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은 무척 거북스럽니다. 제목만 보면 무슨 엽기 소설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청춘로맨스 물로 일본에서 무려 250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입니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이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제목만 엽기적이지 내용은 순박 그 자체인 청춘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제목은 엽기적이지만 제목의 이유를 알면 별거 아닙니다. 제목에 대한 거부감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제목에 대한 설명부터 하겠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위가 아프면 동물의 위를 먹고 간이 아프면 다른 동물의 간을 먹었다고 합니다. 물론 주술 같은 행동입니다. 

여자 주인공인 사쿠라(하마베 미나미 분)은 췌장에 병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1년 밖에 살지 못합니다. 동물의 췌장을 먹는다고 낫는 것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췌장을 먹으면 그 사람의 영혼이 스며든다고 말합니다. 사쿠라는 외톨이인 친구에게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먹게 해줄 게라는 말을 합니다. 여기서 췌장이란 사쿠라의 비밀일기를 말하는 것으로 사쿠라가 병을 앓으면서 쓴 병가일기입니다. 이 병가일기의 이름은 '공병문고'입니다.

사쿠라는 병원 로비에서 자신이 쓴 병가일기인 '공병문고'를 떨어트립니다. 이를 같은 반 외톨이(키타무라 타쿠미 분)가 줍습니다. 외톨이는 공병문고 첫 장을 읽습니다. 자신은 췌장이 아픈 병에 걸렸고 몇 년 안에 죽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충격적인 글을 읽고 있는데 사쿠라가 다가오더니 '읽었구나'라고 가볍게 말합니다. 쭈볏거리면서 공병문고를 전해준 외톨이에게 사쿠라는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고 합니다. 특히 친한 친구 쿄코에게도 말하지 않했다고 합니다. 

쿄코에게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말하면 쿄코가 너무 슬퍼할 것이고 함께 지냈던 웃고 떠들고 행복했던 시절이 퇴색될 것 같아서 죽기 직전까지 사실을 숨길 것이라고 말합니다. 외톨이는 우연찮게 사쿠라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사쿠라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사쿠라는 숙맥인 외톨이에게 '친한 사이 소년'이라는 애칭으로 불러줍니다. 반에서 왕따였던 학생을 사쿠라가 친하게 지내고 심지어 같이 가고 싶었던 케익 카페에 자신이 아닌 외톨이와 함께 간 사실을 안 사쿠라의 단짝 친구인 쿄코는 불 같이 화를 냅니다. 그럼에도 사쿠라는 '친한 사이 소년'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립니다. 


친한 사이 소년과 사쿠라의 이상한 관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에 대한 오해와 이해는 초반에 풀립니다. 그러나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들이 계속 나옵니다. 먼저 사쿠라가 엄청나게 밝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녀 같지 않고 너무 밝고 맑습니다. 어두운 그림자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전 후반에 저거 다 거짓말인가 할 정도로 너무나도 밝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조증에 걸렸나? 할 정도입니다. 이러다보니 후반에 반전이 있나보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 아픈 것 맞습니다. 그리고 시한부 인생도 맞습니다. 다만 내색하지 않을 뿐이죠. 특히 가족 이외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공유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게 민폐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후반에 사쿠라가 '친한 사이 소년'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상충하게 됩니다. 

자신은 약하기 때문에 아픔과 슬픔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함께 한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의 병을 숨깁니다. 그것도 철저하게 숨깁니다. 오로지 우연히 들킨 '친한 사이 친구'에게도 병은 들키지만 아픔은 숨깁니다. 

이해 안 가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그렇게 '친한 사이 친구'에게 병을 들키지만 이후  남자 주인공인 '친한 사이 친구'와 친구 이상의 행동을 합니다. 함께 케익 카페 가기. 함께 1박 2일 여행가기 등등 과도한 행동을 하고 또 이 행동을 따라줍니다. 이 부분은 후반에 멋진 감동으로 전환이 되기에 지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 하루의 삶에 감사하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2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허투로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설명이 됩니다. 이 문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문장이죠.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하루 하루 소중함을 느껴라라는 말이고 누구나 다 알지만 누구나 또 그걸 잘 잊습니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쿠라를 통해서 하루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특히 영화 후반에는 그 강력함을 더 크게 합니다. 다만 그 과정이 좀 작위적이고 급작스럽고 잔혹합니다. 뭐 세상일 아무도 모르죠!


