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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미투 운동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진계

by 썬도그 2018.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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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진가가 아닙니다. 사진계에 몸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진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이쪽 문화를 계속 탐닉하고 있습니다. 한 분야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하다 보니 페이스북 이웃 분 중에는 사진가들도 많고 여러가지로 귀동냥 하는 것도 있습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성폭력에 대한 대중 고발 운동인 미투운동이 한국의 한 여자 검사가 시작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서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음악, 미술계와 함께 사진계에도 미투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소나무 사진작가로 유명한 중견 사진작가가 미투운동으로 명성에 먹칠을 했고 사과를 했습니다. 한 상업 사진가는 성폭력에 대한 미투 운동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유명 유튜버가 비공개 집단 사진 촬영한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그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유명 유튜버의 폭로의 본질은 강압적이고 비상식적인 촬영 문화 

유명 유튜버가 몇 년 전에 비공개 집단 사진 촬영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전 비공개 사진 촬영 문화가 있다는 걸 이번 사건으로 처음 알았습니다. 보통 사진 촬영은 모델 비용을 지불하고 사진 촬영을 하고 그 사진을 공개를 하던 안 하던 계약에 따라서 초상권을 촬영자나 모델이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비공개 사진 촬영은 비공개가 원칙입니다. 즉 촬영하고 하드 디스크에 보관하거나 스마트폰에 저장해서 혼자만 보는 용도입니다.

이렇게 비공개로 촬영하는 이유는 그 사진을 공개할 수 없는 몰상식하고 몰염치하고 몰지각한 은밀한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이 은밀한 사진이 세상에 공개되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유명 유튜버입니다. 이에 유튜브에 자신의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이후 잘 아시겠지만 유튜브에서 고백한 내용과 달리 유명 유튜버의 카톡 내용이 공개 되면서 다시 피해자인 유명 유튜버를 비난하는 2차 가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 이 사건을 보면서 한국에서 미투 운동이 쉽게 남녀 혐오 배틀로 변질되는 모습이 개탄스러웠습니다. 설사 그 카톡 내용이 진실이라고 하고 진실을 왜곡해서 고백하는 모습을 지탄 받아야 하지만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스튜디오를 제공한 분과 그런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 아닐까요?

수 많은 남자들이 둘러싸서 1명의 모델을 두고 촬영을 하는 그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지워야하는데 더 큰 목소리를 내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 심하게 말하면 이런 비공개 집단 촬영 문화를 유사 AV 산업으로 느껴졌습니다. 

[단독]“그들은 사냥감처럼 NF 찾았다” 비공개촬영회 사진작가의 폭로라는 기사를 보면

이 비공개 집단 촬영 문화가 오래된 것은 아니고 최근에 많이 확산되었고 많은 사진계 분들이 이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이 터지자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라고 하네요. 전 궁금했습니다.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사진계는 왜 가만히 있을까?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서 사진계도 다른 문화계처럼 모델과 사진가와의 갑을 관계로 인한 성폭력이 만연해 있고 가장 만연한 곳이 사진계라는 쓴소리가 있음에도 아무런 정화 활동이 없는 것일까?

왜 이러는 것일까요? 사진계는 자체 성폭력 정화 능력이 있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모델과 사진가 또는 문하생과 사진가 사이에 일어나는 성폭력을 막을 수 있을까요? 



사진계가 미투 운동에 미온적인 태도를 생각해 보다

아래의 글은 제 소견이지 정답도 일반화 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느낌과 소견이니 다른 의견이나 다른 생각은 댓글로 달아 주시면 참고해서 글을 수정해서 포함할 댓글은 포함하겠습니다. 


1. 진입 문턱이 낮은 모래알 같은 사진계

먼저 사진계라는 말이 성립이 될까?라는 의문부터 듭니다. 사진학과 출신, 어느 유명 사진작가의 문하생들만 모인 집단체가 사진계일까요? 미술이나 음악은 관련 학과 출신들이 하나의 집단체를 만드는데 반해서 사진계는 다양한 학과 출신들이 사진을 업으로 활동을 합니다. 은퇴한 분들 중에서도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분들도 많고 덕업일치에 성공해서 취미가 직업이 된 분들도 있습니다. 

