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접하는 방식은 직접 보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은 TV나 라디오, 신문, 포털, 블로그, 유튜브 같은 매체를 이용해서 체험합니다. 책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런 경험이나 사실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유통업자들을 우리는 보통 매체라고 합니다. 이 매체를 보통 우리는 미디어(Media)라고 합니다.
말은 참 많이 듣고 있지만 미디어는 공기 같은 존재가 되어서 미디어라는 실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이 미디어를 비판하고 소재로 삼은 전시회들이 요즘 꽤 많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는 미디어의 홍수입니다. 2019년을 사는 현대인들이 바쁜 이유는 정보가 쏟아지다 못해 퍼부어지다 보니 정보 과잉에 빠져 살기 때문입니다. 이 쏟아지는 정보 중에 내게 필요한 정보 찾기가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판단력이 흐린 분들은 가짜 뉴스에 빠져서 살아가죠.
거짓과 진짜가 혼재하는 세상. 그 혼재된 세상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미디어입니다.
서울대미술관의 미디어의 장 전시회
서울대는 국내 최고의 대학입니다. 시설은 국내 최고죠. 크기도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가보시면 안에 버스가 다니고 순환버스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여기에 아파트를 지었다면 신도시급이라고 할 정도로 큽니다. 검색을 해보니 대구에 있는 영남대학교 캠퍼스가 더 크다고 하네요. 그러나 땅값만 따지면 서울대를 따라 갈 수 없을 겁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관악산 자락으로 옮겨온 서울대. 그러나 이 서울대에는 일반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서울대 도서관과 서울대 미술관 정도가 일반인들에게 개방이 되어 있고 나머지는 다 학생과 교직원들만 이용 가능합니다. 실험실도 마찬가지고요. 단 부모빽이 있으면 실험실 사용은 가능합니다.
집에서 서울대까지 직선 거리는 가깝지만 관악산을 둘러가야 하고 전철이 없어서 가는데 40분 이상이 걸립니다. 이 시간이면 제가 사는 금천구에서 서울 인사동 가는 시간과 비슷합니다. 최근에 신림 경전철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전철로 서울대까지 편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겠지만 서울대입구역은 서울대입구에서 2km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전철역에 나와서 서울대 안 보인다고 어리둥절해 할 필요 없습니다. 열심히 걷거나 마을버스 타야 서울대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서울대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학교는 아니네요.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 차가 엄청 많아요.
서울대학교에서 일반인들에게 개방한 서울대 미술관입니다. 여기는 수시로 좋은 전시회를 자주 합니다. 서울대 정문 샤 마크를 정면으로 보고 바로 왼쪽에 있습니다.
건물 자체가 꽤 독특하네요. 여기 온다 온다 하고서 처음 와 봤네요.
<미디어의 장>의 장이 Field네요. 중력장할 때 그 장으로 힘의 범위라고 할 수 있네요. 참여 작가는 '진 마이어슨' 빼고 다 국내 작가입니다.
<미디어의 장> 전시회는 9월에 시작해서 12월 4일 오늘까지 전시를 합니다. 무료 관람 전시회입니다. 입구에서 나이대와 일반인 구분 정도만 하네요. 전시에 관한 흔한 팜플렛이나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도슨트 앱이나 이런 안내는 전혀 없습니다. 없어도 보는데 지장이 없지만 최근 관람 편의가 늘어나는 트랜드를 따르지는 못하고 있네요. 나선형 계단을 타고 2층부터 관람을 했습니다. '서울대 미술관'은 다른 갤러리와 다르게 외벽이 빛을 투과하는 재질이라서 그런지 실내지만 실외 느낌도 듭니다. 여름엔 냉방하는데 큰 에너지가 필요하겠는데요. 대신 태양광을 받아서 좋네요.
천장은 채광이 되는 창문 형태로 되어 있네요. 마치 중정을 담은 미술관 같습니다. 전 인공광이 너무 싫어요. 그래서 플래시 켜고 사진도 안 찍고 실내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나이들수록 점점 더 자연광이 좋아지네요. 자연광이 은은하게 흐릅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작가는 '진 마이어슨(Jin Meyerson)'입니다. 외국 작가지만 한국에서 4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작가입니다. 그림이 아주 독특합니다. 딱 보면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비틀어 놓은 흔한 작품으로 느껴집니다만 가까이 가서 보면
사진이 아닌 그림입니다. 그것도 유화 그림입니다.
대단하네요. 멀리서 보면 포토샵으로 왜곡한 사진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촘촘한 펜터치가 가득한 그림이에요. 이 '진 마이어스' 작품들은 추상적 풍경이라고 불리웁니다.
