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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골목길에서 만난 백남준기념관에서 한 줄기 여유를 마시다

by 썬도그 2019.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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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열심히 지우고 있는 서울이지만 여전히 골목길이 많은 곳들이 있습니다. 도시경관지구라고 해서 서울 성곽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가 올라가지 못합니다. 



서울에서 몇 되지 않은 골목길 탐험을 했습니다. 사실 서울의 골목길은 유럽에 비하면 예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특색 있는 골목길이 많은 곳이 창신동입니다. 1호선 동묘역의 동묘 시장을 잠시 들렸다가 낙산공원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낙산공원은 보통 대학로 쪽에서 올라가지만 이번에는 한양 도성 성곽 바깥쪽인 창신동 쪽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이 창신동도 한양에서 가까운 곳이라서 그런지 한옥 건물들이 참 많이 보이네요. 전통 한옥은 아니고 타일이나 붉은 벽돌로 만든 개량 한옥이 참 많았습니다. 일제 시대에 지어진 한옥들이 가끔 보이네요.

 

이렇게 창신동에는 오래된 한옥 건물이 참 많습니다.

 

낙산 공원을 가기 위해 지도앱으로 도보로 길찾기를 눌렀더니 지나가는 길에 '백남준 기념관'이 있기에 잠시 들려봤습니다. 동네 골목길에 있어서 접근성은 좋지 못합니다. 게다가 동네 중간에 갑자기 등장해서 찾기도 쉽지 않았지만 지도앱의 힘을 빌려서 찾았습ㄴ미다. 

건물은 1층 한옥 건물입니다. 1960년에 만들어진 단층 한옥 건물로 백남준이 태어난 생가라고 하네요. 최근까지 음식점으로 운영하다가 서울시립미술관이 2016년 매입한 후 1년 이상 리모델링을 한 후 '백남준 기념관'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최근 성울시가 박물관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포를 해서 그런지 최근 박물관들이 참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이라고 적혀 있네요. 1층 입구에는 카페도 있었습니다. 오후 5시 경에 찾아갔는데 평일이라서 그런지 관람객은 저 혼자 뿐이였습니다. 

 

전시회가 있는 2019년 7월 20일부터 2020년 2월 29일까지 무려 6개월 이상 전시를 하네요. 전시명은 <석가산의 액션 뮤직>입니다. 전 석가산이 아티스트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이 작품이 석가산이네요. 지금은 꺼져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보물 같은 작품인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생각나네요. 

 

참 입구에는 백남준 관련 영상이 문둘레에 붙여진 모니터에서 계속 나옵니다. TN 패널을 사용한 저가 모니터네요. 그래서 조금만 각도가 벗어나면 안 보입니다. 광시야각 IPS 패널도 저렴한데 돈 좀 쓰시지 서울시립미술관님들

 

하늘이 보이는 중정이 있는 1층 마당에도 작은 작품이 있네요. 대야의 담긴 물에 햇빛이 반사되어 마루 천정에 물 그림자가 생기는 현상을 관찰하던 백남준의 어린 시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입니다. 

참고로 이 집은 백남준이 5살부터 12년 간 살았던 유년 시절을 보낸 집입니다. 

 

사실 생가까지 복원하고 기념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살짝 들긴 하지만 워낙 백남준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입니다. 현재도 유명세로만 치면 예술가 중에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이 가장 널리 멀리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그 가치가 더 진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 아트를 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백남준처럼 재미있고 흥미롭고 기발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백남준은 TV 수상기를 이용한 뛰어난 작품들을 참 잘 만들었습니다.

 

마당이 참 예쁩니다. 마당에 의자가 있어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습니다. 

 

<TV경 - 자화상 / 2017 / 김상돈>

백남준 기념관을 들어서니 흥미로운 작품이 보이네요. 이 작품은 백남준 작품은 아니고 백남준을 기리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꽤 보였습니다. 이 TV 기억나요. 80년대 중반 아버지가 사오신 중고 TV가 이 TV였어요. TV 브라운관은 떼어내고 거울 같은 걸 달아 놓았네요. 안을 보니 벽 뒤에 있는 카페 풍경이 보입니다. 

