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넷플릭스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웰컴 투 마웬>입니다. 제목이 <웰컴 투 동막골>과 비슷합니다만 영화 내용은 크게 다릅니다. 영화 한 10분 보다가 재미없으면 다른 영화를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영화 초반 10분이 절 혹하게 하네요.
놀라운 CG의 오프닝 시퀀스. 인형 마을 마웬 이야기를 만드는 마크 호건캠프
영화가 시작되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자막이 뜹니다. 실화 자체가 치트키라고 할 정도로 요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참 많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벨기에 상공에서 미국 대위 호기가 조종하는 전투기가 격추됩니다. 그런데 격추된 후에 영화가 뭔가 달라집니다. 얼핏 보면 주연 배우인 '스티브 카렐'인데 인형입니다. 구체관절 인형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뭐지? 3D 애니메이션인가 하고 흥미롭게 봤습니다. CG가 어마어마하게 정교해서 마치 실제 인형을 스톱모션으로 촬영한 영상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장면은 인경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마저 들게 하네요. 너무 정교한 CG에 감독을 알아보니 로버트 저메키스입니다. 아! 이해가 갔습니다. 뛰어난 영화 기술로 우리를 들었다 놓았다 했던 흥행 귀재 감독인 저메키스 감독이네요. 대표작으로는 빽 투더 퓨터 3부작과 포레스트 검프, 리얼 스틸 등이 있습니다.
명감독이긴 한데 워낙 최신 CG 기술에 기대는 기술주의 감독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 최근인 2018년에 연출한 이 <웰컴 투 마웬>은 국내에서 개봉을 안 하고 넷플릭스로 소개되었네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국내 개봉이 안 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이 영화 CG는 좋고 스토리도 괜찮지만 돈을 내고 볼 정도의 큰 재미나 규모는 아닌 소박한 영화입니다.
불시착한 호기 대위는 불에 타서 버린 신발 대신 근처 서 있는 차량에서 얻은 하이힐을 신습니다. 그렇게 풀 숲을 지나는데 독일군을 만납니다. 독일군은 하이힐을 신은 호기 대위를 보고 박장대소를 합니다. 이때 바비 인형 같은 여성으로 이루어진 레지스탕스가 호기 대위를 구출합니다.
영화는 갑자기 실사 영화로 전환이 됩니다. 마크 호건캠프는 사진작가입니다. 구체관절 인형을 이용해서 미니어처 사진을 찍습니다. 마크가 만든 미니어처 마을의 이름이 마웬입니다. 마크는 몇 년 전에 나치 문양을 팔뚝에 문신을 한 폭력배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합니다. 이후 이전에 가직 있던 기억은 다 사라지고 전에 했던 삽화일도 못합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가해자와 한 공간이 있어야 하는 피해 진술조차 못 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세상 대신 완벽한 세상인 마웬을 만든 호기
마웬에 사는 인형들은 마크가 만든 캐릭터들로 모두 주변 이웃들입니다. 미녀 레지스탕스 부대원들도 마크를 도와주는 마음씨 고운 이웃입니다. 마크가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걸 신고한 웬디와 마크에게 구체관절 인형을 판매하는 판매원과 한 달에 한 번 찾아와서 마크에게 치료약과 복지에 신경 쓰는 사회복지사와 마크가 가끔 나가서 일을 도와주는 식당 종업원 등등 모두 마크를 도와주는 고마운 이웃입니다.
마크가 마웬이라는 2차 세계대전 벨기에의 한 마을을 집 뒷뜰에 만든 이유는 마크가 이 세상을 창조한 창조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세상에서 하이힐을 좋아한다고 한 말 한 마디에 집단 구타를 당한 불완전한 세상과 소통을 하지 못하는 마크는 결국 자기가 만든 마웬이라는 마을에 인형을 배치하고 사진을 촬영합니다.
