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어떨까요? 평상시에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장애인이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내가 사는 집 주변에 장애인 학교나 장애인 관련 시설이 들어오면 어떨까요? 득달같이 플랜카드 들고 건립 반대를 외칠 겁니다. 이런 모습을 어떻게 이해할까요? 평상시에는 장애인도 아닌 장애우라고 하면서 장애인을 돕자는 소리를 하면서 정작 장애인 관련 시설이 집 주변에 생기면 반대를 합니다. 장애인 관련 시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내 이익을 해치기 때문이겠죠. 그럼 왜 장애인 관련 시설이 내 이익을 해칠까요? 이는 장애인을 혐오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의 실제 민낯은 장애인을 혐오하는 것이 실제 모습이 아닐까요? 어기는 어른들은 표정을 잘 감추지만 아이들은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면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기는 학교를 다니지 않습니다. 5학년이 되자 부모의 설득으로 어렵게 아주 어렵게 일반 학교에 입학합니다.
학교라는 우주 유영기 영화 <원더>
어기 풀먼(제이콥 트렘블레이 분)은 엄마(줄리아 로버츠 분)과 아빠(오웬 윌슨 분)과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분)과 강아지와 함께 첫 등교를 합니다. 행동과 모든 것은 비장애인과 동일하나 얼굴 기형이 심해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습니다. 이런 모습을 견딜 수 없어서 어기는 홈스쿨링을 하면서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학교에 입학하길 결정합니다. 학교 앞까지 얼굴을 가린 우주인 헬멧을 쓰고 도착한 후 학교라는 행성에 첫 발을 내딛습니다. 많은 아이들은 얼굴 기형이 있는 어기의 모습에 흠찍 놀랍니다. 괜찮습니다. 어기는 그런 시선을 한 두 번 받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기의 꿈은 우주인입니다. 남들과 다른 외모라서 주목 받는 것이 아닌 우주인으로 주목 받고 싶습니다.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어기는 자신이 추바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처음에는 놀랄 수 있다고 마음을 다스립니다.
어기는 모든 과목 성적이 좋지만 특히 과학 과목을 가장 좋아하고 성적도 좋습니다. 학교에 잘 적응하나 싶었지만 아이들은 어기만 만져도 전염병에 걸린다고 생각하는지 누구하나 접근을 하지 않습니다. 과학 시간에 짝꿍 잭 윌(노아 주프 분)이 과학 쪽지 시험을 어려워하자 컨닝을 도와줍니다. 그렇게 잭 윌이라는 친구를 알게 되고 불모지 행성인 학교는 푸릇푸릇한 지구가 됩니다.
그러나 잭 윌의 뒷담화를 듣게 되고 어기는 다시 불모지 행성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어기의 주변 인물의 시선을 담은 독특한 시선의 영화 <원더>
장애를 다운 영화들의 전형적인 스토리가 있습니다. 신체 장애와 세상의 편견 가득한 시선을 극복하고 불굴의 의지로 일어서서 세상 앞에서 우뚝 선다는 스토리가 전형적인 장애 극복 성공 스토리입니다. 영화 <원더>도 보편적이고 대중성 높은 스토리로 진행되고 앞으로 진행 과정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고 그런 식으로 흘러가긴 합니다. 영화 중간에 어기 주변인의 시선으로 전환을 합니다.
영화는 갑자기 비장애인 누나인 비아의 시선으로 전환됩니다. 비아는 전형적인 모범생입니다. 동생을 너무나 사랑하고 부모님들이 태양 같은 동생만 챙기고 바라보는 것도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가끔 가족의 삶이 동생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유일하게 자신을 챙겨줬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헛헛한 마음의 구멍은 더 커집니다. 엄마는 이런 비아를 잘 압니다. 그날도 오랜만에 엄마와 둘이서 영화 '더티댄싱'을 보면서 아빠 흉을 보다가 어기가 아프다는 전화에 한 달음에 달려가는 모습에 짜증이 납니다.
여기에 단짝 친구인 미란다 마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새학기가 되자마자 자신을 멀리합니다. 보통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다룬 영화들이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이 영화는 장애를 가진 가족 주변의 인물들에게도 초점을 맞춥니다. 이점이 무척 신선하고 색달랐습니다. 비아는 말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너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야"라고 동생 어기에게 말하죠.
이외에도 어기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친구 '잭 윌'의 시선과 함께 누나 비아의 친구이자 이웃에 살면서 어기에게 우주인 헬멧을 선물해준 '미란다'의 시선까지 골고루 보여줍니다. 영화는 한쪽 이야기가 아닌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를 다층적이고 다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몇몇 시선은 꼭 필요한 시선일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네요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선택해라
영화 <원더>를 보면 한 대사가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걸 알게 됩니다. 영화 초반 선생님은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선택해라"라고 말합니다. 어기의 얼굴은 비장애인과 다릅니다. 이는 틀린 것이 아닌 단지 다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 모든 일에 옳고 그름을 갈라 놓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어기는 틀렸어라고 말하는 같은 반 아이들.
그렇다고 어기에게 넌 나와 다른 얼굴을 가졌다는 팩트도 시쳇말로 '팩트 폭격'이 됩니다. 당사자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확인 시켜주는 것도 그 자체로 큰 상처가 됩니다. 영화는 당신 말이 옳은 말이지만 그 옳은 (진실)의 말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 친절함을 꺼내 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기에게 친절함이란 뭘까요? 넌 나와 다르게 생겼어!라는 말일까요? 어기의 얼굴에 대해서 궁금하면 물어보고 그 이후에 말하지 않는 것이 친절함일까요? 어기가 자신의 얼굴에 대해서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 그냥 손을 내밀고 같이 놀자가 친절함이 아닐까요?
과연 우리는 장애인들에게 친절한가요? 어쩌다 사고를 당했어요? 라는 궁금증이 일겠지만 계속 관계를 이어갈 사이가 아닌 그냥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면 그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고 비장애인처럼 대하는 것이 친절함 아닐까요? 그러나 뭐가 친절한 행동인지 잘 모릅니다. 어기 같은 장애인과 함께 살아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위 사진은 이 영화에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인 어기를 대하는 태도를 잘 담고 있는 사진입니다. 학급 사진을 촬영할 때 어기는 선생님이라는 바른 어른 앞에 서 있습니다. 유일한 자신을 어른답게 대해주는 사람이죠. 어기 옆에 있는 백인 여학생은 선생님이 어기를 좀 더 가운데로 밀자 옆으로 한 발짝 움직입니다. 어기와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어기의 친구 잭 윌은 말합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자꾸 어기 얼굴을 보면 익숙해진다고요. 장애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면 서로에게 익숙해집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게 친절하지 못합니다. 장애 시설에 가두어서 비장애인과 구분해서 살라고 강요를 합니다. 물론 비장애인이 좀 더 많은 손길을 받아야 하기에 특수 시설과 특수 교사가 필요로 하지만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사회가 바르고 옳은 사회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 <원더>는 원더우먼이 하드캐리하는 <저스티스 리그>를 꺾은 좋은 영화입니다. 전형적인 모습이 있지만 장애를 가진 가족 주변 인물의 시선까지 담아서 좀 더 다층적인 모습도 담고 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의 신념에 넘치는 얼굴이 내내 잊혀지지 않네요. 좋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차가운 옳음보다 착한 거짓말이라도 친절함을 택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