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고양이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밤마다 애기 울음 소리 같이 시끄럽게 울고 쓰레기 봉투를 뜯어 놓아서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이런 길고양이를 길고양이라고 하지 않고 도둑 고양이로 불렀습니다. 그러나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길고양이(길냥이)는 생각보다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물론, 위에서 지적한 행동들로 인해 길냥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길냥이들은 참 불쌍한 동물입니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길들여진 고양이는 그 습성 때문에 집 안에서만 키우거나 집 밖으로 나가면 영역 다툼을 하는 야생 동물이 됩니다. 이중에서 야생 동물이 된 길냥이는 매일 매일이 전쟁입니다. 먹이를 구하지 못해서 항상 굶주리고 사람들의 해꼬지와 온갖 위협을 피해서 공포에 떨면서 삽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흙을 파 먹기도 하는 길냥이들 이 길냥이들 평균 수명은 2년입니다. 고양이 평균 수명이 14년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짧습니다. 

마치 잘 먹고 잘 치료 받을 수 있는 현대인이 집냥이라면 온갖 위협 속에서 동굴 속에서 모여사는 원시인이 길냥이입니다. 제가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변한 것은 조카 때문입니다. 


조카가 키우는 고양이 사진 촬영을 위해서 오래보고 자세히 보니 고양이마다 무늬도 다 다르고 성격도 다 다른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게다가 고양이들이 참 온순한 동물입니다. 물론 귀여움은 이루말할 수 없습니다. 

조카가 키우는 고양이 사진 찍어주고 고양이 사료 좀 받아왔습니다. 거리 사진을 좋아해서 계획없이 목적없이 낯선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닙니다. 낯선 동네 골목길을 걷다보면 자주 보는 피사체가 길냥이들입니다. 나를 보고 경계를 하고 다가가면 후다닥 도망갑니다. 사람들이 하도 못살게하니 한국에 사는 길냥이들은 사람들을 두려워합니다. 그게 본능입니다. 그래서 길냥이들을 사진으로 담으려면 줌렌즈가 필수입니다. 


가끔 사람 손을 탄 길냥이도 있습니다. 수원 화성 방화수류정 옆 호수인 용연 주변에 사는 길냥이 1쌍은 사람을 피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마음시 좋은 캣맘이나 캣대디가 있나 봅니다.  어스름한 저녁길을 걷다가 캣맘이 먹이를 주는 장면을 봤습니다. 자동차 밑에 있던 고양이는 캣맘을 보고 반가워하더니 먹이를 열심히 먹더군요. 

길냥이를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2년 밖에 못사는 가여운 존재들인 길냥이. 사진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힘이 있기에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길냥이를 촬영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안양예술공원 주변의 한 재개발지역의 폐가에서 사는 고양이 가족을 보고 사료가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조카가 준 한 봉지 사료를 들고 밤 산책을 했습니다. 집 근처 가산디지털단지는 토요일, 일요일은 유령 도시가 됩니다. 온통 근로자들이 가득해서 토,일요일은 공허함만 가득합니다. 

이 텅 빈 가산디지털단지를 밤 산책길로 정하고 1회용 컵에 고양이 사료를 챙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길냥이를 만날지 못 만날지는 알수가 없었습니다. 자주 걷는 길도 아니고 가끔 보는 길냥이들이지 안 보일 때도 많으니까요. 독산역을 지나가는데 한 카페 앞에서 이제 막 독립한 듯한 고양이가 보였습니다. 멀리서 서로를 지켜보다가 내가 사료 하나를 톡하고 던져줬습니다. 사료가 통통 튀면서 굴러ㄱ가자 고양이 본능이 발동해서 그 사료를 발바닥으로 잡더군요. 그리고 냄새 맡고 먹었습니다. 좀 더 다가가서 몇 알을 더 던져주자 고양이가 경계심을 풀었습니다. 

 

먹이를 먹으면서도 주변 소리에 경계를 계속 했습니다. 

좀 더 다가가도 고양이가 도망가지 않네요. 이번엔 한 움큼 집어서 줬습니다. 


먹이를 너무 잘 먹어서 더 주려고 했더니 하악질을 하네요. 경계를 다 푼 것은 아닙니다. 페이스북 이웃분의 글을 읽어보니 고양이는 태어나서 3개월 안에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한다고 하네요. 해꼬지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면 사람만 보면 피하고 도와주는 사람을 많이 보면 경계심이 심하지 않고요. 

한국에서 사는 동물 치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물은 없을거에요. 그만큼 우리는 동물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기 보다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니까요. 그래서 길냥이들을 미워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길냥이들이 쥐도 잡아주는 등 우리에게 도움 되는 점도 많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캣맘이나 캣대디 같은 분들이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고 겨울에는 보금자리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먹이를 먹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습니다. 길냥이들은 대체적으로 말랐습니다. 가끔 뚱뚱한 길냥이가 있지만 그게 살이 찐 게 아니라 인간 음식에 많이 들어간 소금 때문에 몸이 붑습니다. 한국 음식들 좀 짜고 매워요. 이걸 고양이가 먹으니 몸이 붑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고 잘 먹어서 저렇다고 투덜대는 분들도 많죠. 그마저도 뭔가 좀 먹었으니까 붑지 이 아갱이처럼 바싹 마른 고양이도 많아요. 


다시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한적한 도로를 걷다가 길을 따라서 걷는 길냥이를 또 발견했습니다. 바로 옆에 버스 정류장이 있고 사람이 있었습니다. 앞에는 제가 다가가고 있었고요. 고양이가 오도가도 못하네요.


빠르게 먹이를 줬습니다. 경계심이 확 풀어지네요. 이 길냥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덜 합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나 봅니다. 하악질도 안 합니다. 먹이를 주는데 허겁지겁 먹네요. 

사실 제가 캣대디도 아니고 처음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라서 서툽니다. 다음에는 1회용 그릇과 물도 함께 가지고 나가서 줘야겠어요. 


그래도 길냥이는 길냥이입니다. 주변에서 사람 소리가 나니 뒤를 획획 자꾸 돌아봅니다. 한 연인이 버스 정류장에서 배웅해주려고 떠드는 소리인데 사람 목소리에 반응을 합니다. 

스마트폰 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라서 화질은 좋지 못하지만 다음에는 미러리스나 DSLR 들고 나가서 길냥이들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많이 남겨야겠어요. 저라도 이 고냥이들 기억해줘야죠. 그리고 길냥이들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미워한다고 숫자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서 동물로 살기 참 힘듭니다.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네요.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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