이 사진을 가지고 사진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진작가라기 보다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과거를 잊기 위해 사진을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마크의 이런 슬픈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마크 옆집으로 철자에 E가 없는 니콜(레슬리 만 분)이 이사옵니다. 니콜은 아픈 아들을 두었지만 지금은 옆에 없습니다. 니콜도 상처가 많아 보입니다. 니콜은 간호업을 해서 그런지 마크의 이야기를 TV에서 보고 마크가 운영하는 마웬 마을에 관심을 가집니다.
마크도 이 새로운 이웃에게 관심을 보이고 니콜이라는 인형을 투입합니다. 니콜과 호기 대위는 함께 춤을 추고 호기가 차를 좋아하는 니콜을 위해서 티팟 모양의 집을 선물해 주는 등 두 사람 사이에 온기가 흐릅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외로운 마크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마크가 만든 마웬에서는 호기와 니콜이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할 수 있지만 현실 세계는 마웬과 다릅니다. 다시 정신 발작을 일으킨 마크 앞에 벨기에 마녀 인형이 나타납니다.
마크는 마웬이라는 마을에서 이야기가 뜻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이야기가 안 풀리면 벨기에 마녀가 등장해서 한 방에 해결해 줍니다. 모든 행운과 불행이 벨기에 마녀 때문이죠.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할리우드의 뛰어난 제작 능력에 감탄하지만...
영화 <웰컴 투 마웬>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이런 다소 평범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할리우드 시스템에 감탄했습니다. <웰컴 투 마웬>의 실제 이야기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해보니 2000년 4월 8일 뉴욕 주 킹스턴 주차장에서 5명의 청년에게 구타를 당한 마크 호간캠프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니콜이라는 캐릭터는 가공의 인물로 보이네요. 아무래도 한 폭행 피해자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또는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가십으로는 소비할 수 있지만 영화로 만들기에는 스토리 자체가 빈약합니다. 그래서 니콜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녹여 놓았네요. 이런 걸 보면 할리우드는 정말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를 영화로 잘 만듭니다.
여기에 뛰어난 CG 기술로 치장을 아주 잘하죠. <웰컴 투 마웬>에서 CG가 없었다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뛰어난 CG 기술을 보는 재미로 영화 전체에 집중을 하게 합니다.
볼만한 영화 <웰컴 투 마웬> 그러나 후반 마무리는 좀 엉성
위 사진은 실제 마크 호간캠프(Mark Hogencamp)가 촬영한 사진으로 영화에서 사진전의 대표 사진으로 걸립니다. 이 사진은 SNS에 공유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미니어처 사진이다 아니다 진짜 2차 세계대전 사진이다라고 갑론을박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으면 오해를 살 정도였을까요?
실제 마크의 사진을 보면 영화 속의 장면들도 많이 보입니다. 마크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마을을 만든 이유는 자신을 구타한 폭력배 중 한 사람이 팔뚝에 나치 문양을 했기 때문입니다. 독일군을 물리친 것은 미군입니다. 그래서 마크는 미군 대위가 되어서 독일군과 맞서 싸웁니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마크도 자신들을 구타한 청년과 같은 독일계 미국인이었습니다. 단지 하이힐을 좋아하고 수집하고 신고 다니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참지 못하는 나치와 같은 폭력배의 폭력을 치유하기 위해 미군 대위가 됩니다.
영화 <웰컴 투 마웬>은 소박한 영화입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구조나 스토리 자체도 크게 특색이 있어나 큰 감동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놀라운 CG로 구현한 인형들의 액션은 꽤 볼만하네요. 영화 후반에는 저메키스 감독을 세계적인 감독으로 만든 빽 투더 퓨처의 타임머신인 드로이안도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매끄럽지는 못하네요. 다만 결말이 뻔하지 않고 현실적이라서 좋았습니다.
시간 날 때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볼만한 좋은 드라마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완벽하지 않은 세상 대신 완벽한 마을 마웬을 만들어서 스스로를 구원한 사진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