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우주 개발사는 미국의 우주 개발 역사와 동일할 정도로 미국은 세계 최강국 답게 가장 먼저 달에 사람을 보낸 나라입니다. 그것도 1969년 7월 20일에 달에 사람을 보냈습니다. 놀라운 역사죠. 너무 놀란 나머지 많은 사람들이 "아니 지금도 달에 사람을 못 보내는 데 1969년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달에 가?. 이거 다 음모인 것 아시죠?"라는 달착륙 음모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10년 전 일본 달 인공위성 가구야가 달을 돌면서 미국의 달 탐사선을 사진으로 촬영하면서 일단락지는 줄 알았지만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음모론자는 오늘도 달에 사람이 가지 않았고 소련과의 경쟁심 때문에 네바다주 사막에 대형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달 착륙 퍼포먼스를 했다는 주장을 합니다.
달 착륙 음모론자들에게는 절대 비추인 영화가 <퍼스트맨>입니다. 이 퍼스트맨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분)'을 주인공으로 한 미국의 달 탐사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위플래시, 라라랜드과 달리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퍼스트맨>
한국에서 인기 높았던 영화 '위플래시'와 '라라랜드'를 연출한 현재 가장 인기 높은 감독 중 한 명인 '데미안 셔젤'감독이 <퍼스트맨>을 연출한다고 할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이전 영화들은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뜬금없이 우주 개발을 다룬 영화를 만든다는 소리에 좀 의아했죠.
그럼에도 '데미안 셔젤'이 만들면 기존 우주 개발 영화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제가 가장 우려스러웠던 것은 '닐 암스트롱'을 주연으로 한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이미 수 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우주 개발 역사를 담은 그 내용을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최소한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다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긴장감이 많이 떨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험난한 우주 개발을 통해서 주인공의 생사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 역사를 영화로 만들다 보니 관객들은 결과를 다 알고 보기에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죠. 실제로 이 영화는 그 결과를 알고 보기에 영화의 스토리에 대한 재미는 아주 크지 않고 무척 건조하게 담깁니다.
특히나 나사가 아폴로 11호 우주선 발사 및 아폴로 계획 이전의 제미니 계획의 관련 자료와 영상을 무료로 공개하고 이미 많은 다큐멘터리가 이 영상을 수시로 보여주고 있어서 우리는 그 개발 과정과 영상을 이미 다 봤습니다. 따라서 영화는 이와 다른 영상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역사적 사실 그것도 영상물이 많은 사실을 영화로 다를 때는 CG로 떡칠해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담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퍼스트맨>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영화 중간까지 보면서 이거 다큐 영화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화려한 영상술이나 기교 없이 담백하고 건조하게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플래시나 라라랜드의 화려함을 예상한 분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영화일 수 있습니다.
2시간의 우주선 체험 영화 <퍼스트맨>
우주선이 발사되는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지만 이상하게 이 영화는 우주인들이 탑승한 모선 밖으로 카메라가 나가지 않습니다. 아폴로 계획의 기초가 된 제미니 계획에서도 우주선의 발사 카운트 후에도 카메라가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전 당연히 1단 로켓 분리, 2단 로켓 분리 과정이 담길 줄 알았는데 그 과정을 우주인의 시선으로만 보여줍니다. 작은 창 밖으로 하늘의 빛깔이 하늘색에서 검은색 그리고 우주선 주위로 보이는 불꽃을 통해서 로켓 분리와 과정을 보여줍니다.
데미안 셔젤 감독은 우주선 밖 풍경은 나사의 많은 영상과 다큐에서 봤기 때문에 과감하게 그 뻔한 풍경을 지웁니다. 심지어 달 착륙 후 성조기를 달에 꽂고 기념 사진 촬영을 하는 상징적인 장면도 뺍니다. 오로지 우주인의 시선 닐의 시선으로 우주 개발사를 담습니다. 관객에게 세턴 우주선 탑승 체험을 시키려는 의도인지 우주인이 좁은 모선에 탑승하는 과정을 카메라가 대신 보여줄 정도로 철저하게 우주인의 시선으로 담깁니다.
영화에서 가장 큰 위기로 그려지는 제미니 우주선의 도킹 시도 후 자세 제어가 되지 않아서 모선이 빙빙도는 위기도 우주선 밖에서 빙빙 도는 모습을 보여주면 관객이 이해하기 편할 텐데 결코 우주선 밖으로 카메라는 나가지 않습니다. 시종일관 흔들리는 아날로그 계기판과 흔들리는 우주인들의 얼굴만 보여줍니다.
