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로 칭송 받은 뛰어난 애니들이 실사화를 했지만 대부분은 혹독한 평가를 받고 사라진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본 애니 중에 실사화해서 망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도 실사 영화로 만들었지만 큰 반응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각기동대>는 다양한 액션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실사로 만들만 했습니다. 그러나 오시이 마무루 원작의 <인랑>은 세계관과 결말이 너무 어둡고 음습해서 실사화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액션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재현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스토리가 마니아만 좋아하는 내용이 아니라서 실사화 되기 어렵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걸 김지운 감독이 실사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대중적인 입맛을 위해서 MSG를 잔뜩 뿌린 김지운 쉐프의 인랑

영화 <반칙왕>, <놈놈놈>, <달콤한 인생>, <밀정> 등으로 스타일리쉬한 액션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잘 만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김지운 감독이 일본 애니 <인랑>을 실사 영화로 만든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우려도 많았습니다. 원작 자체가 대중성이 높은 스토리가 아닌데 이걸 아무리 각색을 잘 한다고 해도 잘 만들 수 있을까? 원작 그대로의 결말로 흐르면 흥행하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원작과 다른 결말로 흘러도 애니 <인랑> 마니아들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합니다. 

그럼에도 김지운 감독이기에 슬기롭게 이 난관을 해쳐갈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영화 <인랑>은 김지운 필모그래피에서 최악의 영화로 기록될 영화였습니다. 

일본 원작을 한국 실정에 맞게 바꾸는 것을 자연스러운 각색입니다. 영화 <인랑>은 시작부에 정우성이 상황을 약 5분에 걸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2024년 한국과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해서 5년 후에 통일을 하자고 약속을 합니다. 이에 주변 강대국인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는 경제봉쇄를 통해서 통일 한국을 방해합니다. 이런 주변 국가의 경제 봉쇄로 한국은 경제가 황폐해지고 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 집단인 섹트가 탄생합니다. 

이 무장 테러 단체 섹트를 막기 위해 경찰은 특수 무장 기동대(특기대)를 창설하고 이 섹트에 대항합니다. 특기대는 장갑차 같은 방탄 무장과 강력한 화력으로 무장하고 지상과 지하를 다니면서 섹트를 찾아서 체포하거나 사살합니다. 


그날도 과격한 시위대들이 광화문에서 시위기 계속 되었습니다. 이 시위대 사이로 섹트가 파고 들어서 경찰에게 총과 폭탄을 던집니다. 다수의 경찰이 부상을 당하자 당국은 특기대를 투입합니다. 지하 하수로로 숨어든 섹트를 잡기 위해서 특기대는 하수로에서 섹트 일당을 일망타진 합니다. 특기대의 에이스 임중경은 하수로에서 빨간 외투를 입고 섹트에서 활동 중인 폭탄 운반책 여고생과 조우합니다. 

임중경은 소녀를 바로 쏘지 못하고 주저합니다. 이때 소녀가 자폭을 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임중경은 특기대 훈련소에서 4주 재훈련을 지시받습니다.  


4주 훈련 중에 특기대 동기인 한상우를 만납니다. 한상우는 특기대 출신이지만 지금은 공안부에서 근무합니다. 한상우는 죽은 여고생이 떨어트린 다이어리를 전해주며 유족에게 직접 전해 주라고 합니다. 여고생의 다이어리를 보다 여고생의 언니인 이윤희(한효주 분)을 만납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불꽃이 튀었는지 키스까지 합니다. 

여기서부터 망했다 이 영화라는 느낌이 확 밀려오더군요. 망했어요 망했어. 고개가 저절로 좌우로 흔들어졌습니다. 망필이다! 한국 맛을 내기 위한 MSG를 너무 많이 넣어서 잡탕 찌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각색가들의 빈곤한 상상력이 만든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 

각색 할 수 있습니다. 해야 하는 영화가 <인랑>입니다. 한국 설정으로 바꾸려면 각색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개연성이 있어야 밀도 높은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먼저 통일 한국을 반대하는 주변 강대국들이 경제 봉쇄를 통해서 한국내에서 폭동 그것도 무장 폭동이 일어난다는 설정이 좀 괴이합니다. 현실과 다른 세계를 그리는 것이 영화라고 하지만 평화적인 촛불 집회를 이끈 나라에서 무장 폭동이 일어난다는 것이 쉽게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건 그렇다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세계관이라고 넘어가죠. 