미디어는 쉽습니다. 미디어가 어려우면 그게 대중에 먹힐까요? 대중이 많이 봐야 수익이 더 많이 나는 속성 때문에 미디어는 쉽습니다. 그러나 그런 미디어를 비판하고 소재로 삼고 생리를 담은 미디어를 소재로 한 예술 작품들은 어려운 작품도 꽤 많습니다. 그럴 때는 그냥 스킵하면 됩니다. 물론 예술이 너무 가벼워서 그게 예술이냐? 광고지라고 하는 비판도 있지만 반대로 어려워야 예술입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네요. 그런면에서 장유정 작가의 작품은 쉬워서 좋았습니다.
장유정 작가의 '자연스러운 자연' 시리즈는 쉽습니다. 하단에 있는 종이 냅킨과 그 색과 비슷한 식물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관엽식물 색과 비슷한 리본을 붙여 놓았습니다.
빗처럼 생긴 관엽식물. 사실 좀 가볍긴 합니다. 너무 단순해서요. 그러나 이해하기는 쉽고 재미있잖아요. 이런 조형이 비슷한 물건을 오브제로 활용해서 배치하는 건 처음 있는 것도 아니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는 비슷한 조형을 가진 장면으로 전환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마치 스캔드 조명처럼 보이는 꽃을 스탠드가 비추고 있네요.
최혜민 작가는 sns에 기록된 해쉬태그와 합성 이미지로 뉴미디어로 등장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복도에 종이에 출력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네요. 이 전시회를 본 이유는 전시회도 관심이 있었지만 이 서울대 미술관 공간이 궁금했습니다. 규모는 서울시립미술관 같은 대형 전시관보다는 작지만 여느 갤러리나 미술관 치고는 규모가 좀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대형 전시물과 영상물이 소개되어 있네요.
최수정은 평면 회화의 확장을 모색하는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공중에 띄우고 앞 뒤로 배치했습니다.
작품들은 가까이 가서 보면 부조처럼 유화가 아닌 반짝이 같은 걸 붙여서 입체감이 들게 했습니다.
영지혜 작가의 <포토샵핑적 삶의 매너>는 영상물입니다. 미디어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입니다. 뉴미디어라고 하는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매체가 기존의 방송, 뉴스, 라디오, 신문이 아닌 우리 스스로 뉴스를 만들고 유통하고 있습니다. 정보 권력자가 아닌 필부필부가 생산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지수 작가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슈를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네이게이션 다섯 대와 운전하기'는 5개의 네이게이션을 설치하고 5개가 안내하는 길을 운전합니다. 같은 네이게이션이지만 안내하는 서비스마다 다른 길을 안내하기도 하죠. 작가는 AI의 완벽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싶었지만 네비게이션이 인공지능이라고 하기에는 좀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물론 빅데이터를 가공 처리하는 것이 인공지능이긴 하지만 바로 와닿지는 않네요.
아주 어두운 공간이 나오네요. 지금 밝히지만 이 사진들은 LG V50S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요즘 스마트폰이 발달해서 미러리스 대신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도 있지만 안내데스크에서 스마트폰으로만 촬영이 가능하고 영상 촬영은 안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이 '미디어의 장' 리뷰를 담은 블로그 리뷰를 보니 사진들이 다 조악합니다.
요즘 미러리스나 DSLR로 사진 찍지 말라는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똑같이 복사해서 저작권 침해를 할까봐서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악용을 해봐야 어차피 돈이 되려면 세상에 공개해야 하는데 악용할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어요. 뭐 다른 작가가 참고하려고 찍을 수는 있지만 그런 작가들이 몇이나 될까요? 여하튼 여러모로 참 구질구질한 시선입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화질이 안 좋냐? 요즘 최신 스마트폰은 컴팩트 카메라 이상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성능 자체는 아주 좋아요. 오히려 스마트폰이 더 위협적이죠.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해상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신 스마트폰도 화소수가 1200~1500만 화소니까요. 다만 곧 출시 될 갤럭시S11은 1억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습니다. 앞으로 미술관들이 갤럭시S11 단속하는지 봐야겠네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현세진 작가의 '복화술 세폭화 II'입니다. 작품 설명을 초기에 하는데 영상이 너무 어두워서 텍스트가 뭐라고 써 있는지 잘 안 보입니다. 작품 설치하고 확인 안 했나요? 좀 그렇네요.
