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세계적인 악녀라고? 이 영화를 보고나면 달라질걸 아이, 토냐

by 썬도그 2018. 8. 18.
반응형

김연아라는 피겨 여왕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 사람들은 피겨에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서양의 부유한 나라 선수들이 하는 경기로만 생각했죠.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큰 인기가 없던 피겨 스케이트였습니다. 그러나 이 선수가 나온 이후로 크게 달라졌습니다. 바로 '토냐 하딩'입니다. 하지만 김연아 같은 박수 받는 명성이 아닌 악명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스포츠계의 악녀라고 불리는 '토냐 하딩'을 검색하면 라이벌이었던 '낸시 캐리건 폭행 사건이 같이 검색이 됩니다. 이 사건은 당시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토냐 하딩'이 청부 폭행을 사주해서 경쟁자 '낸시 캐리건'의 무릎을 박살낸 사건으로 유명하죠.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진실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세계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이었던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든 것이 <아이, 토냐>입니다.

세계적인 악녀 토냐 하딩을 담은 영화 <아이, 토냐>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모르는 스캔들은 참 많습니다. 대표적인 스포츠 스캔들은 90년대 초에 일어난 미국 피겨스케이트 국가대표인 토냐 하딩과 낸시 캐리건 사이의 폭행 스캔들입니다. 어떤 분은 토냐 하딩이 낸시 캐리건을 직접 구타를 했다고 알고 있는 분이 있을 정도로 어렴풋이 알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사건을 담은 영화이면서 동시에 악녀라는 주홍글씨를 아직도 안고 사는 '토냐 하딩'의 전기 영화라고 할 정도로 우리가 몰랐던 토냐의 인생을 유머러스하게 담고 있습니다. 토냐 하딩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잠시 소개를 하자면 토냐 하딩은 스캔들로 이름에 먹칠이 되어 있지만 미국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뛴 선수입니다. 지금까지 9명의 여자 피겨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뛰었을 정도로 여자 선수에게는 시도조차 어려운 기술입니다. 김연아도 뛰지 못한 기술이죠. 유튜브 영상을 보면 트리플 악셀을 뛴 9명 중에 가장 높고 화려한 트리플 악셀을 뛰는 선수입니다. 


영화 <아이, 토냐>는 토냐의 어린시절부터 순차적으로 보여줍니다만 토냐 하딩의 엄마, 토냐, 그리고 전 남편 등의 인터뷰 내용을 중간 중간 섞어 놓아서 각자의 말이 다른 부분을 관객이 알아서 해석하게 하는 영리함도 갖춘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3명입니다. 1명은 토냐 또 한 명은 토냐 엄마 긜고 전 남편입니다. 이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는 엄마 라보나 골든(엘리슨 제니 분)입니다. 

수 차례 이혼을 하고 4번 째 남편에게서 낳은 토냐를 데리고 스케이트장에 간 라보나는 어려서 안된다는 코치의 만류에도 신경 안 쓰고 토냐에게 피겨를 배우게 합니다. 선천적인 재능이 있던 토냐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을 꺾고 대회 우승을 하는 등 피겨에 큰 재능을 보입니다. 엄마 라보나는 독불장군입니다. 남편과 이혼을 하고 난 후 서빙 일을 하면서 번 돈을 토냐(마고 로비 분) 피겨 연습비로 냅니다. 스파르타식 교육을 넘어서 딸에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손지검을 넘어서 폭력을 행사합니다. 

엄마의 독설과 폭력에 시달리면서 자란 토냐는 제프(세바스찬 스탠 분)라는 청년을 만나고 사귑니다. 제프는 엄마와 똑같이 폭력적인 사람입니다. 맘에 들지 않으면 토냐를 때립니다. 이런 폭력에 노출된 토냐도 폭력적입니다. 게다가 가난해서 피겨 의상도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출전을 합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면 엄마라는 인간이 토냐를 다독여야 하지만 악랄하다고 느낄 정도로 토냐에게 독설은 기본 폭력적으로 대합니다. 엄마는 토냐가 독설을 들어야 악에 받쳐서 운동을 잘 할 수 있다고 느꼈는지 돈을 주고 관중석에서 욕을 해달라고 부탁까지 합니다. 

보통의 스포츠 드라마에서는 이런 엄마가 토냐가 미국 국가대표 선수가 되면 따뜻하게 포옹을 해주는 훈훈함으로 마무리하지만 토냐가 궁지에 몰렸을 때도 딸에게 상처를 줍니다. 항상 담배를 물고 사는 엄마 라보나라는 캐릭터는 근래 본 캐릭터 중 가장 악독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물론, 그런 엄마의 행동이 악의를 가진 것은 아니고 사랑의 매처럼 토냐는 맞고 깨지고 자라야 운동을 잘 한다는 그릇된 모성애를 가진 인물입니다.

