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소설 <7년의 밤>은 뛰어난 흡입력으로 많은 분들이 읽은 베스트셀러입니다. 저도 2014년 경에 이 소설을 3일 만에 다 읽었습니다. 소설의 전체 내용을 다 알면 크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내용도 뛰어난 내용은 아닙니다. 다만 소설이 스릴러 기법을 잘 녹여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게 만듭니다. 

소설은 전직 프로야구 선수인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이 아버지가 저지른 대형 사건으로 인해 외톨이로 지내는 모습부터 나옵니다. 최서원은 친척집에서 지내다 친척의 온갖 냉대와 아버지가 저지른 죄로 인해 사람들의 손가락을 받습니다. 그러다 친척도 가족도 아니지만 동네 삼촌 같은 안승환의 도움으로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바닷가에서 사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바닷가 마을에서 7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조금씩 조금씩 돌아봅니다.

늦은 개봉으로 불안했던 영화 <7년의 밤>

책 읽은 3일을 순삭 시킨 흡입력 높은 소설 <7년의 밤>을 덮고 검색을 해보니 장동건, 류승룡 주연의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에 개봉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크랭크 인이 들어가고 크랭크 아웃이 끝났음에도 개봉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영화 후반 편집 작업까지 마쳤다는 영화가 6개월 이상 개봉하지 않자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다 만든 영화를 바로 개봉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는데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제작사인 CJ엔터는 항간에서 우려하는 작품 완성도가 문제가 되어서 개봉을 미루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런 우려 끝에 2018년 3월 말에 개봉을 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습니다.  원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손익분기점이 250만명인 영화 <7년의 밤>은 52만 관객에서 멈췄습니다.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내려간 <7년의 밤> 과연 평론가들의 평이 맞을까요?


두 아버지의 대결에 너무 초점을 맞춘 <7년의 밤>

원작 소설의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는 세령 댐 보안팀장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입니다. 소설 전반부를 최서원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려주는 스토리텔링으로 갈증이 나게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이 어린 아이가 왜 엄마를 사고로 잃고 아버지는 교도소에 갔으며 친척들에게도 버림 받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집니다.

영화는 결말만 다를 뿐 전체적으로 원작 소설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보통 한국 영화들은 원작을 재창조라고 할 정도로 각색으로 탈바꿈 하는 영화들이 많은데 이 영화 <7년의 밤>은 원작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다른 점은 이야기에 대한 시선이 다릅니다. 소설에서는 홀로 남겨진 최서원에게 일어난 일을 통해서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 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최서원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최서원 보다는 최서원의 아버지 최현수 그리고 소시오패스 같은 병원 원장 오영제 대결 구도로 담고 있습니다. 


최현수(류승룡 분)는 세령 댐 보안팀장으로 발령을 받습니다. 세령 댐 사택을 둘러보고 오겠다는 지방으로 내려간 최현수는 세령 댐으로 향하는 한적한 도로에 진입했다가 숲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오세령(이레 분)을 차로 칩니다. 쓰러진 세령은 죽지 않았지만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놀란 현수는 세령을 세령호에 버립니다. 

세령은 이 세령호 주변 마을의 땅 반을 차지할 정도로 돈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세령 마을의 실세인 오영제 병원장(장동건 분)의 딸입니다. 딸이 사라지자 실종 신고를 했지만 세령은 호수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이후 세령의 죽음을 둘러 싼 수사가 시작됩니다. 며칠 후 가족과 함께 도착한 최현수는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모른척합니다.  수사가 시작될수록 오영제는 이상행동을 하는 최현수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결은 시작됩니다. 

최현수, 오영제라는 두 아버지의 대결이라고 하지만 무슨 대단한 심리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자신이 한 일을 숨기려는 자와 그걸 밝히려는 자의 구도도 아닙니다. 다만 너무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현수는 월남 파병 군인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수 없이 맞고 자랐습니다. 가정폭력의 희생자로 아버지가 죽길 바랍니다.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아들 서원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아들 바보입니다. 반면 오영제는 딸인 오세령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소시오패스입니다. 아내를 자신을 꾸미는 액세서리로 여기는 오영제는 아내를 구타합니다. 오영제 아내는 딸 세령이만 남겨두고 처가로 피신을 합니다. 오영제는 딸 세령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가정폭력범입니다. 그날도 오영제는 딸 세령을 허리띠로 때렸습니다. 세령이는 오영제를 피해 맨발로 숲을 지나서 도로에 나왔다가 안타깝게도 최현수의 차에 사고를 당합니다. 


