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라디오를 들을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라디오를 켜 놓고 하루 종일 듣습니다. 라디오가 좋은 점은 다른 작업을 하면서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보통 멜론 TOP100같은 음악을 틀어 놓고 작업하는 분들도 많지만 너무 몰취향적이라서 오래듣지 못합니다.
반면 라디오는 사연과 음악 그리고 DJ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편안합니다. 음악 선곡도 저보다 좋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듣다보면 라디오 프로그램의 분위기와 선곡이 시간마다 다 다름을 잘 알게 됩니다.
인생의 사이클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들
TV는 뉴스를 제외하고 매일 같은 프로그램이 1주일 내내 같은 시간에 방송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라디오는 같은 DJ가 1주일 내내 방송을 합니다. 요즘은 1주일에 1번 정도는 녹화 방송을 해서 휴식을 같지만 예전엔 1주일 내내 방송을 했습니다. 라디오를 듣다 보면 라디오가 인생의 하나의 사이클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침에는 활기찬 목소리의 DJ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밝고 활기찬 방송이 주류를 이루고 오전 10시는 아이들 학교 보내거나 남편 출근 시킨 후에 브런치 먹는 가정 주부들이 들을만한 방송들이 많이 합니다. 12시부터 2시에는 직장인들 점심 시간과 겹쳐서 가장 활기찬 방송들이 진행되고 나른한 오루 2시에는 입담이 좋은 DJ들이 오후의 활기를 이어갑니다.
그러다 오후 4시가 되면 올드 팝스와 예전 가요들을 많이 틀어줍니다. 마치 황혼을 보면서 옛 추억에 잠기게 하는 노래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그러다 오후 6시가 되면 하교하는 학생들이나 퇴근길의 지친 몸을 다독이는 힐링 방송이 꽤 많습니다. 오후 8시부터 10시 사이에는 학원에서 몰래 라디오를 듣는 10대들이 듣기 좋은 아이돌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이 많습니다.
오후 10시가 되면 감미로운 목소리의 DJ들이 고민 상담을 많이 해주는 방송이 많이 나옵니다. 그러다 새벽이 되면 감미로운 목소리의 DJ들이 밤의 갬성을 풀 충전해 줍니다.
라디오를 다시 듣기 시작한 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입니다. 2010년 경부터 9년 째 눈뜨면 라디오를 틀고 자기 전에 라디오를 끌 정도로 엄청 많이 듣네요.
라디오 청취율 조사 전화를 받다
<전화 수화기/작성자: Oleg Krugliak/셔터스톡>
라디오를 한 채널에 고정해서 듣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이리저리 돌려서 듣습니다. 그러나 라디오라는 것이 그냥 틀어 놓고 있기에 대부분은 한 채널에 고정해서 하루 종일 듣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특히 반복 작업을 해야 하는 공장이나 운전 하시는 분들은 그냥 한 채널에 고정해서 많이 들으시죠.
전 고정으로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봐도 모두 라디오 청취율 조사 기간이라고 말을 합니다. 사연들도 어제 라디오 청취율 조사 전화 받았다면서 이 방송 듣는다고 대답했다고 좋아하는 사연도 많이 읽어줍니다.
이 라디오 청취율 조사는 놀랍게도 전화로 물어보는 구닥다리 방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TV 시청률 조사는 선택된 몇몇 분들이 집에 특수 셋톱박스가 설치하면 시청자가 어떤 채널을 보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시간 시청률도 조사가 가능하고 분당 시청률도 조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라디오는 그런 시스템이 없습니다. 청취율을 실시간으로 전송해주는 셋톱박스가 달린 라디오를 제공해주지 않습니다. 그냥 3개월 마다 전화로 직접 조사를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라디오 청취율을 전화로 물어보지 않습니다. 한국리서치라는 여론 조사 기관에 가입한 패널 중에 랜덤하게 전화를 줍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당첨되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전화가 와서 좀 귀찮았습니다. 게다가 나이, 사는 지역까지는 이해하는데 직업과 출퇴근을 어떤 교통수단으로 하냐까지 물어보네요. 순간 이런 정보까지 필요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왜 출퇴근 교통 수단을 물어보는지 궁금하다고 하니 자동차에서 듣는 분들이 많아서 주로 이용하는 교통 수단을 물어본다고 하네요. 직업은 통상적으로 물어보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좀 짜증이 났지만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0.001%라도 청취율이 오르길 바라면서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대답을 해줬습니다.
제가 즐겨 듣는 라디오는
오전 7~9시 : MBC FM 김제동의 굿모닝FM
오전 9시 : TBS의 김규리의 퐁당퐁당
오전 10시 ~ 11시 : TBS의 송정애의 좋은 사람들
오전 11시 ~ 12시 : KBS 2FM 박명수의 라디오쇼
오후 12시 ~ 14시 : KBS 2FM 정은지의 가요광장
오후 14시 ~ 16시 : CBS의 한동준의 FM POPS
오후 16시 ~ 18시 : CBS의 박승화의 가요속으로
오후 18시 ~ 20시 : CBS의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오호 20시 ~ 22시 : CBS의 김현주의 행복한 동행
오후 22시 ~ 24시 : CBS의 허윤희의 꿈과 음악 사이에
TBS를 많이 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요즘은 CBS를 주로 듣습니다. CBS 라디오가 좋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DJ들의 멘트가 적고 주로 음악만 틀어줍니다. MBC FM이 인기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너무 DJ들이 많이 바뀌고 뭘 자꾸 하려고 하고 말이 너무 많아요. 재미도 없고 DJ들의 역량도 별로입니다. 그래서 MBC FM은 장기 파업을 할 당시 음악만 틀어주던 때가 더 좋았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에요. 라디오 DJ가 사라지니까 더 인기 높고 좋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MBC FM은 뼈저리게 느껴야 합니다.
반면 CBS DJ들은 1~2년 방송하는 분들이 아닙니다. 저 DJ들 몇 년 이상 저 자리에 있어요. 게다가 말도 잘하고 말도 많이 안 해요. 한동준의 FM POPS는 지난 개편 때 DJ멘트를 더 줄이고 음악을 더 틀어주겠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지금도 음악 많이 틀어주는데 더 많이 틀어준다는 CBS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했습니다.
이렇게 대답을 자세히 해주고 몇 가지 물어봤습니다.
"왜 라디오 청취율 조사 결과는 공개를 안 하나요?"
저도 라디오 청취율 무척 궁금합니다. 그러나 신문보도도 1위부터 5위 정도만 나오고 나머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조사를 했으면 결과를 공표하면 얼마나 좋아요. 공표를 안 해요. 그냥 뉴스 기사로 살짝 나옵니다. 그럼 이 라디오 청취율 조사는 누굴 위한 조사인가요? 라디오 국장들이 살펴보고 청취율 떨어지면 DJ 교체의 빌미로 삼는 건가요? 그러기엔 청취율 조사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습니다. 그 돈으로 청취자들에게 선물이나 더 많이 쏘죠.
건의는 해보겠다고 하시는데 미덥지는 않습니다.
라디오 청취율 전화 응대를 하면 800원의 응대료를 제공합니다. 가끔 한국리서치에서 전화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500원에서 800원 정도의 돈이 통장에 들어옵니다. 껌 값도 안 되죠.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을 위해서 열심히 대답해 줬습니다.
지금도 라디오를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네요. 요즘 최신 스마트폰에 라디오 기능이 탑재되어서 더 많이 듣고 이동하면서도 듣고 있습니다. 라디오는 언제나 꺼내 들을 수 있는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