽화 다 지워도 됩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원하던 조용한 동네, 관광지가 아닌 동네로의 전환을 서서히 시작했습니다. 

주민과 상인들의 다른 생각 주머니 

그럼 코로나19 세상의 이화벽화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먼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화벽화마을은 활력을 잃고 젠트리 현상이 살짝 있었습니다. 이 동네는 원래 구멍가게 몇 개만 있던 곳이라서 상가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 동네가 큰 인기를 얻자 몇몇 집주인들이 집을 팔았고 그 집을 개조해서 상업시설로 개조한 카페나 음식점이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그럼에도 새로 오픈한 상점들도 보이네요. 요즘 유행하는 공간 대여를 하는 '이화공간'도 있고 

조용한 스튜디오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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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도 여러곳 운영 중입니다. 위드 코로나 진행되면 더 활력을 얻을 듯합니다. 계단 벽화는 마을 주민들이 지웠지만(생각해보면 그거 공공 거리인데 주민이 공공기물을 훼손해도 되나?) 날개 벽화는 수시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계단 벽화는 주민들이 지웠고 주택 옆 벽화도 대부분 지워졌지만 모두 지워진 것은 아니에요. 이런 상업시설이 소유한 벽은 벽화가 그려져 있죠. 이 상인들은 벽화가 손님을 끌어 모으는 고객 유도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2개의 생각 주머니가 지금도 충돌 중입니다. 주민들은 관광객을 시끄럽다고 싫어하고 카페나 음식점 주인들은 관광객들을 좋아하고요. 

주민이 떠난 주택들도 상업시설로 변신하고 있고 위 사진에서 보시면 벽 전체를 노란색으로 칠한 집들도 좀 보입니다. 기존 주민들이 아닌 외지인들이 건물을 구입해서 리모델링하는 모습도 좀 보입니다. 이런 점진적 변화 즉 생활 소음이야 좀 발생해도 마을 활력을 느끼게 하면서도 관광객 소음도 다스리면 좋은데 주민 VS 상인으로 대립하는 느낌이네요. 

여기는 이화 벽화마을 중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는 카페 및 상점인데 노을 맛집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노을을 보러 왔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노을이 멋진 동네가 이화벽화마을 또는 낙산 공원입니다. 

세심하지 못한 서울시 행정

공생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가 관광지 마을로 만들 거면 주민들 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생활 인프라 하다 못해 주택 지붕이나 외관 개선 사업이나 페인트 칠이라도 해주면서 하면 주민들도 관광객의 소음이 짜증 나도 그래도 저 서울시가 이렇게 칠해주니 좋네라고 생각하고 참죠. 

이화 벽화마을에 박물관 짓고 공공시설 만들기만 하더라고요. 결국 주민들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거의 찾지 않고 덜 찾는 2006년 이전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관광객들이 많긴 한데 이 이화벽화마을을 들리는 것이 아니 아닌 그냥 몽땅 낙산공원 쪽으로 다이렉트로 올라가 버립니다. 여기 볼 게 있어야죠. 사진 찍을만한 예쁜 동네도 아니고요. 

K팝이다 K드라마, K 영화다 뭐다 해서 관광객들이 내년에는 꽤 들어올 텐데요. 이화벽화마을은 관광지에서 제외해야 할 듯합니다. 가라고 해도 너무 변해서 안 올 겁니다. 몇 년 전에는 한 외국인 관광객이 여기에 벽화 있었다고 하면서 속았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아파트 단지가 될 수도 있는 이화마을

