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만의 뛰어난 관용도와 질감 때문에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필름 카메라는 비용과 불편함 때문에 사용하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는 전자 부속품이 많지 않거나 아예 없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DSLR은 10년만 지나면 액정과 다양한 전자 부품이나 전선이 삭아서 작동 불능 확률이 높아집니다. 


2017년 7월 프랑스에 거주하는 카메라 수집이 취미인 '엘리자베스 블랑쉐(Elisabeth Blanchet)'는 러시아로 휴가를 갔습니다. 모스크바 벼룩 시장에서 80년대 소년에서 생산한 카메라 Elikon 35c 중고 카메라를 15파운드(약 2만 5천원)에 구입했습니다. 휴가가 끝나고 프랑스로 돌아온 블랑쉐은 Elikon 35C 필름 카메라 작동법을 동생에게 가르치려고 카메라를 둘러보니 안에 필름이 1개 들어 있었습니다. 세심하지 않았으면 그냥 확 뒷 뚜껑 열면 필름이 빛에 노출되어서 못 쓸 뻔 했는데 필름이 들어 있는 걸 잘 봤네요. 

필름을 감은 후에 필름 안에 뭐가 찍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애용하는 사진관에 필름 현상 및 인화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무사히 흑백 필름은 현상과 인화가 잘 되었습니다. 


딱 봐도 아시겠죠?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많이 보입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입학식이나 유치원 졸업식 같은 행사 같네요. 온가족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구입했으니 오래전에 촬영된 러시아 사진이네요. 소련 시절 사진일 수도 있겠네요. 블랑쉐는 이 사진 속 소년을 찾아서 이 사진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이 소년이 누구인지 언제 촬영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입은 옷을 보면 대충 소련 시절 같은 정도만 알 수 있었습니다. 이에 블랑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러시아 소년을 찾습니다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SNS를 통해서 소년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블랑쉐은 러시아 사진잡기 Rosphoto에 연락해서 이 사진 속 소년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블랑쉬의 이야기를 들은 Rosphoto 편집부는 잡지에 소년의 사진을 게재하고 블랑쉬의 SNS 계정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러시아 사진잡지 Rosphoto의 도움으로 블랑쉬가 찾길 원하는 러시아 소년을 담은 사진은 잡지와 인터넷에 크게 확산이 됩니다. 그리고 6주가 지난 후에 블랑쉐에게 메시지가 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드미트리입니다. 나는 당신이 찾고 있는 러시아 소년입니다"라는 소리에 블랑쉐은 깜짝 놀랍니다. 사실 반 포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네요

드리트리가 사진 잡지나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연락한 것은 아니고 드리트리 아버지 친구가 블랑쉐가 인화한 사진을 보고 드미트리에 연락을 해서 이 사진 속 아이가 너 같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드미트리는 사진을 보고 27년 전 자신의 모습인 것을 단박에 알았습니다.  사진에는 드미트리와 함께 자신의 아버지와 할머니도 있는 모습을 알 수 있었습니다. 블랑쉐은 드리트리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이틀 후에 스카이프로 드리트리와 화상 채팅을 합니다. 2시간 동안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흥미로운 사진 관련 이야기는 2017년 말에 일어났습니다. 러시아와 프랑스 언론사들은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여러 언론사에 하는 것이 지겨웠다는 블랑쉐는 2018년 드미트리에게 사진과 필름을 전해주기 위해서 딸과 함께 모스크바로 향합니다. 


모스크바에 도착하니 34살의 드리트리와 그의 가족이 함께 마중을 나와줬습니다


꽃을 들고 있는 드리트리 옆에 있던 할머니가 27년 전 촬영된 사진을 보고 웃고 계십니다. 곱게 늙으셨네요. 


블랑쉐가 준 사진을 보고 어렸을 때 살던 동네를 찾아간 드리트리가 사진과 2018년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고 있습니다. 


27년 전 드미트리가 다니던 학교입니다. 

궁금한 건 그럼 드리트리의 사진은 무슨 사진일까 궁금해집니다. 또한 그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진 촬영자는 카메라에 안 담기잖아요. 블랑쉐가 인화한 사진은 27년 전 드리트리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위 사진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삼촌이 촬영한 사진입니다. 삼촌은 촬영한 후에 카메라를 선반에 두고 그대로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삼촌은 필름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체 친구에게 카메라를 그냥 줬습니다. 삼촌의 친구는 삼촌이 준 카메라를 벼룩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삼촌은 웃으면서 내가 준 카메라를 벼룩 시장에 돈 받고 팔았다면서 이제 그 친구는 내 친구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모스크바를 떠나 파리로 가는 국제 공항에서 드리트리는 블랑쉐를 위해서 프랑스와즈 아르디의 60년대 샹숑 Comment te dire adieu를 불러주었습니다. 이 노래는 국내 CF 배경음악으로 참 많이 사용하였죠.

 블랑쉐와 드리트리는 사진을 통해서 우정을 나눴고 앞으로도 이 우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흐뭇하고 아름다운 사진에 관한 이야기네요. 사진이라는 것이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 같지만 뛰어난 기록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의 마중물이 됩니다. 그래서 소중히 여기죠. 동일본 지진 당시 많은 일본인들이 해일이 다가올 때 가장 먼저 챙겼던 것이 금고가 아닌 가족 사진 앨범이라고 하잖아요. 드리트리와 블랑쉐의 우정이 계속 되었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드리트리씨 정말 유쾌한 분 같네요. 정말 멋진 가족입니다.

출처 : https://flashbak.com/finding-dmitry-magical-story-russian-boys-photos-39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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