그러나 작품 아이디어는 재미있습니다. iOS 10.2가 장착한 아이폰에는 자동 완성 기능이 있습니다. 텍스트에서 ㄱ만 입력해도 내가 자주 쓰고 많이 쓰는 단어나 문장을 추천해 줍니다. 덕분에 긴 문장도 빠르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자동 완성으로만 문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 문장 습관을 이용한 무의식적인 문장의 연속이네요.
자동화라는 것이 편리하긴 하지만 몰취향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 내 취향이 아닌 것도 많습니다. 그냥 대중이 좋아하고 연예인이 좋아하니까 덩달하서 나도 좋아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아요. 좋아요 많다고 남들이 좋아한다고 나도 좋아하는 것들도 많죠. 베스트셀러라는 게 뭐겠어요. 남들이 좋아하니까 믿고 좋아하는 것도 있죠. 문제는 이 베스트셀러를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최근 멜론 차트, 네이버 실검 어뷰징 이슈가 다 자동화의 폐해죠.
제가 과해석하고 있었네요. 전체적으로 전시회는 그냥 저냥 볼만은 하지만 좋은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나가려는데 지하 2층에도 전시회가 있네요. 지하로 전시가 이어진다는 내용도 없고 그냥 나가려다가 혹시나 하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 봤습니다.
여기도 전시회가 있네요. 전시가 이어집니다. 안내 문구를 못 봤습니다. 여러모로 관람객 편의에 대한 배려는 없네요.
관람객 편의가 떨어지다 보니 작품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더군요.
문상현 작가의 'ZXX' 작품은 의미가 아주 좋네요. 요즘 구글 포토 이용해 보셨나요? 구글 포토에 내 사진을 몽땅 백업하고 있는데 검색창에 자전거를 치면 기겁할 정도로 자전거만 담긴 사진을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텍스트까지 찾아줍니다. 사진에 자전거라는 단어가 있으면 그걸 인식하고 저에게 보여줍니다. 이제는 문자도 인지합니다. 이러다 보니 검색도 편리해졌지만 빅브라더스들이 내 정보나 세상 정보를 쉽게 검색해서 정보 권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에 문상현은 컴퓨터가 읽을 수 없는 서체인 ZXX를 개발해서 디지털 검열과 감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도 못 읽지만 인간도 못 읽네요. 인간만 읽을 수 있는 캡챠가 더 어울리겠는데요.
텐트가 있는데 빗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요즘 저도 블로그 글을 쓰거나 작업할 때 유튜브에서 화이트노이즈 영상 틀어 놓고 작업해요. 파도 소리, 빗소리, 산 새 소리를 1시간 이상 틀어 놓고 작업하면 내가 있는 방이 계곡이 되고 바닷가가 되고 산속이 됩니다. 가짜면 어때요. 착각이면 어때요. 알고 착각하면 문제 없죠. 자기 최면도 쓸모가 얼마나 많은데요.
이 작품은 인터넷 세상을 풍자한 유명한 풍자 그림이네요. 인터넷 시대의 풍자화입니다. 최근 일민미술관에서 짤방전을 하고 있던데 그것과 비슷해 보이네요.
마지막으로 최신 영상 트랜드를 담은 작품을 봤습니다. 요즘 유튜브 트랜드는 유명인의 방송, K팝, 먹방입니다. 정말 많죠. 요즘은 유명인들도 1인 방송을 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이 트랜드를 거의 안 먹습니다.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님 방송도 안 보고 K팝은 제 취향도 아니고 먹방은 남 먹는 거 쳐다 보는 게 추잡스러워서 안 봅니다.
인기 있다고 다 따라가면 그것 또한 몰 개성이자 몰 취향이죠. 몰 취향을 강조하는 시대지만 동시에 개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유튜브가 뜨는 것도 다양하고 다채로운 소재와 유튜버가 이것도 영상으로 찍어?라고 할 정도로 다양성이 강해서 성공한 것이지 먹방만 올린다고 해서 뜨는 건 아닙니다. 반면 네이버TV와 카카오TV는 온통 연예인, 방송국 영상물 잘게 쪼개서 먹으라고 하는데 프랜차이즈 햄버거 느낌이라서 거의 안 먹습니다.
오늘 서울대미술관의 <미디어의 장> 전시회는 끝이 납니다. 아주 보기 좋은 전시회는 아니였지만 서울대 들린다면 꼭 들려보세요. 공간 자체는 꽤 좋네요. 가끔 미술 강의도 하더군요. 저 멀리 관악산 뒤로 해가 보이네요. 겨울에 등산 많이 할 생각인데 등산하면서 들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