소시오패스에 가정폭력을 행하는 악마 같은 아버지가 딸을 잃었습니다. 아들 바보인 아버지가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을 했습니다. 영화는 두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어떤 아버지가 옳은 아버지인가?를 담는 듯 하지만 영화는 그런 것에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냥 두 사람의 이미지만 나열합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스릴러적인 요소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을 찾으려는 오영제와 숨기려는 최현수의 대결을 그리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다 보니 두 아버지가 실질적인 주인공이지만 두 아버지의 대결이 잘 담기지 않습니다. 쪼이는 맛이 없습니다. 오히려 영화는 최현수의 가정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과할 정도로 많이 담습니다. 영화 전체의 미장센이나 화면의 톤은 좋지만 불필요한 요소를 너무 크게 부각시켜서 오영제와 최현수의 대결 구도를 방해합니다. 이게 결정적인 실수 같이 느껴집니다. 그냥 모질고 모진 부성애를 가진 가해자 최현수와 가정폭력을 행하는 오영제라는 피해자라는 형용모순 같은 구도만 잘 그렸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부성애의 거룩함과 무서움을 함께 담은 영화 <7년의 밤>

영화의 연출이나 스토리텔링은 크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빼어납니다. 먼저 오세령을 연기한 이레는 짧은 분량만 나오지만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잘 소화합니다. 아역 배우 이레는 대배우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배우입니다. 이 영화에서 또 만나서 반갑네요. 


장동건도 연기를 잘 합니다. 장동건은 데뷰 초기에는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지금은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다만 영화 선택의 운이 없는지 최근 출연하는 영화들이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네요. 영화 <7년의 밤>에서 소시오패스 오영제 역할을 아주 잘 합니다. 눈이 살짝 풀린 듯한 악마 같은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눈이 커서 조금만 다른 눈빛을 해도 이미지 자체가 변할 수 있는데 딱 한 번 선한 눈빛을 하는 모습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원래 저 사람도 선한 사람인데 욕망이 집어 삼킨 괴물 같이 느껴지더군요

류승룡도 연기도 꽤 좋았습니다. 여기에 송새벽과 고경표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들은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영화 후반에는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 최현수 면회를 온 아들 최서원이 7년 전 밤에 일어난 일을 직접 듣게 됩니다. 현수는 아들 서원에게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 지를 설명합니다. 영화의 크라이막스인 세령 댐에서의 오영제와 최현수의 대결은 아주 중요한 장면입니다. 주인공이자 착한 편에 서 있어야 할 최현수의 행동이 아주 이기적인 그러나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이기적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은 부성애라는 단어로 설명이 됩니다. 오영제와 최현수 아버지의 잘못된 부성애를 닮지 않기 위해서 아버지를 저주하고 살았던 최현수가 또 다른 방향의 잘못된 부성애가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잘못된 부성애가 나오는 영화 후반 30분 정도가 영화의 재미를 느끼는 구간입니다. 그러나 영화 전체적으로는 흥미로움이 떨어집니다. 영화 결말 부분은 소설과 다릅니다. 전 소설보다 영화 후반의 결말이 더 좋았지만 아주 중요한 장면을 CG 처리한 모습은 차라리 간단하게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 매끄럽지 못하네요. 


스릴러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닌 어중간한 모습의 <7년의 밤>

스릴러의 쪼는 맛도 없고 그렇다고 두 아버지의 대결이 짜릿한 것도 아닙니다. 드라마가 강한데 최현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과하게 칠해져 있어서 스토리를 방해합니다. 여기에 오세령과 최서원의 연결 고리도 느슨합니다. 영화 원작의 밀도 높은 묘사와 심리와 쪼이는 구도가 다 헝클어진 느낌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만 기억남는 영화네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7년의 밤>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원작 소설의 스토리만 담은 개성과 재미가 사라진 영화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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