이는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 다 담겨있습니다. '데미안 셔젤' 감독의 영화는 영화 오프닝 시퀀스가 영화 전체를 압축한 미리보기입니다. 영화 <퍼스트맨>의 오프닝 시퀀스는 닐 암스트롱이 실험기를 타고 대기권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오프닝에서도 기체 밖의 풍경을 담지 않고 오로지 실험기 안의 풍경만 담고 있습니다.
'데미안 셔젤' 감독은 많은 사람이 본 우주선 밖 풍경이 아닌 소수의 우주인들이 경험한 우주선 안의 풍경을 영화에 담아서 모든 사람들이 우주선 안을 경험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우주선 밖 풍경을 안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아까 두었다가 후반에 보여주는데 그 영상이 아주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뜸들였다가 보니 더 맛이 좋네요.
이 선택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우주선 안의 풍경만 담다 보니 액션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우주인의 체험을 하는 그 과정이 주는 스릴과 긴장감이 아주 좋습니다. 끼이이익 하는 쇳덩이들의 울부짓음과 리벳나사들이 튕겨 나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은 무척 좋지만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광활함이나 시원한 느낌은 없습니다. 그러나 작디 작은 창문으로 지구의 파란 띠를 보고 달 표면을 보는 장면에서는 닐과 함께 작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딸을 잊지 못하는 딸 바보 '닐 암스트롱'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딱딱합니다. 우주 계발 과정을 담고 있어서 그렇지만 그렇다고 혹독한 훈련 과정을 많이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닐 암스트롱'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심리적으로 불안정하지 않아야 하는 캡틴이라서 자신의 슬픔과 기쁨을 밖으로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내에게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닐이 냉혈한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린 딸을 병으로 저 하늘로 떠나 보낸 후에 딸을 향한 슬픔과 부성애를 문 걸어 잠그고 슬피 웁니다. 남들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닐. 그게 살아 돌아올 확률이 극히 낮은 달에 가는 사람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종 사고가 나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무조건 달에 가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닐은 딸 바보 아빠아지 가슴에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동료 조종사들의 죽음에 누구보다 슬퍼하고 딸이 죽은 후에 그 이름을 남들 앞에서 떠올리지 않지만 누구 보다 딸을 잊지 못합니다. 영화 <퍼스트맨>의 핵심 드라마는 이 딸과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10억명의 환호 뒤에 울고 있는 1명의 우주인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은 고요함이 가득한 고요의 바다 크레이터 앞에서 딸을 떠올립니다. 시종일관 건조한 연출로 일관하던 영화라서 지루한 면이 있었는데 달 착륙 장면 후 크레이터 앞에서의 닐 암스트롱의 모습에 눈물이 퐉 터졌습니다.
달 착륙 장면은 전 세계 10억명이 시청했고 10억명이 환호성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달에 착륙한 1사람의 우주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우주인은 고독한 존재입니다. 국민들이 혈세 낭비라고 비난을 하고 동료 조정사들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 들여야 하고 딸의 죽음에도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되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 강인한 외껍질 속에는 누구보다 여리고 여린 마음이 숨 쉬고 있습니다. 영화 <퍼스트맨>은 생각보다 드라마가 강한 영화입니다. 분명 <라라랜드>나 <위플래시>의 보다는 강렬함이 약합니다. 그러나 이미 다 아는 이야기 게다가 많이 본 영상이 많다는 큰 약점을 영리하게 빗겨 나가면서 강렬한 드라마를 집어 넣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가 보편적이긴 하지만 감수성이 높은 분이 아니라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전 크레이터를 무덤으로 묘사한 그 은유에 퐉 터졌네요. 딸에 대한 사랑을 우주까지 담고 간 인류 최초의 달에 간 사람이 아닌 인류 최초로 달에 딸을 묻은 아버지의 모습이 큰 감동이었습니다. 다만 이 장면은 영화의 드마라를 완성하기 위한 허구입니다. 그럼에도 전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아주 좋게 봤습니다
볼만한 영화입니다. 감독의 명성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꽤 즐겁게 본 영화입니다. 혹시 <퍼스트맨>을 재미있게 본 분이라면
1983년에 제작된 영화 <필사의 도전(The Right Stuff)>도 추천합니다. 10 년 전에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우연히 봤는데 정말 멋진 영화이자 재미 넘치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전투기의 음속 돌파를 시작으로 제미니 계획까지 담고 있는 우주계발사를 담은 영화로 <퍼스트맨>과 다루는 시기가 겹칩니다. 이 영화는 7명의 우주인들 모두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우주 개발 과정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볼 기회가 생기면 꼭 보세요
별점 : ★★★
40자 평 : 마음 속에 묻은 딸을 만나기 위한 고독한 우주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