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럴거야! 그런 이유로 그랬을꺼야라는 생각으로 살아갑니다. 그게 확실하고 명백하지 않지만 그걸 따지고 묻고 따지고 분석하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에너지가 많이 낭비되고 그렇게까지 묻고 따지기엔 중요성이 낮기에 그냥 내 편의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확실한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지레짐작으로 판단을 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참 많습니다.  인간사가 이런데 학문 그중에서도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학문인 역사는 당사자가 죽고 없기에 지례짐작 투성이입니다. 그래서 '승리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쓴 편향된 시선'이라는 폄하도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도 그러지 않을까요? 진실보다는 내 입장에서 돌아보는 기억과 과거의 사실들로 인해 진실과 멀어진 시선을 담은 기억으로 과거를 돌아 봅니다. 수십 년이 지나서 그 기억 속 당사자가 만나서 당시의 기억의 편린들을 함께 맞춰보다가 기억이 다른 점을 알고 서로 놀라게 되죠.

기억은 진실이 아닙니다. 단지 내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담은 하나의 편향된 시선 덩어리일 뿐입니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기억의 편향성을 꼬집은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토니 웹스터(짐 브로드벤트 분)는 은퇴 후에 중고카메라 상점을 홀로 운영합니다. 아내와 이혼을 했지만 딸의 출산을 돕는 자상한 아버지입니다. 그런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옵니다. 수십 년 전에 알고 지냈던 사라의 편지로 토니에게 줄 것이 있다는 유언이 담겨 있었습니다. 토니는 사라의 유언을 관리하는 곳으로 찾아가 자신에게 남긴 물건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놀랍게도 사라가 토니에게 남긴 것은 고등학교 친구인 아드리안이 쓴 일기장입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토니는 이혼한 아내에게 자신에게 온 편지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신이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과거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토니는 고등학교 시절 베로이카와 사귀었습니다. 베로리카 집에서 며칠 머물기도 하는 등 베로니카 가족들 모두 토니를 잘 압니다. 그런데 이 가족 중에 베로리카의 엄마인 사라가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행동을 하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그렇게 토니와 베로리카는 연인 관계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이 사랑을 길게 가지 못했습니다. 아드리안은 토니에게 자신과 베로니카가 사귀게 되었다면서 친구로서 미안하지만 알려야 할 것 같아서 편지를 보냈다고 적혀 있는 편지를 보고 토니는 불 같은 화가 납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두 사람은 사라의 죽음으로 다시 연락해서 만나게 됩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그렇게 베로니카와 토니는 수십 년 만에 마주 앉게 됩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토니는 옛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지만 이상하게 베로니카에게서 찬바람이 붑니다. 쓰잘덱 없는 소리나 하는 토니의 말을 못 듣겠다는 듯 베로니카는 한 통의 편지를 올려 놓고 커피숍을 나가 버립니다. 그 편지는 자신이 쓴 편지로 베로니카와 아드리안이 사귄다는 소리에 화가 잔뜩 나서 쓴 편지로 악담이 가득했습니다. 그 편지를 읽은 토니는 크게 놀랍니다. 자신의 기억에서 사라진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관객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죽은 사람에게 죽은 이유를 물을 수 없듯 세상을 예측하지마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수상해서 국내에서 크게 알려진 영국의 '맨부커상'을 받은 원작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상당히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맨부커상'은 대중성향의 소설상이라서 그런지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토니의 과거 회상이 주된 내용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과거 이야기를 이혼한 아내와 딸에게도 말을 합니다. 

왜 말을 할까요? 어차피 법적으로는 남이 된 아내라서 과거 연예담을 말해서 다시 재결합 하고 싶은 것일까요? 영화 후반에 토니가 전처에게 왜 자신을 떠냤냐고 묻습니다. 이에 전처는 여전히 철이 덜 든 사람 대하듯 대답을 거부합니다. 토니가 그렇습니다. 입도 가볍고 철이 덜 든 사람입니다. 자신의 가족에게는 잘 하지만 매일 아침 편지를 전하는 우체부에게는 시큰둥하게 대합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자신이 잊고 살았던 과거를 베로니카의 어머니 사라의 유언장 같은 편지로부터 추억 소환이 시작됩니다. 그 추억을 되집어 가면서 토니는 점점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변하게 됩니다.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던 토니는 추억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베로니카와 전처에게 모두 사과를 합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의 재미는 스토리에 있습니다. 20대의 추억을 꺼내면서 순차적으로 꺼내지만 중요한 기억을 나중에 끄집어내는 식으로 호기심을 계속 유발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 이야기는 이게 아닐까 하네요. 

철학도 답게 의미 깊은 말을 잘하는 아드리안은 역사 수업 시간에 이런 말을 합니다. 
'며칠 전에 자살한 친구가 왜 죽었는지는 죽은 친구에게 묻지 않으면 진실을 알 수 없어요. 역사도 마찬가지에요. 당사자에게 물어 볼 수 없어서 필연적으로 역사는 왜곡된 기록물'이라는 식으로 말을 합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소역사라고 하죠. 우리의 삶도 작은 역사, 개인의 역사입니다. 따라서 나와 관련된 사건 사고나 내 친구의 일은 직접 물어봐야 합니다. 그러나 직접 물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는 당사자에게 직접 묻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 편의대로 판단하고 생각하고 살아가죠. 문제는 내 편의대로 생각하고 판단한 것이 처음에는 그럴거야!라는 가정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그랬군이라는 확증이라는 굳은살이 됩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당신의 예감이 틀릴 수 있음을 상기시켜줍니다. 토니는 베로니카가 매몰차게 떠난 커피숍에서 일어나 베로니카를 따라 다닙니다. 그리고 베로니카의 고통을 알게 됩니다. 아주 흥미롭고 재미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섣부른 예측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충고가 들어 있는 지루하지 않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영화 후반에 관객의 예측과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치 관객에서 당신의 예감은 틀렸어라는 가벼운 뒤집기도 있네요. 

우리 인간은 기억을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이들수록 기억은 재조립이 되어서 변색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요한 기억을 봉인하는 능력도 갖추었죠. 이게 다 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한 기억의 조작 아닌 조작입니다. 사람은 평온함을 추구합니다. 특히 나이들수록 자신의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세상이 돌아가길 원하죠. 그런데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짜증이 나고 화가나고 거부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이들수록 보수적이 된다고 하죠. 

그 기억의 보수성을 한장의 유서 같은 편지가 깨고 진짜 기억과 진실을 만나게 합니다. 토니는 진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세상에 머리를 숙여서 사과를 합니다. 아주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지만 가볍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20대의 추억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별점 : ★★★

40자 평 : 당신의 예측은 자신을 위한 방어술일 뿐 진실은 그 시대를 함께한 사람에게 있다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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