박원순 시장을 초기에는 좋아했습니다. 이명박 오세훈 시절의 뉴타운은 원주민을 떠나게 하는 문제점이 심각했습니다. 연립주택이나 주택이 밀집한 동네를 불도저로 싹 밀고 아파트를 심는 뉴타운 제도는 새 아파트에 살려면 원주민들이 1~3억 이상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했습니다. 은퇴한 노인 분들만 사는 집은 추가 분담금을 낼 돈이 없습니다. 이러니 분양권을 팔고 떠납니다. 이렇게 원주민이 정착하지 못하고 서울 외곽이나 좀 더 저렴한 서울 지역으로 이동하는 문제점이 발생하자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은 도시재생을 들고 나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이 지금 도시재생 지역이라서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 도시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하는 건 도로 정비, 가로수 정비, 벽화 그리기, 가로등 정비 밖에 없습니다. 그냥 생활 인프라 까는 것 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사람들은 도시재생 관련 시민단체나 주민단체들이 별 도움도 안 되는 활동을 하면서 성과 보고 하고 세금 타 먹고 있더라고요. 

한마디로 문재인, 박원순 시장이 가장 못한 일 중 하나가 도시재생입니다. 지방은 도시재생 효과가 좋습니다. 거긴 부동산 재건축, 재개발이 어려운 도시이니까요. 서울은 다릅니다. 서울은 인구가 줄수록 오히려 일자리가 몰려서 서울, 경기도 인구는 줄지 않습니다. 지방 사람들이 더욱더 서울로 몰려올 뿐이죠. 따라서 서울은 그냥 두면 알아서 도시재생이 됩니다. 대신 뉴타운은 아니더라도 보다 재건축, 재개발을 쉽게 허용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신규 주택이나 아파트가 생겨서 집값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서울 아파트 값이 지난 3년 동안 2배 이상 오른 것은 공급 부족입니다. 처음에는 낮은 금리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신규 아파트 생기면 주변 아파트 가격 올린다면서 아예 못 짓게 했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내년까지 서울시에 신규 주택 공급률은 크게 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내년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계속 상승할 거라고 하죠. 

뒤늦게 문재인 정부가 시흥시에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는데 너무 늦었습니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서 아파트 가격은 폭발적으로 올랐습니다. 중요한 건 아파트 가격입니다. 빌라나 주택 가격은 오르긴 올랐지만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아파트라는 환금성 좋고 매매하기 편리하고 생활도 편리한 장점 때문에 아파트 수요가 늘어서 아파트 가격만 올랐습니다. 

이화마을 분들이 오세훈 새로운 서울시장이 발표한 5월에 발표한 6대 재개발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서 재개발을 다시 추진합니다. 이화마을이 재개발을 추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시도했다가 리먼 사태로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꺼저버렸죠.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돌아오자 다시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교차가 심해서 그런지 주택 수명이 50년밖에 안 됩니다. 아파트는 40년 정도라고 하니 너무 심합니다. 무슨 가전제품도 아니고 주택 수명이 너무 낮죠. 그래서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해야 합니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새집 엄청 좋아하잖아요. 새집이 주는 편리가 얼마나 좋겠어요. 그 편리의 정점은 아파트입니다. 

그러나 이 산기슭을 깎아서 만들어진 동네에 아파트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가능은 할 겁니다. 건축기술이 좋아서 요즘은 이런 산등성이 같은 마을에도 아파트를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말고 빌라나 일반 주택으로도 재건축이 가능할 것 같지만 그러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겠죠. 이화동 재개발 아파트가 성립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만약 아파트가 들어서면 이화 벽화마을에 카메라 들고 갈 일은 사라지겠네요. 

이화 벽화마을이 사라진다고 안타깝거나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그냥 이 낙산 공원이 노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아쉬움은 있습니다. 서울시, 마을협의체, 상인 협의체가 협심해서 마을을 가꾸면 좋은데 파열음만 계속 내다가 활력의 촛불을 꺼버린 느낌입니다. 특히 서울시가 너무 무신경했어요. 주민들 불편을 들었으면 그에 대한 배상이라도 하고 보상이라도 해줘야죠. 관광지라고 홍보만 열심히 하고 주민 불편에 대한 목소리는 경청을 안 했어요. 한다고 하는 건 봤지만 민심을 돌리기에는 많이 모자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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