 

한옥 건물을 개조한 공간이라서 갤러리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협소하고 작습니다만 다양한 전시품을 품고 있습니다. 

 

한쪽 벽에는 백남준에 대한 이야기와 관련 자료들이 빼곡히 붙어 있네요. 백남준을 처음 알게 된 게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조지 오웰'이 암울한 통제 사회를 담은 소설 <1984>의 기념하기 위해서 1984년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에 자신이 만든 영상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초등학생인 어린 시절에 이 작품을 새벽에 보면서 너무 재미 없어서 짜증 내며 잤던 기억이 나네요. 초등학생이 뭘 알겠어요. 

 

백남준 생가를 디오라마로 재현했네요.

 

백남준의 창작물들은 TV 브라운관 수상기들이 참 많습니다. 이게 백남준 작품의 정체성이지만 브라운관은 오래되면 부품이 고장이 납니다.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다다익선이라는 거대한 작품이 멈추었고 약 2년 가까이 브라운관으로 다시 가동해야 하냐 아니면 LCD로 바꿔야 하냐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결과가 나왔죠.

브라운관으로 복원한다! 아무래도 원본의 느낌이 나오려면 해상도 낮고 조악한 해상력의 브라운관이 더 낫긴하고 원작의 느낌이 제대로 나오긴 하죠. 그러나 시대를 앞서가서 인기를 얻은 미디어아트 작품이라면 재해석 또는 새로운 기술로 재현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네요. 게다가 한국은 디스플레이 강국 아닙니까. 

 

한옥의 석가래입니다. 석가래  자체가 작은 자연 풍경 같습니다. 

 

<백남준의 거의 모든 것/ 백남준 버츄얼뮤지엄 / 2017 / 레벨나인 >

<테크노 부처 / 2017 / 김상돈>

 

<백남준 아카이브를 찾아서 / 2017 / 김상돈>

백남준은 2006년 타계했습니다. 유품으로 불상과 중고 기계와 사슴뿔 등이 있고 그 유품들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백남준의 유품들을 참고해서 만든 작품이네요. 

 

<백남준의 책상>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백남준의 책상입니다. 오래된 나무 의자와 책상이 있고 그 위에 TV 수상기와 라디오가 있습니다. 

 

책상에는 작은 책과 비슷한 노트가 있습니다. 

 

노트에는 텍스트와 함께 그림이 있는데 노트를 넘기면 영상이 노트를 배경으로 투사가 됩니다. 노트 바로 위에는 작은 영사기가 있는데 여기서 영상이 나옵니다. 

 

오른쪽 상단 중간에 영사기가 보이네요. 

 

노트를 넘기면 그에 맞는 영상이 상영되고 TV 영상도 변합니다. 인터렉티브 예술이네요. 관객의 반응에 따라서 작품이 변하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비디오 아트나 미디어 아트를 하려면 관련 공학 기술도 잘 알아야 합니다. 백남준은 전자공학을 재료로 아름답고 멋지고 기발한 비디오 아트 작품이 참 많습니다. 

 

백남준 기념관은 1명의 직원이 있고 토,일 오후 3시 도슨트가 있습니다. 주민 도슨트라는 것을 보면 주민이 직접 설명을 해주나 봅니다. 평일이고 작은 공간이라서 찾는 사람은 저 밖에 없었습니다. 공간이 협소해서 많이 찾아와도 문제입니다. 접근성이 떨어져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아니면 지나가다가 들릴 곳은 아닙니다. 지나가더라도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 해도 쉽게 들어오기 쉬운 곳도 아닙니다. 

이런 전시 공간은 대로에 있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있어야 하는데 대로변도 아닌 이면도로에 있다 보니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찾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립미술관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무척 노력을 하고 있네요. 

 

한번 들려볼만한 '백남준 기념관'입니다. 특히 작은 카페도 있는데 커피 값도 저렴하고 야외 공간도 있어서 꽤 좋네요. 시간이 없어서 커피 한 잔 못하고 나왔지만 다음에 또 들리면 커피 한 잔 하면서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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