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기자재은 사진영상기자재 전시회와 함께 사진전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행사가 축소되어서 A홀 한켠에서 여러 사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들은 정말 아름답고 멋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사진들이 좀 더 생동감 높게 만들어주는 압축 아크릴 액자인 디아섹 액자에 사진이 들어가 있네요. 이 디아섹 액자는 번들거리면서도 사진을 좀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줘서 요즘 많이 이용합니다.
사진들은 정말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았고 우리가 찍고 싶어하는 그림 같은 풍경 사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풍경 사진의 교본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달력 사진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그 달력 사진을 찍기 위해서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그곳까지 찾아기 위한 노고를 생각하면 한장 한장 모두 소중한 사진입니다.
그렇게 풍경 사진들을 둘러 보다가 예전부터 느꼈던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풍경 사진들이 아름답지만 왜 사진가들은 저 나라만 찾아갈까? 제가 말하는 저 나라란 인도, 몽골, 티벳 같은 나라입니다. 이 나라들의 특징은 문명의 혜택을 크게 받지 않은 곳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네 시골 풍경 이상으로 인간미 넘치는 풍경들을 가진 나라들이죠. 또한, 사람들의 표정이 도시인들보다 더 풍부합니다.
인도는 다양한 색을 가진 나라입니다.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옷의 색도 원색에 가까운 옷들을 입고 다니고 향신료의 색도 강렬합니다. 컬러 사진을 위한 나라라고 할 정도로 색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여기에 무뚝뚝한 우리들보단 표정도 다양합니다. 몽골과 티벳은 오지의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몽골 티벳도 사진 촬영하러 참 많이가죠
사진가들을 위한 나라들이 있다
사진가들이 유독 좋아하는 나라 자주 찾아가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 몽골, 티벳 같은 곳이지만 최근에는 동남아 쪽도 많이 찾아갑니다. 이런 나라들은 사진을 만들기 좋은 나라입니다. 사람들의 풍부한 표정, 이국적인 느낌, 다양한 색 등 사진가들이 사진 만들기 참 좋은 나라들입니다. 우리는 그런 이국적인 사진을 보고 감탄을 합니다.
그러나 그 나라의 정치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은 다큐가 아닌 표면에 흐르는 고단함과 강인한 삶만 담다 보니 사진들이 다 거기서 거깁니다. 처음에는 감탄하지만 자주 많이 보면 점점 식상해집니다. 저 같이 사진 좋아하는 분들은 그런 티벳, 몽골, 인도 사진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버스 타고 찾아갈 수 있는 인도, 몽골, 티벳 같이 느껴집니다.
사진가들이 이런 나라들을 찾아가는 이유는 사진 찍기 편한 나라인 것도 있을 겁니다. 사진은 민주주의 예술이라고 할 정도로 카메라를 사면 누구나 쉽게 사진 예술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예술의 깊이나 질은 다르겠지만 카메라라는 예술의 도구만 사면 누구나 사진 예술을 할 수 있습니다. 문턱이 낮은 사진 예술은 1장으로 승부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사진동아리 고등학생이 촬영한 사진과 프로 사진가가 촬영한 사진을 놓고 2장 중 프로 사진가가 촬영한 사진을 골라보라면 대부분 제대로 골라내지 못합니다.
쉽게 말해서 아마추어가 촬영한 얻어 걸린 사진과 프로가 촬영한 사진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진은 1장이 아닌 여러장을 놓고 봐야 그 사진가의 주제나 스타일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전을 빼고 대부분의 사진공모전은 1장으로 승부합니다.
아마추어와 프로 사진가의 차이를 쉽게 구분하게 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카메라 장비입니다. 프로 사진가들은 고가의 장비를 많이 사용하죠. 이는 자신의 표현력을 위한 투자입니다. 고가의 카메라는 사진 표현력이 무척 뛰어납니다. 프로 사진가들이 고가의 카메라를 사는 것은 필연적인 선택입니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분들인데 남들보다 뛰어난 사진을 담기 위해서는 장비에 투자를 해야죠.
사진 찍어 보시면 압니다. 아무리 뛰어난 크롭바디 DSLR이라고 해도 풀프레임 DSLR의 화질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더 중요한 건 렌즈입니다. 선예도가 뛰어난 고가의 렌즈로 촬영을 하면 화질 자체가 확장된 느낌이 들 정도로 뛰어납니다. 그래서 다들 고급 바디와 렌즈를 사려고 합니다. 같은 사진 실력이라면 고가 카메라 장비로 촬영한 사진이 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고가의 장비를 구매해서 들고 다니는 아마추어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지금은 들고 다니는 카메라만 보고 아마추어인지 프로 사진가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오히려 프로들 보다 좋은 카메라 장비 들고 다니는 아마추어도 꽤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소재와 장소입니다. 프로 사진가들은 전 세계 오지 및 다양한 곳을 찾아가서 사진으로 담아 옵니다. 오로라가 내리는 북극 근처와 남극, 남태평양 섬과 전 세계 수 많은 오지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전 세계 다양하고 아름다운 곳을 쉽게 찾아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국내나 국외의 인기 관광지 정도만 사진으로 담습니다.
