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쓸까 말까 참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제 블로그는 사진, 카메라, 영화, IT 등 제가 좋아하는 주제를 주로 쓰긴 요즘이지만 블로그 운영 초창기인 2009년~2014년까지는 정치 이야기와 다양한 일상 이야기도 참 많이 포스팅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정치 이야기만 하면 악플이 줄기차게 달려서 잘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정치 이야기를 피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시끄러운 이야기를 덜 쓰려고 하다 보니 최근엔 정치 이야기를 잘 쓰지 않게 되네요.
그러나 오늘은 21대 총선 날이고 지금 개표 방송을 보고 있습니다. 개표 방송을 보면서 제가 사는 지역구 선거는 당선자도 탈락한 후보도 모두 진 선거라고 느껴지네요.
정말 투표하기 싫었던 21대 금천구 국회의원 선거
제가 사는 곳은 서울시 금천구입니다. 금천구는 구로구에서 분리된지 30년도 안 된 서울의 막내구입니다. 1995년 구로구에서 분리된 구이니 이제 25년이 되었네요. 금천구는 광명시, 안양시와 관악구 구로구를 이웃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관문이라서 교통편은 좋은 편이지만 5년 전만 해도 광명시, 안양시보다 아파트 가격이 더 저렴해서 서울이지만 경기도보다 못한 동네로 인식이 박혀 있습니다. 지금도 금천구민들의 기본 마인드는 열패감으로 낙후된 지역이라는 수식어를 입에 달고 삽니다.
위 사진은 구 시흥역 현 금천구청역으로 출입구가 1개인 시골역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금천구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낙후된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죠. 현 구청장이 이 금천구청 역을 개발한다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네요.
이 역 주변에는 대한전선 공장이 떠난 거대한 나대지가 2개나 있는데 무려 10년 넘게 빈 공간으로 놀리고 있습니다. 5년 전에 그 탈 많은 부영 건설이 땅을 매입한 후 종합병원을 건설한다고 한 것도 수년이 지나가고 지금은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착공한다고 하지만 건물 올라가는 것이 올라가 봐야 올라가는 거지 그전엔 확신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나마 육군 도하부대가 떠난 자리에 롯데캐슬 1,2,3단지와 호텔, 오피스텔이 올라선 후에 금천구 아파트 중위 가격은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롯데캐슬 24평대 아파트가 8억, 34평 아파트가 10억대에 올라가는 등 놀라운 가격 상승을 보입니다. 이 롯데캐슬 주변에는 수영장이 있는 체육관이 올라섰고 서서울미술관도 만들 예정입니다. 이 주변만 보면 금천구가 아닌 신도시 느낌이 크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금천구가 가장 열악한 부분인 교육이 문제입니다. 고등학교는 문일 고등학교 동일여고가 있지만 명문 중학교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분들은 금천구를 잠시 떠나거나 영원히 떠나버립니다. 이에 롯데캐슬 주민들은 중학교 신설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청은 중학교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통계를 보여주면서 인원이 주는데 무슨 중학교냐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건 거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갈만한 중학교가 없으니 30,40대 부부가 자녀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전세를 놓고 잠시 떠나 버립니다. 게다가 갈만한 학원도 없어서 금천구 학생들은 광명시 학원 인프라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대형마트는 무려 4개나 있고 차로 5~10분 거리에 이케아, 이마트, 코스트코 등등을 갈 수 있는 쇼핑에는 강점이 있습니다. 금천구가 낙후된 이미지 저렴한 아파트 가격을 보유한 이유는 금천구는 아파트가 많지 않습니다. 아파트가 많아야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데 많지 않고 오래된 구축 아파트가 많으니 아파트 가격이 광명시보다 저렴합니다. 그러나 롯데캐슬이라는 1만 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가 올라선 후 24평 아파트가 8억을 찍는 등의 고공행진을 하자 금천구 아파트 중위 가격은 서울 꼴찌에서 탈출합니다.
금천구의 노른자 땅이 이 롯데캐슬입니다. 그런데 이 롯데캐슬이라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국회의원, 구청장이 아닌 해운대 엘시티를 개발한 로비스트 이영복이라는 소리가 많습니다. 우리가 정치인 그것도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의원을 뽑는 이유는 지역 발전, 지역에서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이끌어내 달라고 뽑아주는 것이 있습니다.
강남 아파트가 비싼 이유는 뛰어난 인프라 때문입니다. 강남은 걸어서 다양한 노선의 지하철을 탈 수 있습니다. 조금만 걸으면 지하철이 나올 정도로 지하철 인프라가 엄청 발달했습니다. 여기에 각종 좋은 시설은 강남에 많죠. 코엑스가 지하철이 각종 대형 시설이 강남 3구에 있는 이유는 그 지역에 고위 공무원과 끗발 있는 국회의원 같은 정치 세력의 역할이 큽니다.
그래서 많은 지역민들이 끗발 있는 지역구 의원을 만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초선보다는 2선, 3선을 뽑길 원합니다. 금천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인프라가 많이 열악합니다. 금천구에 이렇다 할 시와 정부에서 지은 관공서도 없고 찾아갈만한 박물관이나 심지어 갤러리도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가디라고 하는 가산디지털단지의 난개발로 출퇴근 시간에 교통체증만 유발하고 있고 가디는 지옥의 구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개발에 난개발이 복합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금천구의 인프라 구축이나 최소한 이 문제를 국가에 요구하고 관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고 금천구는 그런 국회의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코레일이 1호선 복선화를 통해서 급행열차 노선을 증설했습니다. 그런데 급행열차 노선에서 금천구청역 과 독산역을 빼버립니다. 길만 내주고 혜택은 더 줄어들게 되자 금천구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이훈 현 국회의원이 코레일과 상담을 해서 아침저녁 대의 급행열차는 금천구청역에 서게 만들었습니다.
