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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TV비평

반성하는 악을 다뤄서 고마웠던 드라마 열혈사제

by 썬도그 2019.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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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유난히 더 화사합니다. 벚꽃이 예년보다 길게 핀 것도 고마웠지만 2편의 좋은 드라마가 방영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고마운 2편의 드라마는 <JTBC의 눈이 부시게>와 <SBS의 열혈사제>입니다.


구담시가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

어제 <SBS의 열혈사제>가 벚꽃처럼 화려한 마지막회를 보여주면서 끝이 났습니다. 이 <열혈사제>는 고담시를 패러디한 구담시에서 일어난 악의 무리를 한 신부님이 응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정원 특수 요원 출신의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은 자신을 사제의 길로 인도한 이영준 신부(정동환 분)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밝히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합니다.

구담시에서 김해일 신부를 돕는 사람은 성당 식구와 신입 서승아 형사(금새록 분)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부장 검사, 경찰서장,  조폭 두목, 구담시장, 국회의원, 사이비 교주로 이루어진 악의 카르텔은 그 위세가 드셉니다. 그런데 이 악의 카르텔이 어디서 많이 봤습니다. 

배트맨의 고담시가 아닌 바로 한국입니다. 우리 한국 사회는 이미 검사, 판사, 경찰이라는 법을 심판하고 실행하는 권력 기관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 배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죄인의 죄를 묻지 않고 못 본 척하고 감싸는 행동이 딱 한국의 경찰, 검찰, 법원과 비슷합니다. 특히 '라이징 썬' 사건이 터지자 그걸 바로 패러디한 '라이징 문' 사건을 집어 넣어서 보는 몰입감과 통쾌함을 가득 넣었습니다. 

사제가 악을 주먹으로 물리친하든 내용 자체는 다소 황당할 수 있지만 김해일 신부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혼자 악의 무리를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각종 패러디보다 좋았던 반성하는 악을 다룬 <열혈사제>

<열혈사제>는 최종회 시청률이 22%로 상당히 높은 시청률로 끝이 났습니다. 이 높은 시청률을 이끈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먼저 작가가 누구인지 시나리오가 아주 좋습니다. 사전 제작이 아님에도 바로 바로 현실을 반영하는 솜씨가 대단하네요. 예를 들어 '라이징 썬' 사태를 반영하고 '토착왜구'라는 신종 유행어도 집어 넣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악의 무리를 꼬집는 대사도 참 많습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들도 대단합니다. 김남길의 코믹부터 액션, 진지함 모두 좋았고 김성균, 이하늬의 연기도 무척 좋았습니다. 조연 배우들도 모두 연기를 잘 합니다. 조폭 두목이 고준은 말할 것도 없고 씬 스틸러 이상의 활약을 한 쏭삭의 안창환, 롱드의 음문석과 타짜 수녀님의 백지원까지 모든 조연 배우들이 자기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출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런 좋은 배우와 시나리오로 더 맛깔스럽게 만든 이명우 연출가는 앞으로 여기저기서 모셔가려고 할 것 같네요. 

그러나 제가 이 드라마에 감사한 이유는 많이 웃게 해주어서도 악의 무리를 통쾌하게 응징해줘서도 하닙니다.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악의 무리에 있다가 각성하고 김해일 신부편에 서는 반성하는 악을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서승아 형사와 성당 식구 말고는 김해일 신부를 돕는 사람은 1명도 없었습니다. 특히 구대영 형사는 그렇게 나쁜 형사가 아닌데 워낙 악의 카르텔의 힘이 강해서 본색을 숨기고 또는 현실에 적응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는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 중간에 구대영, 박경선 검사가 각성을 하고 김해일 신부 뒤에 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열혈사제는 겉으로는 악의 무리를 따르고 있지만 속은 선한 사람들을 두고 '잠든 척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주님, 저는 잠든 자는 깨울 수 있었지만, 자는 척 하는 자들은 깨울 수 없었습니다. 다 알면서 눈 감고 모르는 척 하는 사람들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더이상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눈 감지 않을 것입니다 

악을 보고 모른척하던 사람들은 우리들이었습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처자식을 먹여 살린다는 이유로 잘못을 못 본 척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렇게 '잠든 척' 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악은 더 멀리 깊고 크게 자라나게 됩니다. 나중에 일이 터지면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을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변명입니다. 

그렇게 '잠든 척' 하는 사람들을 깨워서 함께 악을 물리치는 길을 함께 걷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구대영 형사와 박경선 검사와 함께 김해일 신부의 악을 타도하는 행진은 통쾌 그 자체였습니다. 


잠든 척 하는 사람들이 악에서 나오려면 고해성사처럼 반성을 해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박경선 검사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스스로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당당하게 받겠다는 장면은 흐뭇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평생 당당하게 살 수 있어서 좋다는 박경선 검사.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하네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잠든 척'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을 깨우는 건 김해일 신부가 아닌 우리 사회가 깨워야 합니다. 못본 척 하는 사람에게는 죄를 묻고 봤다고 신고하는 내부 고발자 및 신고자들은 건강한 조직, 건강한 회사,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사람으로 우대해줘야 합니다. 이게 김해일 신부가 분노하지 않고 온 국민이 공명정대하게 살 수 있는 바른 사회로 가는 길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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