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카메라를 딱 한 번 사용해 봤습니다. 1주일 정도 사용한 후에 반납을 했습니다. 가격이 1천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으로 촬영 하면서 조심 조심 사용했습니다. 라이카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수동 초점입니다. 따라서 처음 사용하는 분들은 초점 맞추는데도 좀 시간이 걸립니다. 이렇게 불편하고 가격도 비싼 카메라를 왜 사용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첫 셔터를 누르고 액정에 뜬 사진을 봤습니다.
아! 이래서 라이카를 사용하는구나. 제가 느낀 라이카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였지만 필름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가득했습니다. 선명하고 쨍한 사진이라기 보다는 온기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흐릿함이 사진 전체에 깔려 있었습니다. 이 맛에 사용하는구나.
흔히 하는 소리가 그 카메라는 색감이 좋아라고 하죠. 라이카가 그렇습니다. 독특한 색감, 온화한 느낌의 사진이 담겼습니다. 라이카 카메라가 비싼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제조 과정이 전체적으로 사람의 손길을 많이 받습니다. 수공예품 느낌이라고 할까요.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인력 비용이 비쌉니다. 게다가 소량 생산만 합니다. 공산품이라기 보다는 장인이 만드는 수공예품 느낌입니다.
여기에 고가 마케팅도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야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를 잘 알고 있는 카메라로 명성 유지를 꾸준하게 잘 하고 있습니다.
라이카 카메라를 사용하는 유명인들의 사진을 역은
'라이카, 영감의 도구'
<라이카, 영감의 도구>는 라이카 카메라를 사용하는 국내 유명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사진을 담은 인터뷰집이자 작은 사진집이기도 합니다. 에디터 박지호가 국내 유명인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신변잡기식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책은 라이카의 빨간 로고처럼 빨간색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서 겉표지가 따로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페이지는 총 318 페이지이지만 활자가 듬성듬성 있고 사진들이 많아서 2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상당히 가벼운 책인데 책 내용도 가볍습니다. <라이카, 영감의 도구>라는 책 제목을 보면 라이카로 촬영한 사진을 통해서 대중 예술가나 예술가가 영감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박찬욱 감독과 하시시 박을 빼면 딱히 라이카 사진을 통해서 영감을 받는 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인터뷰이들의 이름을 보면 영화감독 박찬욱, 김종관, 모델 하시시 박, 여행작가 김동영, 래퍼 더콰이엇, 산업디자이너 유영규, 포토그래퍼 이오반, 작가 백영옥이 있습니다. 모든 인터뷰이들의 인터뷰 내용이 좋지는 않습니다 래퍼 더콰이엇 같은 경우는 취미 사진가 정도이고 몇몇 인터뷰이의 인터뷰 내용은 그냥 그 사람의 신변잡기식 별 흥미로운 내용들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쓰고 있는 라이카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들어 있습니다.
균질하지 못한 점이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 내용은 좋네요. 전 취미로 사진을 하는 줄 알았더니 박찬욱 감독은 라이카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고 거기서 영화의 영감을 얻는다고 하네요. 또한 사진 찍는 것이 취미가 아닌 또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진득하게 담습니다.
또한, 사진 스타일이 저와 닮아서 저도 진득하게 읽었습니다. 매일 산책하다 보면 늘 같은 풍경인데도 늘 새롭게 찾아가는 뭔가가 있다고 말하는 박찬욱 감독, 맞아요 사진을 촬영하러 여행을 꼭 갈 필요는 없습니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도 매일 같지만 다릅니다. 실제로 조금 다른 것도 있지만 내 마음 상태에 따라서 또는 시선에 따라서 달라지고 그 달라진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 편이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아가씨>가 고양이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내용도 흥미롭더군요.
그 다음으로 재미있게 읽은 인터뷰는 하시시박입니다. 봉태규의 아내이자 모델인 하시시박은 독특한 사진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이카 필름 카메라로 이중노출 사진을 즐겨 촬영합니다. 또한, 질감이 독특한 사진을 촬영하는데 외국에서 사진이 좋다면서 함께 일해보자고 했고 지금은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면, 더콰이엇 인터뷰 내용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라이카 카메라에 대한 애정이 깊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리고 촬영한 사진들도 아마추어 그 자체입니다. 물론 더콰이엇은 취미 사진가이기 때문에 사진 지적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담긴 사진들이 대체적으로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사진들이 많습니다. 이게 라이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재미이긴 하지만 딱히 맘에 드는 사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라이카 카메라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과 함께 유명인들의 자신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인터뷰이들에 대한 호오가 좀 있네요.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이 라이카카메라는 다른 카메라들과 뭔가가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게 필름 감성이라고 하기도 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고도 하고 라이카만의 색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형언하기 쉽지 않은 라이카 카메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많은 사람들이 라이카 카메라를 찾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