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은 나이가 들수록 더 쉽게 감염됩니다. 근거 있거나 근거 없는 불안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가 정신이 약해지면 우리를 집어 삼킵니다. 우울증을 크게 겪어 보지 않았지만 최근에 우울한 마음이 기본 마음 상태가 되어서 살아보니 매일 매일이 잿빛이었습니다. 변한 것은 크게 없지만 근심과 걱정이 늘고 늘어서 우울함이 마음을 잠식했습니다.
몸이 아픈 것은 통증이 느껴질 때만 참으면 되지만 우울증은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숨을 쉴 때마다 불안과 걱정이 들숨날숨처럼 들락거립니다. 우울은 계절과 기온에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일조량이 낮은 도시나 위도가 높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같은 나라들은 실제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신과에서 햇빛을 많이 쬐라는 소리가 괜한 소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스칸디나비아에서 우울증을 앓는 분들에게 동남아 같은 일조량이 많고 기온이 높은 나라로의 여행을 추천하기도 하죠. 사진도 그렇습니다.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우울한 분위기나 미니멀한 느낌의 사진, 뽀얀 살결 파스텔톤의 흐린 색조의 사진들을 보면 북유럽 사진작가들의 사진이 많습니다.
스웨덴 후스크바르나(Huskvarna)에서 태어난 사진작가 Gabriel Isak는 우울증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은유 사진작가입니다. 10년 전 Gabriel Isak는 우울증을 앓기 시작합니다. 이 우울증을 앓기 시작한 비슷한 시기에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 우울증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가 말고도 우울증을 앓고 있던 분이 사진을 취미로 삼으면서 우울증에서 벗어난 분들이 꽤 있습니다. 한번은 인사동 갤러리에서 사진을 관람하고 있는데 사진을 취미로 삼으면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관람객의 이야기를 귀동냥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저도 경험했습니다. 우울한 생각이 나를 집어 삼키면 카메라 가방을 들고 작은 여행을 합니다. 골목을 걷고 이리저리 세상 구경을 하다보면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은 많이 사라집니다.
Gabriel Isak는 그렇게 사진을 통해서 우울증에서 탈출할 것 같았지만 우울증이 심해져서 사진에 대한 열정까지 약해져서 2014년까지 사진 활동이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에 대한 다른 면을 발견하고 다시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앓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경험을 탐구한 후 사진으로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사진들은 우울증을 시각화 한 사진으로 스칸디나비아 풍경에서 받은 영감과 함께 초현실주의로 표현했습니다. Gabriel Isak는 사진을 통해서 우울증을 기록하고 동시에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Gabriel Isak는 상상의 장소에 자신을 놓았을 때 위안을 얻었습니다. Gabriel Isak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자신의 사진들이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사진들이 전체적으로 우울함을 잘 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사진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해바라기 같은 맑고 밝은 사진들이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죠.
그러나 슬픔은 다른 슬픔으로 위로 받을 수 있습니다. 억지 웃음, 인위적인 밝음은 큰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가 필요한 이유는 슬픔과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 슬픔이기 때문입니다. 햇빛을 많이 쬐는 것도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안아주고 토닥거리주는 슬픔이라는 공감의 어깨도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