어떻게 자기 동생을 죽인 특기대 요원과 만나자마자 라면 먹고 키스까지 합니까? 이 키스 장면에서 몇몇 관객들은 현실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이런 구멍은 꽤 많습니다. 어떤 관객은 나오면서 공안부가 뭐고 특기대가 뭐야? 다 경찰 아닌가? 왜 자기들끼리 싸워?라고 이해를 못하더군요. 사실 이 공안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지 한국에서는 쓰지 않는 단어입니다. 따라서 원작에서 특기대, 공안부라고 나왔다고 해도 한국 실정에 맞게 경찰특공대와 국정원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로 바꿨어야 합니다.

저도 보는 내내 공안부가 경찰 공안부서인지 공안부가 따로 있는지 헛갈리더군요. 그나마 좋았던 것은 원작은 3개의 치안 관련 기관이 서로가 치안 권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3개의 권력 기관은 암살을 저지르는 특기대 내 비밀 조직인 인랑을 무서워하고 색출하려고 노력합니다. 원작의 복잡한 권력 구도를 <인랑>은 공안부 vs 특기대간의 권력 다툼으로 조정합니다. 대결 구도는 무척 심플해졌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공안부와 특기대의 대결 구도가 잡아가지만 왜 이 두 기관이 서로를 파괴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관객은 공안부와 특기대가 왜 싸우는지 이해가 가지 않고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둘 중 하나는 관객들이 응원하게 하는 선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습니다. 그냥 개싸움입니다. 이 개싸움에 이윤희라는 캐릭터를 원작보다 멜로라인을 강력하게 투입해서 달달하게 만듭니다.

다 보고 나면 원작의 음습하고 어두운 영화의 느낌은 없고 액션 멜로 영화로 보여지게 됩니다. 이는 예상 했던 바입니다. 문제는 멜로가 그렇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무뚝뚝한 짐승 같은 남자 임중경과 희망이 없는 이윤희 사이의 감정라인이 전혀 살아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배우 배치도 좋지 못합니다. 짐승의 느낌, 무뚝뚝한 상남자 느낌이 나게 하려면 수컷의 향이 가득 나는 다른 배우를 썼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게봐도 강동원에게서 상남자의 느낌을 얻기 쉽지가 않네요. 그렇다고 연기를 못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배우가 가지고 있는 느낌이 어울리지 못하다 보니 한효주와의 멜로 라인은 아름답지도 절절하지도 슬프지도 않습니다. 두 주인공 사이에 흐르는 캐미가 없다 보니 영화는 시종일관 지루함과 짜증이 자주 나옵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꽤 볼만한 <인랑>

너무 혹평만 했나요? 혹자는 영화 <리얼>의 부활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한효주, 강동원 주연의 <골든슬럼버>도 거론하는데 <골든슬럼버>보다는 낫습니다. 나은 이유는 액션 때문입니다.

원작 자체가 액션이 많지 않습니다. 보이는 건 중장갑을 한 특기대 강화복만 도드라질 뿐 이렇다할 액션이 많지 않습니다. 김지운 감독은 액션 장인이라고 할 정도로 액션을 참 잘 찍습니다. 액션 장면만 보면 꽤 잘 찍은 영화입니다. 먼저 특기대의 강화복을 좀 더 개선을 했습니다. 한쪽 팔에 방패 같은 장갑을 덧대어서 총알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막게 합니다. 또한 하수도 전투에서 다양한 발사체와 무기를 갖춘 공안부와 1대 다수의 결투 장면은 꽤 스타일리시합니다.  남산 N타워 전투 장면도 꽤 볼만합니다. 특히 드론 전투는 흥미롭네요. 하지만 쓰잘덱 없는 액션도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의 액션은 액션 과잉 같이 느껴지네요. 