코레일 자체의 기준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금천구를 얼마나 호구로 봤으면 있던 급행열차를 빼버릴까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만약 힘 있는 국회의원이었다면 이런 생각조차 못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낙하산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후보
금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많이 지지합니다. 가끔 민주당 의원만 나온 지역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 당시 뉴타운 공약으로 시흥3동에서 몰표가 나와서 당선된 '안형환'의원은 새누리당 의원입니다. 또한 한인수 전 금천구청장은 한나라당, 새누리당 출신의 금천구청장을 연임했습니다. 따라서 금천구가 민주당 텃밭은 아닙니다. 물론 최근에는 계속 민주당 출신 구청장과 의원이 나오지만 이는 다른 서울 지역과 비슷한 모습이라서 금천구가 민주당 텃밭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금천구 국회의원은 놀랍게도 대부분이 초선의원이고 딱 1명 이목희 민주당 의원이 2선을 했습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이목희 전 의원이 3선을 도전할 것 같았는데 스캔들이 터지면서 경선에서 탈락합니다. 그리고 이훈 의원이 후보에 올라서 당선이 되었습니다.
이훈의원은 모범의원이었습니다. 성실했고요. 그러나 지역민에게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지역 현안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10년 이상 나대지로 있는 금천구청역 앞 공간은 그냥 놀리고 있고 지역 현안인 교육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내 경선에서 탈락할 것 같았지만 루머가 터지면서 스스로 경선에서 물러납니다. 이후 치열한 당내 경선이 일어날 줄 알았습니다. 후보로는 8년 동안 금천구청장을 했던 차성수, 2선 의원인 이목희 전의원이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저도 더불어 당내 경선 투표에 참여해보고자 전화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최기상 후보를 단독 후보로 지정합니다. 쉽게 말해서 낙하산입니다. 최기상 후보는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영입인재라는 낙하산 후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천구를 전략지로 선정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을 제기한 부장 판사 출신의 후보입니다. 인물 됨됨이야 좋은 분이지만 이런 분은 비례대표로 가야죠.
지난 1월 법복을 벗은 최기상 후보는 금천구와 전혀 연관이 없는데도 금천구 후보로 내려 보냅니다. 최기상 후보가 살면서 금천구에 몇 번이나 와봤을까요? 금천구의 현안도 모르고 지역 주민들이 뭐가 불만인지 알지도 못하는 분을 내려 보내니 지역 주민들은 화가 많이 나 있습니다. 저 또한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는 편이지만 이번 후보 선정은 너무 무신경한 결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저 최기상 후보가 빠른 시간 안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추진력 있게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국회의원 경력도 없고 국회에 인맥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지역발전이나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이 드네요.
특히 선거 공약을 보면서 2016년 이훈 의원이 한 공약과 똑같아서 놀랐습니다. 다른 것은 공군부대에 중학교 건립을 내세웠는데 이는 초선의원이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렇게 개발하려면 국방장관 구워삶거나 공군부대 대체 지를 마련하고 플러스알파를 챙겨줘야 건립할 수 있기에 마지못해 넣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약이 성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급하게 내려온 낙하산 후보인 한계가 있죠.
미래 통합당도 버린 듯한 금천구
금천구 민심이 요동쳤습니다. 더불어 민주당만 찍어대니 금천구와 연관도 없는 사람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다는 비난이 많았고 저 또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당내 경선이 사라지자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금천구청장 출신의 차성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왔습니다. 저렇게 무소속으로 나오면 다시는 더불어민주당에 못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무소속으로 나왔고 최기상 후보의 표를 나눠먹게 되었습니다.
딱 1번의 여론 조사에서 최기상 후보가 1위와 미통당의 강성만 후보가 오차 범위에서 2위를 차지헀습니다. 차성수 후보 등장으로 인해 미통당 후보가 당선이 가능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성만 후보는 인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만약 금천구에 미래통합당에서 인지도 높고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서 이왕이면 금천구 출신의 인물이 내려왔다면 이번 선거 뒤집어질 수 있었습니다. 절호의 찬스인데 인물 지지도가 낮은 후보를 내세웠네요. 지금 개표 현황을 보니 최기상 후보가 당선 유력으로 떴네요.
찍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낙하산 여당 후보에 인지도 낮은 야당 후보. 경선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나온 후보. 모두 찍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차악을 선택했습니다. 내가 안 찍으면 최악의 후보가 당선될 수 있기에 당선을 막기 위해서 선거를 했습니다. 물론 이런 선거 짜증 나죠. 그런데 이게 또 선거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최악의 인물을 피하기 위해서 덜 미운 사람 찍어주는 현실이요.
금천구에서는 할 일이 많습니다. 가산디지털단지 교통 문제, 열악한 교육 인프라, 더딘 지역 개발과 함께 다양한 곳을 살펴야 합니다. 그러기에는 최기상 후보는 지금으로는 미덥지 못합니다. 여러모로 이번 선거는 기분이 썩 좋지 못하네요. 금천구를 여당도 야당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어 보이네요. 그럼에도 당선자는 지역 민심을 빠르게 살펴보시고 자신이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찾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