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이 되면 SBS 문화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이 펼쳐집니다 올해는 지난 주 금요일인 8월 10일에 오픈 행사가 있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맹렬한 더위가 계속 되는 요즘입니다. 정말 지독하다고 느낄 정도로 더위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공서나 도서관 그리고 미술관으로 피서를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폭염으로 인해 방문객이 늘었다고 하네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행사 시작을 알리기 위해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관장이 축사를 했습니다. 외국인 관장으로 꽤 오랜 시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하고 계십니다.
행사 진행은 SBS 아나운서가 진행했습니다. 행사는 길지 않고 짧고 간단하게 했습니다. 이 <2018 올해의 작가상>은 1970년대 생 작가 4인(팀)이 바라본 현대 도시 속 개인과 공동체라는 주제로 진행을 합니다. 4인(팀)의 후보 예술가들이 8월 11일부터 자신들의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를 하고 9월 5일 최종 1인 선정 및 시상을 합니다.
관객 반응이나 예술가들의 반응과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시상을 하는 듯 하네요. 전시는 8월 11일부터 11월 25일 늦가을까지 진행을 합니다. 4인(팀)의 예술가는 창작 비용을 지원받아서 자신들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2018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는 정은영, 정재호, 옥인 콜렉티브, 구민자가 선정이 되었습니다 모두 70년대에 태어난 분들이에요. 현재 40대 예술가이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나이이자 중견 작가의 나이이기도 합니다.
이중에서 유일하게 익숙한 작가는 '옥인 콜렉티브'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서촌에 있었던 옥인 아파트에서 결성된 '옥인 콜렉티브'의 작품을 여러 미술관과 '금천예술공장'에서 만났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잘 채집하는 예술가 집단입니다.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정은영 작가
개막식에는 저 같은 초대 받은 일반인을 포함해서 미술계 원로와 예술가들과 관계자들이 가득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는지 사담이 가득했습니다. 입구는 좁고 사람은 많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설명은 자세히 듣지도 사진도 촬영하지 못했네요.
1관에 들어오니 그나마 숨통이 트였습니다. 정은영 작가는 195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여성국극'을 소재로 했습니다. 여성국극? 이거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서울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제 기억 속에 봉인되었던 여성국극이 떠올랐죠. 80년대인가 언제 한 번 토요일 오후 시간에 한 연극같은 공연을 봤는데 남자들이 좀 이상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여쭈어보니 다 여자들이라고 하네요. 여자들이 남자 옷을 입고 남자 연기를 하는 '여성국극'이라는 말에 왜 여자들이 남자 옷을 입고 하지? 남자들이 하면 되지 않나 했네요.
사실 연극도 아니였습니다. 창으로 진행하기에 국악이라고 할 수 있죠. 일본의 다카라쓰카와 비슷한 무대 공연입니다. 지금은 명백이 끊겨가고 있습니다.
공연 장면을 녹화한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전날의 섬, 내일의 섬의 구민자 작가
세상은 아날로그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편의상 세상을 숫자와 나눕니다. 시간이라는 것도 그렇죠. 하루를 24시간으로 쪼갭니다. 여기에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각 나라마다 시간이 다르기에 도착한 나라의 시간에 맞춥니다. 이렇게 시간을 쪼개다 보니 날짜 변경선이 생깁니다.
세계 시간의 기준점은 영국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입니다. 이 그리니치 천문대의 정반대에 위치한 남태평양 피지의 섬 타베우니를 갑니다. 이 타베우니에는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날짜변경선이 있습니다. 날짜 변경선을 기준으로 전날이 되고 내일이 됩니다. 한 발만 움직이면 전날이 되고 한 발만 움직여도 내일이 되는 공간에서 구민자 작가는 하루를 두 번 사는 기이한 경험을 합니다.
