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영화 <파리,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를 연출한 감독 '빔 벤더스'의 사진에 관한 인터뷰 내용이 화제였습니다. '빔 벤더스' 감독은 브라질 출신의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에 관한 다큐 <제네시스 : 세상의 소금>을 연출하고 사진 에세이인 <한번은>을 쓰는 등 사진에 관한 깊이 있는 시선을 가진 분입니다. 

이 '빔 벤더스'감독이 핸드폰아 사진을 죽였다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제가 가진 사진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겠습니다. 


빔 밴더스 감독은 핸드폰이 사진을 죽였다고 말했습니다.


핸드폰이 사진을 죽였다는 이유로 2가지를 제시습니다. 하나는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은 다시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것도 사진을 촬영한 촬영자도 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보지 않는 다는 겁니다. 이 말에 공감을 하지 않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간단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다는 아니지만 다시 볼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촬영한 사진을 갤러리에서 다시 보면서 좋은 사진은 SNS에 공유합니다. 

이렇게 때문에 핸드폰이 사진을 죽였다는 소리는 과격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빔 밴더스 감독이 스마트폰이 사진을 죽였다는 근거로 제시한 촬영자 조차도 촬영한 사진을 다시 보지 않는 경향은 분명히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잘 찍었던 못 찍었던 현상, 인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사진을 1번 이상 꼭 봤습니다. 그러나 DSLR이나 미러리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100% 다 보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고 후보정을 하는 DSLR이나 미러리스로 촬영한 사진은 디지털 암실에서 1번 이상 보게 되지만 후보정을 하지 않는 분들이나 스마트폰으로만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은 촬영한 사진을 다시 보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분명히 디지털 사진들은 필름 시절 사진보다 쉽게 촬영하고 쉽게 소비하고 쉽게 잊습니다. 이는 필름과 다른 디지털 사진의 기술 특성 때문이죠. 사진을 진중하게 보지 않고 너무 가볍게 소비하는 경향을 보고 "핸드폰이 사진을 죽였다"라는 다소 과장되고 과격한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주장에 전 어느 정도 공감을 합니다. 


또 하나는 인화입니다. 이 인화 문제는 더 크게 공감이 갑니다. 며칠 전에 본 사진 여행 다큐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면 사진작가 JR과 영화감독 바르다가 프랑스 시골 마을과 공장을 찾아 다니면서 그 마을 사람과 근로자의 얼굴을 크게 인화해서 공장 벽이나 마을 건물 벽에 붙였습니다. 거대한 사진을 보는 감동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을 촬영한 사진작가로 유명한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사진이 비싼 이유중 하나가 크기입니다. 구르스키 사진은 갤러리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큽니다. 사진은 클수록 감동도 느낌도 더 커집니다. 이는 미술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5~6인치의 스마트폰으로 주로 사진을 소비합니다. 크기도 작지만 무엇보다 사진이 물성이 없다보니 사진에 대한 애정도 깊지 않습니다. 인화한 사진은 크기가 작아도 지갑 속에 넣고 다니지만 모니터로 보는 사진은 인화한 사진보다 소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쉽게 꺼내 볼 수 있긴 하지만 물성이 없어서 소중함은 덜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음악을 MP3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활용한 것보다 음악CD나 LP나 테이프로 들을 때 그 음악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한 것처럼 인화된 사진은 모니터로 보는 사진보다 더 애착이 갑니다. 

사진의 완성은 인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사진을 인화할 필요는 없고 모니터로 사진을 보다가 애착이 가는 사진은 크던 작던 인화를 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빔 밴더스 감독은 스마트폰 사진이 촬영 후 에 길게 소비하지 않는 모습을 비판했습니다. 경박단소한 세상에 대한 비판이죠. 물론 이런 태도가 꼰대같이 보일 수 있습니다. 마치 흑백 필름 사진이 진정한 예술 사진이라는 생각하는 늙은 사진작가의 고집과 비슷합니다. 이런 비판에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빔 밴더스 감독이 지적하는 사진을 진중하고 길게 소비하지 않는 현재의 사진 소비 문화를 비판하는 정도로만 들으면 꽤 괜찮은 지적으로 보입니다. 


두번 째 질문의 대답은 절대 공감합니다. 새로운 필터와 앱들이 사진을 더 창의적으로 만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가진 것이 적을수록 창의성은 늘어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이 제공하는 사진 필터 종류가 많긴 하지만 기성복처럼 미리 만들어진 필터를 내가 골라서 사용하는 필터입니다. 내 감성, 내만의 필터, 내 창의성이 들어간 필터가 아닙니다. 인스타그램 필터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3분 안에 먹을 수 있는 간편식입니다. 반면 더 오래걸리고 불편해도 내가 직접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하는 음식은 간편식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이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색을 요리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 사람이 채도, 색조, 명암, 밝기를 직접 조절해서 만드는 사진이  라이트룸의 프리셋을 일괄적으로 때리는 사진보다 좋습니다. 자동화는 편리성을 제공하는 몰개성의 도구입니다. 


셀카에 대한 질문에 단호박으로 사진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셀카는 단지 거울이라고 합니다. 



이미지 조작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이 대답도 공감합니다. 몇 년 전에 유명 사진 에이전시인 매그넘 소속의 한 사진작가가 사진 속에 있는 피사체를 지웠다가 들통이 났습니다. 이에 사진 속에 불필요한 피사체는 지울수 있지 않느냐고 옹호하시는 분도 있지만 전 사진의 기본 속성은 기록성을 중시하기에 사진은 절대로 피사체를 지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연출을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합성 사진 분야나 예술 분야의 사진이라면 허용될 수 있지만 풍경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은 절대로 피사체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건이 터진 이후 그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을 볼 때 마다 이 사진은 또 어떤 피사체를 지웠을까부터 생각하게 되고 결국 그 사진작가의 사진이 다 의심스러워서 보지 않고 있습니다. 풍경 사진은 찍어야지 풍경 그림을 카메라와 포토샵으로 그리면 안됩니다. 


빔 밴더스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사진은 사진이 아닌 다른 용어를 만들어서 분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새로운 사진 용어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솔직히 과격한 말이긴 합니다만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이 나아보이기도 합니다. 빔 밴더스 감독은 사진과 비슷하지만 스마트폰(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은 찍고 난 후 다시 찾아보지 않고 인화하지도 않는다면서 사진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즉 사진을 길게 소비하지 않고 물성의 사진이 되지 않아서 사진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뭐가 좋을까요? 액정 사진? 모니터 사진? 픽셀 사진? 휘발 사진? 뭐가 좋을까요?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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