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벚꽃 명소인 안양천의 벚꽃이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벚꽃은 비로 시작해서 비로 마무리한다고 하죠. 그래서 올해는 유난히 주말마다 비가 내려서 1주일 정도만 개화하고 사라진 느낌입니다. 그럼에서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안양천을 보다 보면 아직도 벚꽃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 봤습니다.
시골역 같은 금천구청역은 출구가 1개 밖에 없는 전철역입니다. 이런 역이 서울에 거의 없는데 코레일이 운영해서 그런지 역사 리모델링도 안 하고 있네요. 개발 계획은 있지만 계획이 다 그렇듯 언제 될지는 모르겠네요. 금천구청역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안양천을 넘어갈 수 있는 인도교가 있습니다.
요즘 안양천은 물이 참 맑아요.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면 팔뚝보다 굵은 붕어들이 참 많습니다. 참게도 있고 도마뱀, 심지어 뱀도 나옵니다. 생태계 복원이 잘 되었어요.
안양천이 이렇게 맑기만 한 것은 아니고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안양천은 똥내가 가득했어요. 안양시가 하수처리장을 만든 후에 이렇게 맑아졌네요.
안양천 벚꽃길은 꽤 긴데 그 끝이 분명 존재합니다. 금천구청역에서 기아대교 쪽이 끝이고 그 이후에는 벚나무가 없습니다.
지금 펴 있는 벚꽃은 늦게 핀 벚꽃도 있지만 잎과 함께 피는 벚꽃도 있네요. 잎과 벚꽃이 공존하기가 흔하긴 하지만 많지는 않아요. 보통 꽃잎 다 떨어지고 잎이 나오거든요.
떨어진 벚꽃잎들이 많이 있네요 분홍빛 벚꽃잎도 있고 하얀 벚꽃잎도 있어요. 대체로 핑크 핑크 하네요. 이 사진엔 겨울, 봄, 여름의 색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늦게 핀 벚꽃이 얼마 안 남은 봄의 마지막 정취를 담아내고 있네요.
이 나무는 크기도 크고 색도 분홍색이라서 눈에 확 들어오네요.
자세히 보면 벚나무가 아닌 것 같기도하고요. 워낙 봄꽃 나무들의 꽃이 비슷비슷하게 생겼어요.
들고 나온 70~300mm 줌렌즈가 사진을 압축해서 보여주네요. 이런 압축 효과로 인해 벚꽃들을 뭉쳐서 담을 수 있어서 좋아요.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벚꽃잎들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벚꽃잎이 눈처럼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 벚꽃 떨어지는 걸 찍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도 많이 찍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벚꽃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cm라고 하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 제목이 '초속 5cm'입니다. 눈과 비슷하게 내리지만 면적이 넓어서 그런지 좀 더 늦게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모르면 찍어보면 됩니다. 어차피 사진이라는 것이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놀음이고 이 중에서 주간은 조리개, 셔터스피드 조합만이 촬영자가 조작할 수 있는 설정입니다.
찍으면서 요령을 알았습니다. 먼더 300mm 화각의 줌렌즈리 촬영하면 흩날리는 벚꽃잎을 한 화면에 압축해서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셔터스피드를 1/250초 이하로 내릴 수 없습니다. 그러면 사진이 흔들리게 되니까요.
참고로 화각 mm가 흔들림을 막을 수 있는 최소 셔터스피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50mm 화각에서는 1/60초 이상 셔터스피드를 올려야 사진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요즘은 손떨림 보정 기능이 좋아져서 이보다 내려도 되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안전 셔터스피드를 생각하고 촬영해야 합니다.
1/250초 이상으로 올리면 조리개가 좀 더 크게 개방되고 조리개가 크게 개방되면 아웃포커싱이 커집니다. 그래서 위 사진처럼 초점이 걸어오시는 할아버지에 맞아서 그 앞에 떨어지는 벚꽃잎들은 초점이 나갔습니다. 몽환적 느낌이 목적이라면 일부러 벚꽃잎을 흐리게 담으면 좋지만 의도하지 않는다면 초점을 할아버지가 아닌 앞쪽에 맞춰야겠죠.
이번엔 초점을 앞쪽에 맞췄더니 벚꽃잎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 뒤에는 다 흐리게 보입니다. 사진의 주제가 사람이 아닌 벚꽃잎이 되었네요. 우리가 맞추는 초점은 우리의 주제 피사체를 표시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초점이 맞은 피사체가 촬영자가 이게 내가 보여주고 싶고 부각하고 싶은 하이라이트라고 표시해주는 것이죠. 흐려진 부분은 배경으로 활용하고 싶아는 이야기고요.
벚꽃잎을 주제로 삼는다면 고려할 것이 있습니다. 초점은 당연히 벚꽃 잎이 가득 떨어지는 위치에 맞춰야겠죠. AF로 하면 떨어지는 벚꽃을 추적해서 촬영하기 어렵기에 벚꽃이 많이 떨어지는 위치에 있는 다른 피사체로 초점을 맞추고 수동 초점으로 조정하거나 반셔터로 벚꽃잎 지는 근처에 있는 피사체로 초점을 맞춘 후로 앵글만 살짝 이동해서 담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벚꽃이 하얀색이기에 배경은 검을수록 벚꽃잎이 확실하게 담을 수 있습니다. 하얀 피사체는 배경이 검을수록 제대로 담기죠. 눈이 그렇고 벚꽃잎이 그렇습니다. 보시면 벚나무의 검은 줄기와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 앞에 있는 벚꽃들이 더 잘 보입니다.
그리고 빛입니다. 위 사진은 하얀색 배경인 벚꽃도 밝게 담겼습니다. 그 이유는 저 벚꽃 지는 위치에 햇빛이 사선으로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풀거리면서 떨어지는 벚꽃잎이 햇빛에 반사해서 반짝이면서 내려오더라고요. 마치 반짝이 같았어요.
벚꽃잎이 없는 사진도 고민이 많습니다. 망원렌즈나 줌렌즈로 담으면 사람에게 초점을 맞출 것이냐 아니면 벚꽃에 맞출 것이냐 선택을 해야 합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다 찍어보세요.
사람에 맞춘 사진도 벚꽃에 초점을 맞춘 사진도 다 느낌이 다르면서 좋을 수 있으니까요.
안양천에는 철새도 많은데 신종 조류인 드론도 있네요. 누가 날리던 드론인데 여기 떨어져 있네요. 지나가는 분들이 주웠다가도 다시 내려놓으시네요. 주인이 여기 떨어진지 몰라서일까요? 저가 장난감 드론이긴 하지만 그래도 꽤 가격이 있을 텐데 찾아줄 방법이 없네요. 한 6~7만 원 대 어린이 장난감 드론인 듯하네요.
이렇게 벚꽃엔딩이 흐르는 4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