유일하게 인상 깊었던 배우는 김무열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모두 연기는 잘 하지만 자기 캐릭터와 융화되지 못합니다. 왜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는지 당위가 떨어지다 보니 주요 배역들에게 설득 당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원작에 없는 구미경(한예리 분)이 숨통을 좀 트여줍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김무열입니다. 주인공 임중경의 특기대 동기라서 친구이지만 자신의 조직인 공안부가 살기 위해서 임중경을 이용합니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특히 표정 연기가 아주 다부지네요. 한상우와 임중경의 대결을 더 키우고 각자의 조직을 위해서 개싸움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이런 조직의 부속품 같은 삶에 대해서 환멸을 느끼는 모습을 담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기승전멜로병에 걸린 한국 영화들이 멜로에 많은 시간을 할당해서 영화 <인랑>은  한상우 임중경 무력 대결만 보일 뿐 심리적인 대결은 보이지 않습니다. 


강화복이 주인공 같은 이상한 영화 <인랑>

원작은 빨간 망토라는 잔혹 동화를 통해서 조직을 위해서 자신을 버린 외로운 늑대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여자를 만나서 사랑을 느끼고 싶지만 자신의 조직을 위해서 개인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늑대의 삶을 사는 남자의 울부짖음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인랑>은 이 부분이 상당히 약합니다. 이윤희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외로운 늑대의 서러움 울음을 담고 있긴 하지만 감정 라인이 약해서 두 주인공의 서글픔과 서러움에 닿지 않습니다. 제가 느낀 건 일본 애니에 나온 '강화복'에 홀린 마니아가 강화복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를 만든 느낌입니다. 주인공이 강화복 같은 이상한 영화 <인랑>입니다.



"누굴 원망해야 할지 모를 때 제일 억울해"라고 말하는 이윤희. 빨간 망토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늑대에게 잡아 먹힙니다. 빨간 망토는 심부름을 시킨 엄마를 원망해야 할까요? 아픈 할머니를 원망해야 할까요? 자신을 잡아 먹은 늑대를 원망해야 할까요?

이윤희의 대사를 이용하면 영화 <인랑>은 누굴 원망해야 할까요? 감독, 각색, 배우 중에서 가장 원망해야 할 사람은 감독입니다. 김지운 감독 영화라서 액션 시퀀스는 꽤 흥미롭지만 스토리에 힘이 약하고 당위가 많이 떨어지다 보니 지루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네요. 액션만 볼만한 비추천 영화입니다. 대중성을 위해서 멜로 MSG를 너무 뿌려서 아무 맛도 안 나는 잡탕찌게가 되었네요

별점 : ★★
40자 평 : 액션만 진화한 원작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액션맛 로맨스 영화 <인랑>

썬도그
하단 박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8.07.27 14: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매율이 급락한 이유가 있군요 ㅡ.ㅡ;;

  2. real 2018.07.30 2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님. 제가 저 영화보고 느낀 어리둥절함이나 웃겼던걸 너무 잘 설명해주셨어요.
    쟤들 왜 싸워? 뭐지? 뽀뽀는 왜 해?
    마지막에 해드샷 한방이면 끝말텐데 모자도 안씌우고 액션을... 무엇보다 비주얼 대장들이 나오는데 비주얼이 하나도 돋보이지 않은게 왜지??? 그랬는데
    배우들이 어울리지 않아서였군요. 연기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재미있었어요. 화면도 좋고 배우들도 좋고 극장도 시원하고 문제는 코미디영화가 아닌데 많이 웃었다는거. ㅋㅋㅋ
    리뷰잘보고 갑니다.

  3. caco 2018.08.08 1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확하고 훌륭한 리뷰입니다. 100% 공감.

    사실, 원래부터 "비주얼에만 일가견 있는" 김지운 감독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장화 홍련 말고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 적이 한 번도 없는 감독이라고 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