사실 이건 그냥 가벼운 농담입니다. 누가 하루를 두 번 살 수 있겠어요. 하지만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만든 날짜변경선 양쪽에서 24시간을 살아보면서 하루를 두 번 살거나 내일을 살아보는 경험을 합니다.
하룰 살면서 수직 파노라마로 하루의 순간을 담기도 합니다. 왜 수직 파노라마일까 했는데 날짜 변경선이 남과 북으로 가르고 날짜 변경선은 세로로 나누는 경도이기에 세로로 된 파노라마로 담은 듯 합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흥미로운 설치 예술물이 있엇습니다. 작가가 피지 섬에서 머물면서 사용한 캠핑용품 같네요.
가까이 가서 보니 가운데를 기준으로 양쪽이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완벽한 대칭은 아닙니다. 이걸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매일 같은 하루의 연속이지만 같은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것이 있습니다. 그 다름이 우리가 오늘을 사는 힘이 아닐까 하네요
피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흥미로운 전시가 있네요
계단을 통해서 내려가 봤습니다.
로켓과 몬스터의 정재호 작가
전시장 한 가운데는 익숙한 오래된 건물이 있네요. 전형적인 60~70년대 지어진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노량진에 있는 건물로 한강대교 건너기 바로 전에 이쓴ㄴ 건물입니다. 이 건물을 촬영한 후 가건물로 만들어 놓았네요. 미니어츄는 아니고 겉면만 사진으로 구현했습니다.
벽에는 남대문로 빌딩, 인사동 빌딩, 을지로 빌딩, 하ㅗ남 빌딩, 청파로 빌딩 등 60~70년대 지어진 건물이 가득했습니다.
한국의 60~70년대는 고도 성장기로 서양의 모던함을 배끼고 재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양의 것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닌 우리만의 해석으로 만들었죠. 그래서 반듯반듯하고 대칭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정재호 작가가 열심히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작품은 그림입니다. <난장이의 공>이라는 이 작품은 가까이가서 보면 여러개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만든 그림입니다. 정교한 그림으로 옥상에서 내려다 본 도시 풍경입니다. 그림의 하늘은 잿빛 가득한데 큰 애드벌룬 같은 것이 떠 있습니다.
건물들은 시범 아파트 단지 같은 근대화의 상징체들입니다.
큰 그림 속 애드벌룬은 애드벌룬은 아니고 공상과학만화 <요철 발명왕>에 나온 로켓입니다. 60~70년대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공상과학만화입니다. 만화속 이미지를 조형물로 구현했네요
요즘 작가들은 하나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사진으로 조각으로 조형물로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한가지 매체만 고집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하고 있네요. 이런 태도가 전 참 좋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데 표현 도구에 얽매일 필요는 없죠.
우주 기지의 안테나 탑 같은 조형물 옆에는 <밝은 미래>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작품인데 저 이미지 참 익숙합니다. 새소녀 같은 청소년 잡지 표지 모델 같은 작품이네요.
나팔 바지를 입은 청년 4명이 이름 모를 행성에 서 있네요. 똥꼬에 바지가 잘 끼는 <청춘>을 형상화 한 듯한 <청춘>이라는 작품입니다.
한 공간에는 벽면 가득 60~70년대 영화나 잡지 같은 다양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재현한 그림이 가득 걸려 있네요
영화 <용가리>의 스틸 사진을 그린 그림도 있었습니다. 심형래 감독의 그 용가리가 아닌 1967년에 만들어진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용가리입니다. 이 용가리는 특촬물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괴수물입니다. 한국에서 괴수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최고의 괴수물은 1967년의 '대괴수 용가리'입니다.
배우 이순재가 주연을 한 영화이기도 하죠. '대괴수 용가리'는 서울 한강 다리를 파괴하고 서울시청 건물을 발로 차는 등 놀라운 장면들이 많고 지금봐도 재미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울 도심을 파괴하는 괴수물이 나왔으면 합니다. 아직까지 서울을 작살내는 괴수물이 없네요.