또한 분야도 다양하죠. 웨딩 사진가, 광고 사진가, 인물 사진가, 사진관 운영하는 상업 사진가, 예술 사진가가 있습니다. 이렇게 분야도 다양하고 다양한 사람이 사진으로 돈을 버는 프로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진가들이 있다 보니 이 분들을 묶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없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사진가 단체는 한국사진작가협회입니다. 한국사진작가협회는 60년대에 사진관 운영하는 분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라고 들었습니다. 이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사진계를 대표하는 단체도 아닙니다.

한국사진기자협회도 있지만 이 단체도 같은 직업을 가진 사진기자의 권익만 생각하지 사진계를 대표하지도 사진계의 이런 추악함을 포착하고 고발하려는 움직임도 없습니다. 없습니다. 없어요. 사진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진계에서 터지는 비리나 문제점은 계속 나오지만 의견을 모으고 제안을 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지 못합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다 보니 미투 운동에 대해서 다들 인지들은 하지만 한 목소리를 내지는 못합니다. 


2. 쉬쉬하는 문화

사진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없지만 같은 장르의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서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소문도 은밀하게 멀리 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민감한 이슈가 터지면 사진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쉬합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알지만 나서서 이건 아니지 않냐요! 고쳐 나갑시다!라고 외치면 왜 시끄럽게 해서 일을 더 키우냐는 식으로 안 좋게 봅니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죠. 일을 키워봐야 사진계 전체에 욕을 골고루 전파하기만 할뿐이라는 시선이 만연해 있습니다. 나만 아니면 돼!같은 복지부동의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모습입니다. 전 이번 사진계 미투운동을 보면서 그나마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을 가진 다큐멘터리 사진가 분들 중에 한 분이라도 나설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더군요. 물론 다큐 사진가들이 꼭 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세상 비판은 날카롭고 깊게 하면서 정작 사진계 전반에 걸쳐서 만연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모습에 큰 실망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다큐 사진가 모두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내부 비판을 담은 다큐 사진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나마 유일한 행동이 사진계 성폭력 감시자 연대가 사진계 인사 392명의 서명을 받은 것이 전부입니다. 유명 사진작가 분들이 좀 나서서 사진계 전반에 걸친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행동이나 말을 했으면 합니다. 


3. 도제 시스템

이는 사진계만 문제는 아닙니다. 학원에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경험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많은 사진작가 지망생들이 유명 사진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갑니다. 사진가의 모델에 대한 갑질 논란만 불거지고 있지만 제자에 대한 성폭력도 있습니다. 이런 스승과 제자의 강력한 결속 관계에서 쉽게 스승을 고발하고 다른 유명 사진작가를 고발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사진을 업으로 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어렵죠. 


피사체를 사랑하는 곳에서 사진이 시작된다


이번 사진계 미투 운동을 보면서 사진계라는 테두리가 강력하지 않은 점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사진계 정화운동에 앞장서서 나서지 않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대중적 인기는 다 섭취하면서 자신들의 사진계가 썩어가고 있음에도 나서지 않고 침묵하는 유명 사진작가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했습니다. 물론 그분들이 나설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진작가하면 떠오르는 수 많은 이름들 중에 한 분도 나서지 않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일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을의 위치에 놓인 모델들이 강압적인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를 개선하려면 촬영 계약서를 아주 꼼꼼하고 자세하게 적는 문화가 생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델 활동을 알바로 하더라도 모델 협회에 등록을 하고 사진가는 사진가 협회(지금은 없지만)에 등록한 후 서로의 권익을 보호하는 교육을 받고 촬영에 임하는 문화가 발달했으면 합니다. 정 안되면 국회에서 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비도덕적인 행위, 반사회적인 행위를 하는 사진가들은 다시는 사진계에 발을 붙일 수 없는 분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피사체를 사랑하는 것이 사진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그 피사체를 유희의 대상, 내 욕망의 도구로 활용하는 사진가들은 사진가가 아닌 카메라를 든 폭력배입니다. 한국 사진계가 있다면 성폭력에 대해 가장 미온적인 곳이라는 불명예를 지워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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