프로들이 촬영한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사진들을 아마추어들이 쉽게 촬영할 수 없습니다. 물론 사진 실력 차이로 인해 같은 장소 같은 피사체를 촬영해도 아마추어들은 프로 사진가처럼 촬영하기도 어렵습니다. 프로 사진가들만 촬영할 수 있는 피사체는 꽤 많습니다. 이색적인 공간을 가진 외국도 있지만 모델들도 있죠. 아마추어들은 모델을 촬영하려면 돈을 주고 고용해야 하지만 프로들은 돈을 받고 촬영을 해 줍니다.
또한 유명인들도 프로 사진가들만 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 피사체입니다. 이렇게 프로들은 아마추어에 비해 사진 촬영의 재료가 되는 피사체의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이 피사체 소재의 차이가 아마추어와 프로의 큰 차이입니다. 그래서 프로들 또는 프로 사진가과 함께 몽골과 인도와 티벳으로 단체 사진 출사를 가는 아마추어들이 늘고 있습니다.
소재의 차별성이 높은 인도, 티벳, 몽골로 대표되는 이국적인 나라의 사진들 보다가 식상함이 몰려왔습니다. 사진전시회를 많이 보고 인터넷에서 사진을 많이 보다 보니 전 세계 유명한 곳을 다 다녀본 느낌입니다. 특히 이국적인 나라들의 사진들의 사진전들은 꽤 자주 많이 열립니다.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저 나라들은 사진가들을 위한 나라들인가 보다라고 느껴집니다. 마치 국내 유명 사진 출사지는 내가 직접 가지 않아도 사진으로 많이 접해서 마치 가본 느낌이 들고 실제로 그런 유명 사진 출사지에 가보면 사진보다 덜 아름다워서 당혹스러운 경험을 할 때도 있습니다. 유명 사진 출사지라고 해서 찾아간 곳은 쓰레기가 넘치고 불편하고 냄새나는 모습에 인상을 썼던 기억이 나네요.
사진은 현실을 더 현실처럼 담기도 하지만 현실을 현실보다 아름답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진은 프레이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피사체라고 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 또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같은 피사체라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담기죠. 제가 인도, 티벳, 몽골 사진에 대한 느낀 식상함은 그 장소에 대한 식상함 뿐이 아닙니다. 인도, 티벳, 몽골을 바라보는 시선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합니다. 인도는 현자의 나라라는 식으로 담고 삶의 강인함을 담는 시선은 참 비슷합니다.
삶은 내 주변에서도 담을 수 있는데 왜 거기까지 가서 삶을 담을까요? 이국적인 장소와 피사쳬 + 삶이 더 색다르기 때문일까요? 문제는 장소와 시선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다른 사진들과 차별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식상함을 확 느꼈습니다.
이는 국내 사진가들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해마다 열리는 내셔널 지오그래피나 수 많은 국제 사진 공모전 사진들을 블로그에 꾸준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개하면서 가끔은 이 사진 작년에도 본 사진 같은데? 라고 할 정도로 사진들이 비슷비슷하고 피사체도 동일한 사진들이 많더군요. 사진 잘 받는 피사체가 따로 있는 것은 알지만 매년 비슷한 수상작들을 보니 좀 식상해 집니다.
시간과 시선의 차별성을 시도해보자
사진 홍수 시대에 사진의 강에 떠내려가는 사진 중에 내 사진을 바로 찾을 수 있을까요? 차별성이 없는 사진은 흔한 사진의 강의 물한방울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진과 다르게 보이기 하기 위해서 비싼 카메라를 사고 남들이 쉽게 갈 수 없는 나라를 찾고 희귀한 피사체를 찾고 차별성 높은 피사체를 촬영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사진의 차별성은 희귀한 피사체, 접근성이 떨어지는 피사체와 비싼 카메라 장비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수 없이 보는 피사체. 매일 보는 피사체에서도 차별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방법은 쉽습니다. 같은 피사체도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이죠. 다른 시선이 색다른 앵글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물과 커피 등을 담아서 마시는 용도로 만들어진 머그잔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머그잔 본연의 목적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걸 사진으로 담아도 차별성이 생깁니다. 예술계에서는 이걸 오브제라고 하나요?
그런 색다른 시선을 찾는 능력이 어렵다면 시간의 차별성을 시도해 보세요. 우리가 많이 찾는 삼청동이나 가로수길, 명동을 사람들이 잠든 시간, 찾지 않는 새벽이나 한 밤 중에 담아보는 것이죠. 남들이 찾지 않는 시간에 익숙한 피사체를 촬영하는 시간의 차별도 차별성 높은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