히끼코모리에 대한 따뜻한 손길 같은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또 하나의 시선은 히끼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시선입니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오로지 사쿠라가 '친한 사이 소년'이라고 불러줄 뿐입니다. 남자 주인공인 '친한 사이 소년'은 남들과 관계 맺기를 싫어합니다. 이는 스스로 선택한 길인지 아니면 남들이 만들어준 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학교에서 왕따로 사는 것은 쉬운 삶이 아닙니다. 

아마도 수년 간 왕따로 지낸듯합니다. 그래서 사쿠라가 다가가도 사쿠라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습니다. 관계 맺기의 첫 번째는 이름 불러주기죠. 그러나 이름을 불러주지 않습니다. 이는 사쿠라도 마찬가지죠. 남자 주인공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친한 사이 소년'이라고 부릅니다. 둘 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지만 그 자세는 너무 다릅니다. 

'친한 사이 소년'은 사쿠라와 깊은 관계를 맺어서 생기는 기쁨도 좋고 사랑도 행복도 좋지만 그로 인해 슬프고 우울하고 아픈 것을 못 견딥니다. 그냥 혼자 지내는 것이 더 편합니다. 혼자 지내는 것이 굳은살처럼 되어버리면 남들이 왕따다 뭐다 손가락질을 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은 그냥 다른 세상 사람들이니까요. 반면 사쿠라는 '친한 사이 소년'이 자신의 이름을 공병문고에서 빼달라고 하자 바로 익명 처리 해버리고 애칭으로 부릅니다. 


사쿠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지만 아니 살기 때문에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친절합니다. 너무나 밝고 맑습니다. 이 친절은 '친한 사이 소년'에게 까지 전달이 됩니다. 사쿠라는 '친한 사이 소년'에게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말을 합니다. 

자신은 나약해서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는 혼자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친한 사이 소년'에게 전달이 됩니다. 히끼코모리 같은 소년은 사쿠라의 글을 읽고 서서히 변해갑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우리는 "나가서 운동하고 햇볕을 쐬"라고 너무 가볍게 말합니다. 또한 우울증 걸린 그 자체를 비난하고 니 책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쿠라는 온갖 미사여구로 혼자 지내는 것을 칭찬합니다. 그리고 그것도 좋지만 이렇게 사는 것은 어떨까?라는 유도를 합니다. 

영화가 그냥 그랬습니다. 남자 주인공의 행동이 너무나도 답답했습니다. 또한 특별한 사건 사고가 있는 것도 큰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이미 본 듯한 기시감이 드는 장면 장소들이 너무 많습니다. 흔한 일본 청춘 영화 같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추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나의 친구가 되어 줄래"라는 '친한 사이 청년'이 내미는 손길을 큰 울림을 줍니다.

많은 일본 청년들이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고 비슷한 삶을 사는 한국인들도 최근 혼자 사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혼자 지내는 것이 잘못되거나 나쁜 것은 아닙니다. 혼자 영화 보러가는 장점이 같이 영화 보는 장점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웃과 친구와 교류를 하면서 기쁨과 슬픔과 행복 모두를 나눌 수 있는 삶도 좋습니다. 양쪽을 다 느껴본 후에 취사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혼자 지내온 사람은 같이 지내서 느끼는 즐거움과 친구가 주는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사쿠라는 봄에 피는 벚꽃처럼 자신의 온기를 '친한 사이 소년'에게 전해줍니다. 이런 따뜻한 메시지에 많은 일본인들이 감동했네요. 일본인들의 사회성 부족과 사회성이 부족한 혼자 지내는 사람들을 채찍으로 때리는 것이 아닌 함께 '벚꽃 구경' 가실래요?라고 손을 내미는 따뜻한 시선이 담긴 영화입니다. 

하지만 시선만 좋지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나 표현법이나 진행 과정은 너무나도 진부하고 진부합니다. 또한 남녀 사이의 관계의 애매모호함이 후반에 다 풀리지만 그럼에도 고구마 10개 먹은 듯한 답답함도 많습니다. 추천하긴 어렵지만 좋은 눈빛을 가진 영화입니다. 봄빛 가득한 날에 보면 더 좋습니다. 특히 사쿠라를 연기한 '하마베 미나미'의 분홍빛 벚꽃 같은 얼굴이 너무 좋네요. 여기에 맑은 눈을 가진 '키타무라 타쿠미'도 좋고요

별점 : ★★★
40자 평 : 외톨이에게 친구라는 온기를 전하는 벚꽃 같은 사쿠라가 쓴 외톨이 탈출 안내서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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