남편 제프는 그나마 좀 낫긴 합니다만 툭하면 토냐에게 주먹질을 합니다. 그러나 때리고 나서 사과를 하기에 토냐는 제프와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토냐가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 후 미국 국가대표 선수가 된 후 토냐가 제프를 배척하기 시작하자 화가나서 또 팹니다. 결국 둘은 이혼을 합니다. 


언론이 만든 악녀 이미지를 조롱한 영화 <아이, 토냐>

스포츠 경기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을 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두 경쟁 선수가 친하지만 철천지 원수처럼 그리는 경우가 많죠. 우리는 김연아와 아사도 마오의 대결 구도를 통해서 마오를 꺾어야 하는 적으로 인식했습니다. 지금도 마오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죠. 그런데 이런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요? 

둘 다 그냥 스포츠 선수일 뿐인데요. 이런 대결 구도를 만들어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집단이자 만드는 사람들은 언론입니다.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고 폭력적이고 선머슴 같은 토냐와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곱고 예쁜 공주 같아서 미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움을 가진 낸시 캐리건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한 것은 언론입니다. 영화에서 토냐는 낸시에 대해서 딱 2번 언급을 합니다. 한 번은 둘 다 미국 국가 대표여서 같이 합숙을 한 친한 친구라는 사실과 또 한 번은 우울한 표정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보다는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행복했다는 말을 합니다. 


<아이, 토냐> 후반에는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던 그 사건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집니다. 토냐가 질투심에 사로 잡혀서 낸시 캐리건을 청부 폭행한 사건의 전말이 다루어집니다. 이 사건은 자세히 소개하지 않겠지만 토냐의 주변에 똑똑한 사람이 1명이라도 있었다면 좋은 후원자나 매니저를 만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라는 안타까움이 계속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토냐가 순백의 여자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폭력적이고 쌍 소리 잘하고 거칠지만 언론이 토냐를 필요 이상으로 악녀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 대가로 토냐는 평생 빙상 연맹에서 제명되었고 지금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사건 이후에 토냐는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할 정도로 다시 불우한 삶을 삽니다. 돈이 궁핍했던 토냐는 B급 배우나 스캔들을 일으켰던 악명 높은 사람과 생계를 위해서 권투를 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사랑할 사람을 필요로 하고 미워할 사람도 필요로 하죠. 쉬운 답을 원해요"

"진실 같은 건 다 개소리에요"

"모두에겐 자신만의 진실이 있고 삶은 제 멋대로 흘러갈 뿐이에요"

미국 사람들만 이럴까요? 우리도 매일 매일 미워할 사람, 사랑할 사람을 정해 놓고 살고 있습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게 쉬운 답이고 명쾌한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인데요. 그래서 선과 악의 구분이 강한 슈퍼히어로물에 열광하는 것 아닐까요? 쳐 부셔야 할 악당과 그 악당을 혼내 줄 착한 슈퍼 히어로. 그런데 세상엔 100% 악당도 100% 선한 사람도 없습니다. 각자의 정의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악당과 선한 사람이 될 뿐이죠.

토냐 하딩은 악당이었습니다. 언론이 제조하고 대중이 대량 소비한 악녀입니다. 영화 <아니, 토냐>는 이런 미국의 대중들과 언론을 신랄하게 조롱합니다. 통쾌했습니다. 정말 통쾌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토냐의 울면서 쇼를 위해서 억지로 웃는 모습에는 강한 서글픔이 밀여오네요. 마고 로비라는 배우의 대단한 열연이 가득합니다. 처음에는 이 배우가 '할리 퀸'의 그 마고 로비인가? 몇 번을 검색으로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네요. 


강력 추천하는 영화 <아이, 토냐>

재미있습니다.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토냐 하딩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블랙 코미디 톤으로 담았습니다. 우울한 내용이지만 시종일관 영화는 잔잔한 미소와 웃음을 계속 유발합니다. 짐벌을 이용한 롱 테이크와 현란하고 젊은 감각의 화려한 편집술로 영화 전체를 밝은 톤으로 담았습니다.  흘러간 인기 팝송도 자주 나오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관객을 향해서 말하는 토냐의 마지막 멘트는 뜨끔하기까지 합니다. 연출, 연기, 스토리텔링 모두 좋습니다. 특히 트리플 악셀을 뛰는 토냐와 상대 권투 선수의 펀치를 맞고 링에서 날아오르는 토냐의 모습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는 모습은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메시지 전달력도 이야기의 흥미로움과 연기 모두 뛰어난 수작입니다. 이런 영화를 영화관에서 못 본 것이 아쉽네요. 이래서 아카데미가 이 영화를 후보에 올렸나 보네요. 

별점 : ★★★★

40자 평 : 언론과 대중이 손잡고 만든 악녀 토냐에 대한 품격 높은 조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