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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외국사진작가

10년 동안 같은 벤치를 사진으로 담아보니 무언극을 하는 연극 무대였다.

by 썬도그 2018.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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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는 한 벤치에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합니다. 같은 벤치에 있던 사람이 그 이야기를 듣다가 다른 사람이 이어 듣습니다. 그렇게 검프의 파란만장한 일생이 벤치에서 흘러 나옵니다. 

벤치! 우리는 참 많은 공원 벤치를 만납니다. 그런데 그 벤치 중에 기억에 남는 벤치가 있나요? 기억에 남는 벤치는 없을지 몰라도 자주 앉게 되는 벤치는 있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사진가 Yevgeniy Kotenko는 2007년부터 키예프에 있는 4층에 있는 부모님의 집 주방 창문에서 놀이터에 있는 벤치를 촬영하기 시작합니다. 이 벤치는 놀이터와 숲으로 가는 길 사이에 있어서 유동 인구가 많습니다. 이 벤치에서 많은 사람들이 잠시 쉬었다가 갑니다. 

이 벤치를 무려 10년 동안 촬영했고 그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같은 벤치지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앉았다 가네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도 있고 수다를 떠는 여자들도 있습니다. 술주정뱅이도 있고 노인 분들도 보입니다. 흥미롭게도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앉았다 가지만 각자의 생활 루틴이 있는지 비슷한 시간에 앉았다 갑니다. 그래서 술주정뱅이와 다른 행인이 함께 앉지는 않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마치 단막극 또는 무언극 같은 느낌이 듭니다. 허름한 벤치가 마치 작은 연극 무대 같고 그 위에 다양한 인물들이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집니다. 말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무언극 같습니다. 

여기에 관음의 시선도 흥미에 큰 역할을 합니다. 이 사진들은 사실 다 몰래 촬영한 사진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진들을 보면 우리 주변의 삶과 내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남의 삶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방식은 자고이래로 인기 있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반추 운동입니다. 이 사진들이 힘이 좋은 이유는 아마도 그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무려 10년 동안 같은 벤치를 촬영하는 그 끈기가 사진 속에서 세월의 힘을 느끼게 합니다. 

사진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rapu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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