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에서 무료 영화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가 <두개의 빛 : 릴루미노>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을 연출했던 서정적인 멜로 드라마를 잘 만드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라서 바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다 봤기 때문에 이 영화는 뭔지 궁금했습니다.

영화관에서 개봉한 영화는 아닌 것같고 길이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서 무슨 영화인가 검색을 해보니 2017년에 만든 영화네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진동호회에서 피어난 사랑

시각장애인 인수(박형식 분)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진동호회 모임에 참석합니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어서 안 보이는 세상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알아본 수영(한지민 분)은 자신의 손에 팔을 올리라고 말하지만 낯선 사람의 호의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에 수영은 초짜구나라는 말과 함께 자신도 시각장애인이라고 말합니다.  

사진동호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시각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 자리에는 자원봉사자와 시각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과 함께 온 어머니도 있습니다. 그렇게 각자 자신의 소개를 합니다. 

수영은 7살 때 부터 시력을 잃게 시작했다면서 한쪽눈은 아예 안 보이고 한쪽 눈은 뿌옇게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피구왕 통키까지는 봤다고 밝게 말합니다. 수영은 눈이 보이지 않아서 생기는 좌절과 절망 단계 넘어선 선배입니다. 그러나 인수는 이제 막 시각 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그 과정을 지나온 수영은 인수가 시작하는 시각 장애인의 길의 안내자가 됩니다. 점점 시력이 나빠지는 인수를 위해서 손전등을 선물하는 등 선배로서의 역할을 잘 합니다. 바닷가 출사를 갔다 온 후 수영은 인수에게 점점 끌립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사진을 찍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시각 예술을 하는 것을 바로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비장애인이 옆에서 도와주면 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피사체를 더듬고 느낀 후에 카메라 앵글을 잡으면 옆에서 비장애인이 초점과 앵글을 알려줍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보임의 예술을 하는 이야기는 이미 뉴스에서도 많이 소개된 이야기이고 실제로 시각 장애인들의 사진전도 봤습니다. 그러나 그 사진들은 시각 장애를 이해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단평 영화 <두개의 빛 : 릴루미노>는 시각 장애인 사진전에서 담지 못한 시각 장애인들의 고충과 그들의 시선을 잘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수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남산공원에 온 수영이 지팡이를 꺼내서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자 한 할머니가 불쌍하다는 듯 쳐다 보더니 갑자기 수영의 손을 잡고 내려가는데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수영은 갑작스러운 손길에 깜짝 놀라며 주저앉습니다.  이 장면은 아주 중요한 장면입니다.

우리는 장애인을 하나의 주체로 보지 않고 도와줘야하는 객체로 인식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도와줘야한다는 시선이죠. 도움을 받고 말고는 장애인이 선택하는 것이지 무조건 도와주는 행동은 무례한 행동입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장애인은 모두 친구라는 '장애우'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지금도 장애우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마음은 압니다. 측은해서 도와주고 싶은 그 측은지심은 이해하지만 장애인을 무조건 불쌍하게 보는 시선도 좋지 않습니다. 장애인을 불쌍하다고 보는 것은 비장애인이 내린 일방적인 시선입니다. 할머니의 무례한 도움을 거부한 수영 그럼에도 할머니는 열심히 살라면서 사탕을 쥐어주고 갑니다. 마음은 곱지만 오지랖이 넓고 자신 위주로만 생각하는 우리네 중노년의 모습입니다. 


시각 장애를 소재로 담은 영화중 가장 뛰어난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영화 <두개의 빛 : 릴루미노>는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인수를 통해서 장애를 거부하다가 점점 인정해 가는 모습도 잘 담고 있습니다. 가장 놀란 것은 한지민입니다. 한지민은 정말 예쁜 배우지만 지금까지 영화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지민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너무 예뻐서 헉 소리를 작게 낼 정도로 유난히 이 영화에서 예쁜 얼굴 더 예쁘게 나옵니다. 그 이유는 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시각 장애인 연기를 하는데 눈동자를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지? 할 정도로 시각 장애인 연기를 무척 잘 합니다. 실제 시각 장애인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연기를 잘 합니다. 

대충 멍한 눈동자를 하는 그런 시각 장애인 연기가 아닙니다. 한지민 필모에 꼭 소개해야할 정도로 아주 사랑스럽고 빼어난 연기를 합니다. 


스토리는 별거 없습니다. 사진동호회에서 만난 인수와 수영의 러브스토리입니다. 그러나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시각 장애인의 고통과 비장애인들의 인식과 고통을 잘 담고 있습니다. 

전 이 영화가 영화관에서 개봉한 줄 알았는데 극장 개봉작은 아닙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는 삼성전자가 제작을 한 영화입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저시력자를 위한 VR 기기와 릴루미노 앱을 소개하기 위해서 만든 영화입니다. 전 이것도 모르고 재미있게 봤네요. 마케팅 용 영화라고 하기엔 영화가 너무 좋고 잘 만들었습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저시력자를 위한 VR 기기 소개도 잘 하고 있네요.

잘 만들었습니다. 덕혜옹주라는 허진호 감독 스타일이 아닌 영화를 보면서 안타까워 했는데 다시 허진호 감독 스타일의 영화로 돌아왔네요.  박형식이라는 배우도 참 좋네요. 두 사람을 주연으로 한 장편 영화가 나왔으면 합니다. 감독은 허진호 감독으로 하고요. 

영화가 끝나면 나오는 노래도 좋습니다. 그리고 쿠키 영상이 있으니 노래 감상 하시고 쿠키 영상까지 꼭 보세요. 아주 잘 만든 단편 영화입니다. 시각 장애인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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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무제 2018.03.02 2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영화 봤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화면도 이쁘구요. 그리고 많은걸 느끼게 해주네요. 저분들은 갑자기 다가가면 놀랬수 있겠다... 생각지 못한 부분이네요. 한지민님의 눈동자 연기는 대단하네요 ㄷ ㄷ

    • Favicon of http://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8.03.03 0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눈동자 연기에 cg인가 했다니까요. 말씀처럼 갑자기 다가가서 확 손을 잡으면 너무 놀래요. 이게 참 애매하죠. 선의로 한 행동인데 상대에게는 엄청난 공포니까요.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감독이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잘 들었어요. 허진호 감독이니까요. 영화 제작할 때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어요.

    • 위무제 2018.03.03 02: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외국인들을 몇번 상대 한적 있는데 우람한 체격에 압도 되더군요 ㄷ ㄷ ㄷ 그걸 느끼며 여자들은 참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그래서 요즘에는 어두운곳에선 서서 담배 한대 피고 가거나 엘리베이터에선 앞에 섭니다. 아이들에게 마찬가지구요. ㅎ 수영장에서 제가 팔짱만 끼고 튜브 옆에 있었는데 겁먹은 모습으로 튜브 써도 되요 하더라구요. ㄷ ㄷ ㄷ 잘못한건 없는데 괜히 미안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