정재호 작가는 국가의 명령으로 이루어진 근대화 속의 국가적, 사회적 기제가 어떻게 도시 풍경을 만들었는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회전을 찾아서, 또는 그 반대의 옥인 콜렉티브
옥인 콜렉티브는 김화용, 이정민, 진시우 작가가 2009년 종로구 옥인 아파트 철거를 계기로 만들어진 작가 그룹입니다. 철거되기 전에 옥인 아파트를 찾아갔던 기억이 나네요. 철거중인 아파트에 남겨진 주민들과 함께 상영회, 전시, 콘서트를 하면서 했고 콜트 기타를 만들던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와 함께 햄릿 공연도 했습니다.
옥인 콜렉티브는 사회 참여적인 전시회를 많이 했습니다. 세상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비판하는 모습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유머와 위트를 적절하게 섞어서 보여주는 팀입니다.
4개의 영상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회전을 찾아서, 또는 그 반대>입니다. 한 20분 정도 되는 영상물입니다. 이 영상에는 인천에 거주하고 활동하는 인천 지역의 지역 예술가들과의 대화와 회전 예술을 하는 예술가들을 소개합니다.
한 예술가가 인천시 인천대공원에 애인광장이 있다면서 지자체가 애인들에게 데이트 비용을 대는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개인의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행태에 대한 강한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우리가 국가를 위해서 결혼하고 애를 낳을 필요는 없죠. 산하제한을 강제로 하던 시대는 아니니까요.
인천에 사는 불편함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1~2시간 볼일을 보고 또 1~2시간을 전철을 타고 인천으로 향하는 불편함을 말하고 있네요. 전 인천에 살지 않지만 인천에 가면 졸다가 깨도 한참 남은 경험을 했습니다. 모든 것, 특히 문화가 서울 위주로 돌아가니 인천 예술가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네요.
서울에 있으면 파티를 해도 사람이 수백 명씩 모이는데 인천은 파티를 해도 10명 밖에 안 모이고 자연스럽게 욕망이 사라진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뭘 해도 집중도나 이목도가 서울보다 떨어져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말합니다. 인천 뿐 아니라 지방 예술가들은 관광서에서 진행하는 예술 축제에 동원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문화에 관심 많고 잘 아는 시청 직원을 만나면 예술가들이 편하지만 그 직원이 떠나면 또 새롭게 쌓아 올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관 위주로 예술계가 흘러가는 현재의 예술 창작 형태를 말하고 있네요.
씬이 없다는 인천. 뭔가 보여줄 구심점이 약한 현실을 토로하고 있네요. 그래도 전 인천이 좋아요. 인천예술재단이 운영하는 예술 축제도 많이 있고 인천이 가진 독특한 이미지, 항구, 일제시대 건물들 등등 인천의 이미지가 전 좋아서 가끔 찾아갑니다.
전시장 바깥에는 4인(팀)의 후보 작가들의 이전 작품들과 작가들의 작업실 공간을 배경으로 한 작가 인터뷰를 담은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은 어디서 영감을 받을까요? 1순위는 책입니다. 그래서 정재호 작가가 참고 했다는 요철 발명왕이라는 만화책이 있네요. 아파트공화국일는 책도 보이고요.
예술가들은 책을 조형물로, 조형물을 사진으로, 사진을 그림으로, 그림을 책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 표현 매체를 통해서 전하죠. 다만 그 전하는 방식이 놀라운 방식이면 메시지가 쏙쏙 잘 박히겠죠.
4인(팀) 중에서 전 정재호 작가의 작품들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쉽고 익숙하고 재미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60~70년대 이미지를 좋아하는 저에게 딱 좋았습니다. 물론 제가 좋아한다고 대상을 수상하지는 않을 겁니다.
<2018 올해의 작가> 전시회는 경복궁 옆에 있는 11월 25일 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