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가장 관심이 떨어지는 장르가 패션 사진입니다. 그래서 아는 패션 사진가들도 많이 없습니다. 아는 사진가라면 조선희 사진가와 김중만 사진가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뭐 두 사진가 모두 패션 사진가라고 정의 내리기보다는 상업 사진가라고 해야겠죠. 기업의 의뢰나 클라이언트의 주문을 받고 촬영하는 상업 사진 중에 가장 화려한 분야가 패션 사진입니다.
이 패션 사진계는 트랜드 변화가 빨라서 한 사진가가 자신의 명성을 3년 이상 끌고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3년 안에 열정과 아이디어를 다 소진하고 퇴물이 되기 쉽습니다. 이러다 보니 계속 패션 사진가들의 인기는 변화가 심합니다.
그래서 크게 관심도 없지만 많이 알지도 못 합니다.
우연히 보게된 패션 사진가 '케이티 김'의 캣워크 사진전
인사동에는 다양한 갤러리들이 많습니다. 이 다양한 갤러리들이 뿜어내는 문화의 향기는 아주 강합니다. 그러나 인사동은 현재 문화의 공간이라기보다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중국, 일본, 한국 관광객 대다수가 겉모습만 보고 먹고 마시는 소비의 공간으로 활용하지 각종 미술전, 사진전이 열리는 갤러리를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주말에도 인사동 거리는 사람이 가득해도 갤러리는 아티스트 혼자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인사동 갤러리를 많이 찾아가고 거의 다 들어갔다 왔지만 최근에는 가는 곳만 같습니다. 사라지는 갤러리도 늘어나고 있고 전시회 양이 예전보다 줄어서 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처음입니다. 인사동 입구에 있는 '갤러리 밈'은 처음입니다. 언제 지어진지 모르겠지만 지나가다가 건물 전체가 전시 공간이라서 들어가 봤습니다.
들어가 보니 새로 지어진 건물 같더군요. 에폭시 바닥에 노출 콘크리트 같은 느낌의 계단과 정사각형의 작은 창문이 타일처럼 붙어 있네요. 전시회를 보면서 마음속 즐겨찾기에 '갤러리 밈'을 넣었습니다.
갤러리 밈의 갤러리 3,4에는 고양이를 들고 있는 사진가의 사진이 붙어 있네요. 사진전 이름이 '캣 워크'입니다.
사진가 이름은 '케이티 김'입니다. 전시회는 2020년 1월 8일부터 2월 16일까지 열리네요. 보통 사진전은 1주일 단위로 끝나는데 꽤 길게 합니다. 장기 전시네요. 사실 인사동에서 열리는 사진전들이 1주일만 전시하고 끝나서 보기 어려운 사진전도 많습니다. 시간이 나서 가려고 하면 끝나 버린 사진전도 많죠. 이 사진전은 설 지나서까지 하네요.
바닥에 고양이 발자국이 붙어 있네요. 디스플레이 아이디어 아주 좋습니다.
케이티 김 사진가를 잘 몰라서 전시 서문을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한국에서 꽤 유명한 패션 사진가라고 하네요. 전시 서문을 꼼꼼히 읽으면서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다만 한국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칭찬은 좀 과한 칭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주례사 같은 서문이라서 알아서 해석해야겠지만요.
1층 공간은 콘크리트 빛 회색 벽에 흑백 사진이 붙어 있었습니다. 액자가 아닌 큰 용지에 프린팅 된 사진을 걸어 놓았습니다. 인화지보다 작게 인화해서 인화지를 액자로 활용하고 있네요. 아이디어 좋습니다.
아! 이 사진 때문에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이라고 했군요. 고양이가 폴짝 뛰는 순간을 잘 포착했습니다. 고양이가 얼룩이나 흰묘였다면 사진이 맹맹했을 텐데 검은 고양이라서 확 도드라집니다. 어스름 저녁이 피어나는 시기라서 그런지 동네 골목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있네요.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의 대표작인 이 사진과 '케이티 김'의 고양이 사진이 아주 비슷합니다.
