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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한국인 관찰 보고서 같은 책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by 썬도그 2018.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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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잘 알까요? 잘 안다면 외국인이라는 외부의 시선으로 우리를 보려고 할까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집단 행동들과 사회 시스템을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지적이나 훈계나 칭찬을 받으면서 우리를 객관화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존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우리를 돌아보는데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외부의 시선에 투자를 하고 살았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남의 시선이 아닌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을 더 중요시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내가 아닌 남의 시선을 더 중요시 합니다. 체면 문화가 발달한 나라죠. 이러니 친구 아들이 대기업을 다니고 좋은 대학을 간 것을 이웃과 친구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하고 그 알림을 들은 친구와 이웃들은 내 자신은 왜 이럴까하면서 질투와 분노를 하게 됩니다.

코미디언, 다큐멘터리 감독인 스티븐 프라이는 이러한 인간의 뒤바뀐 삶에 대해 경고한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숲속의 동물들을 관찰해보니 사자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사자로 살다가 죽는다. 그런데 왜 오직 인간만이 내가 아닌 누군가를 흉내 내며 살다가 죽을까!"


한국인 관찰 보고서 같은 책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은 한국인 관찰 보고서 같은 책으로 한국인들의 심리를 가벼운 터치로 담은 책입니다. 저자는 GGL리더십 그룹 대표로 경제지 컬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장 가까운 마음, 2장 가까운 돈, 3장 가까운 미래입니다. 마음과 돈, 미래는 우리 인간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소중히 여기고 많이 챙겨 보는 곳이죠. 

1장을 펼치면 시작부터 스마트폰과 SNS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합니다. 이는 한국인이 아닌 현대인들의 스마트폰과 SNS의 오남용 행태를 지적합니다. 

얼마 전 영국의 한 조사에서는 SNS 사용자의 70% 이상이 현실보다 사진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뭐 이미 귀에 딱정이가 생길 정도로 들어온 비판이라서 공감은 가지만 그냥 잔소리 같았습니다. SNS는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고 익명과 실명의 중간지대라서 알면서도 모르는 모르면서도 아는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다 보니 나를 좀 더 꾸미게 되죠. 이런 꾸밈 속의 외로움은 더 커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먹방과 쿡방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앨더퍼의 개인의 욕구 3단계를 소개합니다. 인간은 생존욕구, 관계욕구, 성장욕구가 있는데 가장 기본인 생존욕구가 먹방과 쿡방 열풍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TV 속의 요리 장면과 먹는 장면을 보면서 생존욕구를 충족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대리만족입니다.

TV 앞에서 라면을 먹으면서 꽃등심을 먹는 TV 출연자에게서 대리만족을 합니다. 여기에 혼자 밥 먹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도구이기도 하고요. 이외에도 있어빌리티의  환상과 한국인들의 허상을 잘 들쳐내고 있습니다. 


2장 가까운 돈은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해지면서 가난과 부의 고착화의 병폐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가치가 아닌 돈을 쫓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달리 부자들은 가치를 좇아서 시간을 법니다. 여기서 가치란 인간의 욕망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시선은 부자 옹호론 밖에 되지 않습니다. 부는 사회가 함께 만들어주는 것도 있고 구조적으로 부자가 될 수 없고 꿈을 꿀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여기에 대한 시선은 전혀 없고 부자가 왜 부자인가만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그런면에서 근시안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근시안적인 시선이 가벼움으로 들리기에 읽기는 참 수월합니다. 

미국의 한 토크 진행자는 "한국에 정통 토크쇼가 없는 이유는 한국 사람들에게 자기 의견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에요. 풀어나갈 스토리가 없다 보니 인위적으로 가공을 하게 돼요"

이 말은 정말 공감이 갑니다. 자기 이야기가 없다 보니 항상 말을 할 때도 ~~ 인 것 같아요. 라는 말로 끝을 냅니다. 내 생각은 이겁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내 생각은 이거 일 것 같아요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잘 하죠. 줏대들이 없습니다. 생각은 남이하고 행동은 내가 하는 좀비 같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기 의견을 내세우면 비판적이다. 기가 쎄다는 식으로 반사회적 인물로 생각하죠. 

이렇게 줏대 없는 사람들을 생산하는 한국의 못난 교육과 사회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불황에도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오히려 더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의 사치 효과는 허영심이라고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3장 중에서 취미에 관한 글이 흥미롭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남성은 술이 취미다. 전 세계에서 1인당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러시아와 포르투칼 다음에 우리나라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참이슬'이고 3위는 '처음처럼'이라고 합니다. 술을 취미로 하다 보니 술자리의 토크는 있을 지언정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없고 그러다 보니 노벨상이 나오기 어려운 문화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좀 엉뚱한 생각같기도 하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술 마시는 시간에 진지하게 토론했으면 한국이 좀 더 건설적인 사회가 되었을까도 살짝 생각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은 가볍습니다. 이런 사회 문화에 대한 책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약간 문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책들을 주로 보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는 이야기를 또 듣는 느낌도 많이 드네요. 하지만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데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분들에게는 좋은 책입니다. 

책이 어렵지 않고 차분하게 한국 사회 현상을 비판하는 모습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저자의 시선이 깊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균형잡힌 시선을 잡고 있는 것도 좋습니다. 몇몇 시선은 공감하지 못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들어 볼 만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한국 사회를 들여다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한국인 관찰 보고서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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