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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음악창고

영상자료원은 있는데 왜 음악자료원과 박물관은 없을까? 음악박물관을 만들어라!

by 썬도그 2021.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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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기본 속성은 기록입니다. 요즘은 예술의 도구로도 인기가 높지만 그럼에도 사진의 기본 기능은 기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해야 하는 순간인 졸업식, 입학식, 기념식을 할 때 사진이라는 뛰어난 기록 매체로 기록을 남깁니다. 그러나 지금은 값싸고 무한 복제가 가능해서 기록의 기능을 넘어서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조상과 선조의 경험을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로 전해지던 정보를 종이에 문자로 기록하면서 정보 혁명이 일어나게 됩니다. 기록의 중요성은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과거의 기록들은 우리의 현재를 풍요롭게 합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가면 '한국영상자료원'이 있습니다. 여기는 한국 영화들을 보관하고 기록하고 전시하고 상영까지 하는 한국 영화의 메카이자 소중한 박물관이자 상영관이자 기록관입니다. 법에 의해 한국 영화는 영화를 만들면 필름 1부를 영상자료원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요즘은 디지털 파일로 제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영화를 후세들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모든 한국 영화는 기록보관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2중 백업으로 각기 다른 곳에 분산 백업을 해 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만들어진 한국영화를 발굴하고 해외에 있는 걸 알면 찾아가서 돈을 주고 사 오고 훼손된 영화는 많은 돈을 들여서 복원까지 하고 있습니다. 

아주 제대로 된 아카이빙, 올바른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곳이 '한국 영상자료원'입니다. 

여기에 박물관도 운영해서 한국 영화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수시로 기획전을 열어서 내가 접하지 못한 시대의 영화와 문화를 접할 수 있습니다. 지하에는 시네마테크가 있어서 흘러간 한국과 외국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흘러간 영화 중 좋은 영화는 GV를 통해서 감독과 배우를 모시고 그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요즘 못 가지만 한 때 많은 영화들을 시네마테크에서 많이 봤습니다. 너무 좋아서 한 때는 상암동 근처로 이사갈 생각까지 했습니다. 한국 영화인들은 이런 공간과 이런 관청이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고 축복이라고 느껴집니다. 

그 결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데에는 이런 한국 영화계의 뚝심과 열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영화학도들이 영상자료원에서 영화인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대중문화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인기는 한국 영화보다 더 높은 K팝이라고 하는 대중가요는 박물관이 있나요? 기록하고 보관하고 정리하는 관청이 있나요? 예를 들어 유재하라는 가수에 대한 정보나 앨범 등등의 아카이빙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나요? 있다면 알려주세요. 한국 가요에 대한 박물관은 보지 못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 영상을 소개했습니다. 한국 대중가요를 부른 가수들이 나와서 한국 가요들의 역사를 들려주는 내용에 푹 빠져서 봤습니다. SBS에서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에 방송하는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였습니다. 지난 1월부터 방송 중인데 어제 알았네요. 이 방송을 보고 놀란 것은 한국 가요의 역사를 재미와 차분한 어조로 아주 잘 정리해 주고 있고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잘 소개하고 있네요.

이런 방송은 억대 연봉자가 많은 KBS에서 해야 하는데 SBS가 하고 있네요. 정말 놀랍고 감사한 기획입니다. 언젠가 이 방송도 20,30년 후에 한국 가요의 교과서로 사용될 수도 있겠네요. 

영화 '비긴 어게인'의 대사처럼 음악은 3분짜리 타임머신입니다. 

지금도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이 유행했던 그시절 그때의 내 모습으로 쉽게 돌아갑니다. 또한, 마음이 평온해지고 리플래시가 됩니다. 신기하죠? 새것이 활력을 주고 옛것은 지루함을 주는데 옛 가요가 오히려 더 신선하고 활력을 줄 때가 많습니다. 

지금도 딴따라라고 비하하는 모습이 있듯이 유독 한국 가요는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폄하까지는 아니지만 한국 가요과 팝 음악의 질적 차이는 꽤 컸고 그래서 가요를 찾는 사람들이 적긴 했습니다. 그러다 이문세와 유재하가 팝 못지않게 세련된 가요, 클래식을 접목한 가요를 내놓으면서 서서히 판도가 바뀝니다.

이 변화의 바로미터는 라디오입니다. 라디오에서 85%가 팝송만 나오던 시절을 넘어서 1987~88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가요의 인기가 오르더니 현재는 배켐이라고 하는 일부 라디오 방송만 팝송 방송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의  핵심인 가요에 대한 기록과 역사를 관리하는 음악 자료원은 왜 없을까?

검색을 해보면 경주에 대중음악박물관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알쓸신잡'에서 유희열이 갔던 곳이네요. 그러나 이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지 정부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럼 정부가 영상자료원처럼 한국 가요나 한국의 음악을 기록 보관 관리하는 곳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왜 없을까요? K팝이다 뭐다해서 한국 문화 홍보할 때마다 가장 앞서서 소개하는 것이 K팝인데 그에 대한 대우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합니다. K팝이라고 하는 전 세계적인 인기도 많은 축적된 시간이 만든 열매이지 갑자기 한국 가요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끈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음악박물관이나 자료원을 만들어서 한국 대중가요에 대한 보관과 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생각조차 안 하는 듯하네요. 

대중음악만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음악에는 클래식 음악도 있고 다양한 악기 연주곡도 있고 연주자도 있습니다. 국악도 있죠. 음악이라는 카테고리도 차별 없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음악과 가수, 연주자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분리하고 소개하는 영상자료원 같은 장소가 한국에서도 하나 정도는 해외 팬들도 참 좋아할 겁니다. 

백화점 입구에 K팝 가수로 도배하는 수준으로 머물고 있는 한국 가요에 대한 정부의 대우는 참 아쉽기만 하네요. 그런면에서 한국 가수들이 뭉쳐서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대중문화를 홍보용으로 이용당하지 말고 현재를 기록해서 후배와 앞으로 자라랄 세대애게 한국 가요의 흐름과 계보와 역사를 쉽게 알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직 살아 있는 가수들이 많고 누군 기록하고 누군 기록 안 하기엔 부담스러워서일까요? 또한 영화보다 가수는 너무 많아서 그럴까요? 하지만 이런 것은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겁니다. 마음만 있다면 의지만 있다면 정부가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가요는 모든 콘텐츠의 배경음이 될 수도 있고 윤활유가 될 수 있고 되고 있지만 점점 배경소리로만 대우하는 건 아닌지 아쉽고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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