사진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1층에 10 작품, 2층에 10 작품 정도인데 사진들이 꽤 큼직합니다. 액자가 없어서 그런지 더 크게 보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사진을 액자 없이 전시하는 사진가들이 늘었습니다. 사실 액자라는 것이 빛을 반사해서 관람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진은 복제가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미술품같이 유일성도 없는데도 관습적으로 액자에 유리를 껴서 전시를 했었습니다.
고양이 사진들을 한참 봤습니다. 그리고 옛 생각이 나네요. 지금은 길냥이라고 부르지만 한 세대 전만 해도 어른들은 고양이를 아주 징글맞게 싫어했습니다. 야생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했었죠. 그리고 요물이라면서 마녀 취급했습니다. 저도 그 영향을 받아서 아주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캣 대디는 아니지만 최소한 고양이를 미워하거나 괴롭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귀여운 고양이 보면 마음이 푸근해 집니다. 스트레스받을 때는 유튜브를 켜서 고양이 노는 영상을 봅니다. 고양이 영상 몇 개 봤더니 추천 영상에 온통 고양이로 도배되기도 합니다.
이 사진 너무 귀엽네요. 강아지가 고양이를 쓰담쓰담 해주네요. 고양이 살짝 화가 난 듯합니다.
고양이는 정말 묘한 동물이에요. 한 번은 고양이를 잘 몰라서 강아지처럼 부르면 올 줄 알았는데 안 옵니다. 그런데 부르지도 않았는데 지가 부비부비 합니다. 도도한 동물이에요. 개성도 강하고요.
쥐와 동행도 합니다. 이런 사진은 오랜 관찰과 기다림에서 촬영할 수 있는데 잘 담았네요.
우리가 고양이를 만나는 가장 흔한 모습이 위 사진처럼 지붕을 타고 지나가는 모습일 겁니다. 특히 주택가에 고양이가 많이 살아요. 새끼 고양이와 함께 마실을 나가네요. 야생 고양이들은 수명이 2~3년밖에 안 된다고 하죠. 그만큼 혹독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강추위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강추위가 몰아치면 모든 물이 꽁꽁 얼어서 고양이들이 먹을 물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요즘은 동네마다 캣 대디, 캣맘들이 많아서 고양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늘고 있습니다.
골목을 좋아해서 카메라 들고 골목 구경을 하러 다니면 꼭 만나는 것이 고양이들입니다. 고양이들은 이름이 없지만 캣맘, 캣대디들이 붙여준 이름들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캣맘, 캣 대디들이 다 달라서 한 고양이를 두고 이름이 2~3개인 고양이들도 많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계단으로 되어 있네요.
갤러리 밈 3.4 전시실은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꽤 정갈하고 공간이 넓어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네요. 자주 와야겠습니다.
2층에는 컬러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한 고양이가 점프를 하는 찰나를 잘 담았습니다. 고양이를 가까이 가서 보니 수유를 많이 한 듯한 암컷 고양이네요.
고양이는 항상 인간들을 내려다 봐요. 저게 가장 즐겨 보는 각도죠.
저도 인사동 지나서 삼청동 가는 길에 한컷 찍어 봤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급하게 촬영했는데 고양이가 마침 고개를 쑥 내밀어 줬어요.
패션 사진가 답게 2층에는 실내에서 촬영한 고양이와 패션 잡화가 함께 있네요. 사진가가 키우는 고양이인가 봅니다.
사진은 많지 않지만 꽤 잘 생긴 고양이 사진들이 많습니다.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 들려보세요. 사진이 큼직해서 보기도 좋지만 고양이의 생태를 잘 담은 사진들도 많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사진전 봤습니다. 패션모델들이 무대에서 걸을 때 캣워크라고 해서 고양이 걸음처럼 사뿐사뿐 걷는데 패션 용어인 캣워크를 통해서 고양이와 패션이 만난 느낌의 아주 좋은 사진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