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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이사 간 류가헌 사진 전문 갤러리를 가보다

by 썬도그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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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성시대는 지났습니다. 확실히 지났습니다. 유명 사진 출사지에 흔히 보던 검은 DSLR도 작고 하얀 미러리스 카메라를 든 사람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가끔 볼 때면 아직도~~~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사진의 인기는 생각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사진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카메라의 인기가 떨어졌고 그 카메라의 떨어진 인기를 흡수한 것이 스마트폰입니다. 저 또한 중요한 사진도 아니고 일상 기록이나 반나절 서울 여행을 할 때면 스마트폰만 들고 갑니다. 

그럼에도 카메라는 여러 파생 문화를 만들었죠. 카메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사진전 더 많이 보러가지 스마트폰으로만 사진 찍는 분들이 사진전을 많이 보러 갈까요? 이러다 보니 국내외의 유명 사진작가, 사진가들의 사진전을 보러 가는 사람이 확 줄었고 그보다 사진전 자체가 확 줄어든 느낌입니다. 

신진 사진작가 진입자도 주는 등 전체적으로 사진 문화가 쇠퇴하는 느낌입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2021 사진영상기자재전에 캐논, 니콘, 소니 모두 참가를 안 하는 걸 보면서 심각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코로나 시국이라서 참가 안 하는 것도 있겠지만 내년에도 참가 안 하면 카메라 제조사 조차도 사진보다는 동영상 전성시대를 인정하고 넘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전자책과 종이책처럼 사진과 동영상은 공존하겠죠. 확실히 사진에 대한 인기는 확 줄어든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사진전을 사진만 보러 가는 건 아닙니다. 공간을 보러 갔다가 사진도 전시하기에 보기도 하죠. 대표적인 곳이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입니다.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 옆 동네 있던 한옥 사진 갤러리 류가헌은 공간이 참 좋았던 곳입니다. 

카페도 운영하고 사진책들도 볼 수 있어서 사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사진 문화를 충분히 적시고 올 수 있었던 곳입니다. 이 한옥갤러리 류가헌이 몇 년 전에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하고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네요. 이사했다고 해도 기존에 있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3호선 경복궁역 앞 풍경입니다. 시원하죠. 고층 건물도 없고 아파트도 안 보입니다. 아파트만 안 보여도 보기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서울입니다. 물론 살기는 아파트가 최고인데 풍경 중 최악의 건물 형태는 아파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빨대같이 길쭉해서 똑같은 패턴으로 생긴 건물이 수십 개 있어봐요. 흉측하죠. 대형 건물은 그나마 각양각색 모양도 다르잖아요. 

서촌은 그래서 좋아요. 아파트 단지가 없어서요. 이사간 갤러리 류가헌은 경복고등학교 근처에 있습니다. 서촌 앞의 대로를 따라서 쭉 올라가다가 신교터를 발견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인왕산이 보이네요. 100년 전 인왕산은 민둥산이었네요. 하기야 오래된 흑백 사진들 중에 한국의 산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죄다 민둥산입니다. 겨울에 산에서 잘라서 땔감으로 쓰니 산에 나무가 남아날 수 없죠. 

위를 올려다 봤습니다. 산 능선은 그대로인데 푸릇푸릇하네요. 

류가헌을 발견했습니다. 한옥 갤러리가 정체성인데 이전한 류가헌은 그런 정체성이 사라졌네요. 관장님이 계속 한옥 갤러리에서 운영하려 했지만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전했나 봅니다. 기존의 한옥은 다른 곳에서 사용하는 듯하더라고요. 

입시 연대기 사진전이 하고 있네요. 공간은 2층과 지하 2곳에 갤러리가 있습니다. 

사진 책방 고래와 탠고 커피숍은 지하에 있습니다. 

류가헌 1관 ,2관이 있네요. 

류가헌 갤러리 1입니다. 창가가 아주 시원스럽네요. 

사진전과 함께 사진집도 볼 수 있고 구입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진전을 하고 사진집까지 연결되는 사진전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전은 3부작 시리즈의 완결이라서 사진집으로 담을 정도로 많은 사진들이 많네요. 물론 그중 일부만 사진전에 걸렸습니다. 

입시 3부작 사진들이네요. 입시 지옥 한국을 다양한 표현법으로 다루었는데 연출도 있고 다큐 형식도 있는 등 입시라는 소재를 다양한 표현법으로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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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류가헌 1관은 생각보다는 작았습니다. 넓은 창가가 있어서 담소 나누기 좋은 공간이 있지만 공간 자체는 크지 않네요. 1관 보다는 2관인 지하간이 더 큽니다. 

지하로 내려가 봤습니다. 사진책방 고래와 덴고의 커피가 함께 있네요. 시간이 없어서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들려보고 싶네요. 

지하인 류가헌 2관이 메인 갤러리네요. 공간 자체가 아주 넓고 인사동의 여느 갤러리 크기입니다. 가운데 긴 테이블도 있네요. 

이전 한옥갤러리 류가헌은 다양한 사진책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여기로 옮겨 왔네요. 한옥의 운치가 사라져서 아쉽지만 그래도 사진 전문 갤러리로 유지하는 것은 너무 좋습니다. 가뜩이나 사진 전문 갤러리가 사라지거나 강남으로 이전해서 거의 찾아가지 않게 되었는데 그나마 서촌 인근에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갤러리 류가헌 2관을 내려가는데 한 고등학생이 후다닥 나가더라고요. 고등학생이 사진전을? 그것도 교복 입고? 신기한 풍경이다하고 봤는데 그 고등학생을 류가헌을 나오면서 또 만났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촬영하고 있네요. 보면서 흐뭇했습니다. 때로는 사진이 주는 감동보다 사진을 찍는 풍경이 주는 감동이 큽니다. 

사진에 푹 빠지면 세상 모든 피사체를 사랑하게 되죠. 발 밑에 있는 작은 피사체는 다가가서 줌으로 당겨서 자세히 오래 보면서 그 피사체에 빠집니다. 한 때 저도 저런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멀리서만 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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