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시카고 역사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던 '존 말루프'는 집 근처 경매장에 가서 오래된 서적을 뒤적거렸습니다. 서적을 뒤적이다가 필름이 가득 담긴 필름 케이스를 380달러를 주고 삽니다. 

집에 와서 현상된 필름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쓸 만한 사진이 없어서 실망을 합니다. 필름 케이스에는 '비비안 마이어'라고 적혀 있기에 구글링을 해봤는데 아무런 정보도 뜨지 않았습니다. 여러 갤러리와 미술관에 연락을 해봐도 '비비안 마이어'를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 사진들을 플리커에 올려 보라고 권합니다. 이에 '존 말루프'는 사진들을 인화 스캔한 후에 온라인 사진 공유 서비스인 플리커에 올립니다. 그런데 이 '비비안 마이어'사진이 좋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큰 인기를 얻습니다. 

'존 말루프'는 무려 13만 장의 사진과 현상이 안 된 컬러 필름통 700개 흑백 2,000개나 남긴 '비비안 마이어'를 추적합니다. 비비안 마이어는 1928년 뉴욕에서 태어나서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여성 생활사진가입니다. 평생동안 여러 집의 유모로 살면서 아이들을 보살폈습니다. 유모 생활을 해서 받은 월급으로 중형 카메라와 필름을 사서 엄청나게 촬영을 합니다. 

흔한 취미 사진가라고 할 수 있지만 워낙 방대한 사진 그것도 중형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 많았습니다. 놀랍게도 이 촬영한 사진을 세상에 공개한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보관 상태도 아주 유용합니다. 이렇게 일반인이 촬영한 사진 자체는 미학적인 성숙도나 예술적 가치가 높지 않을 수 있지만 워낙 많이 촬영하고 그 촬영한 사진 1장 1장이 과거를 기록한 기록 사진이라서 그 가치가 세월이 지날수록 더 늘어갔습니다.

여기에 대중들이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좋아하기에 그 가치는 더 높아졌습니다. 그녀의 이런 열정적인 사진 기록물은 그녀가 많이 외로웠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네요. 엄청난 수집자였던 비비안 마이어는 매일 신문을 보관했습니다. 너무 많이 보관해서 2층 다락방이 기울 정도로 많이 모왔습니다. 수집이 과도하면 병이 되기도 합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보관만 한다고 하는데 비비안 마이어도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비안 마이어의 이런 삶은 2015년 개봉작 다큐 영화 <비비안마이어를 찾아서>에 담겼습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대부분은 흑백 사진입니다. 그러나 컬러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도 꽤 많습니다. 


비비안 마이어는 40년 넘게 시카고와 뉴욕 거리를 돌아 다니면서 시민들을 몰래 촬영합니다. 그래서 초상권을 획득하지 못한 사진들이고 이걸 비난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바로 공개한 것이 아닌 40년 이상이 지난 후에 공개된 사진이라서 카메라에 담긴 사진 속 인물들이 사망한 분들도 많고 생존해 계신다고 해도 초상권 주장을 할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촬영한 사진의 대부분은 흑백이고 흑백 사진들은 이미 사진집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컬러 사진만 모은 비비안 마이어의 컬러 작업이라는 컬러 사진집이 출간 되었네요. 비비안 마이어는 30년 동안 롤라이플렉스 중형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그녀가 사용한 필음 엑타크롬 컬러 슬라이드 필름으로 무려 4만 개의 엑타크롬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했습니다. 


< 1976년 2월 시카고 >

1950 ~ 1980년대까지 촬영한 비비안 마이어의 컬러 사진 중에는 자신을 촬영한 셀프 카메라도 가끔 등장합니다.  

< 1975년 시카고 >


< 1972년 시카고 >



< 1962년 시카고 >



< 1960년 플로리다 마이애미 >



< 1956년 시카고 >



 < 1962년 시카고 >



< 1958년 시카고 >

위 사진을 보면 자신을 촬영하는 것을 분명히 인지 한 사진이고 좀 불쾌한 모습으로 쳐다 보네요. 비비안 마이어는 몰래 대담하게 인물 가까이서 촬영한 사진들이 많습니다. SLR 카메라였으면 상대방이 자신을 몰래 촬영한 걸 알고 다가왔을텐데 내려다 보면서 촬영하는 롤라이플렉스라서 몰래 촬영하기가 좀 더 쉬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이야 이런 사진 찍기 어렵고 해서도 안 되고 꼭 촬영해야 한다면 촬영 후에 초상권 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초상권 개념도 약하고 없던 클래식 사진가들은 사진 촬영하기 편한 세상이었네요.

비록 초상권이라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1950년~80년 사이의 시카고의 일상을 화질 좋은 중형 카메라로 담은 비비안 마이어 덕분에 권력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일상을 꼼꼼하게 볼 수 있네요.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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