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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골목길을 돌 때마다 보석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문래동

by 썬도그 2018.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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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곳의 공통점은 골목이 있다는 것입니다. 연트럴파크, 가로수길, 샤로수길, 삼청동, 서촌, 해방촌, 익선동 모두 골목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샤로수길, 가로수길을 빼면 허름하거나 옛 풍경을 가진 동네입니다. 한 마디로 1980년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죠. 


서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실향민입니다. <알쓸신잡2>에서 물리적으로 사는 위치는 똑같지만 옛 동네 풍경이 사라진 청담동 토박이 분들이 고향을 그리워서 세운 비를 보면서 서울 시민들은 실향민이고 잠재적인 실향민으로 느껴집니다. 

저도 실향민입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제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가 재개발이 되어서 마을 전체가 사라지고 아파트가 우뚝 서 있습니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그 아파트에 살지 않고 근처 동네로 다 이주를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저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서울 시민이 되었습니다. 


골목과 옛 풍경을 가진 곳은 또 있습니다. 바로 문래동입니다. 문래동은 일제시대에 영등포 공업지구의 일부였습니다. 서울이라는 곳이 지금같이 거대해진 것은 1970년 이후입니다. 이전의 서울은 종로구,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일대와 영등포 지역만 서울이었다가 영등포의 동쪽인 강남이 개발되면서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지금의 영등포는 공업 지구가 거의 다 사라지고 문래동 철공소 거리만 남았습니다. 이 철공소 거리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서울 안에 공장이 있다는 것이 탐탁치 않은 지역 주민이 많아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지도 모르겠네요. 이 철공소 거리가 2010년 전후로 문화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도심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서 철공서 건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문래동 예술창작촌>이 생겨났습니다. 



문래동 철공소 거리는 허름한 풍경을 가졌습니다. 소비재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고 비와 추위만 피하면 되기에 건물에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모습이 가득합니다. 이게 서울에서 보기 드문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문래동에 있는 아름다운 갤러리 <스페이스9>를 가기 위해서 신도림역에서 내려서 한 20분 정도 걸어서 문래동 철공소 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예전에는 이 골목을 일부러 피해서 갔습니다. 공업 지대라서 구경할 것이 없어서 그냥 둘러서 갔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골목 탐험을 좋아하다보니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골목이 재미 있는 이유는 저 골목을 돌면 어떤 풍경이 나올까 하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죠. 예측 불가능함이 주는 긴장감과 환희가 연속적으로 나오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아파트 단지가 재미 없는 이유는 안 가봐도 뻔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문래동 보석 찾기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발견한 보석은 문입니다. 2개의 문이 있는데 하나의 문은 스패너가 걸려 있네요. 보석 발견!


건물들은 60~70년대 이전 건물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허름한 건물에는 철공소가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맥주집도 있습니다. 낮이라서 문이 닫혀 있었지만 정말 아기자기한 펍이네요. 퇴근 후에 또는 밤 마실 나갔다가 들려보고 싶은 곳이네요


스페이스9에서 <사진을 위한 사진전>을 관람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갤러리입니다. 


자주 전시회를 하니 전시회가 있을 때 꼭 들려보세요. 


참 동네 위치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문래동 골목 투어를 하시려면  경인로 대로에서 문래동 사거리를 끼고 도림로 중간에 있는 문래동 우체국을 기점으로 주변을 돌아 보시면 됩니다. 문래동 우체국 뒤쪽과 도림로 건널목을 건넌 곳이 문래동창작예술촌이 있습니다. 


도림로에서 본 풍경입니다. 문래에이스테크노타워 앞쪽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음식점과 커피숍과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있습니다. 



문래동이 다른 지역보다 안 좋은 점은 철강소들이 내뿜는 쇠냄새가 좀 납니다. 그러나 좋은 점이 훨씬 많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여유입니다. 골목이 많지만 지나가는 차량은 거의 없고 골목도 좁습니다. 무엇보다 여유로운 풍경이 많습니다.  주캠야포라는 선술집입니다. 


365일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지만 여기는 주인 맘대로 쉽니다. 쉬고 싶을 때 쉬는 모습이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워라벨입니다.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잡자는 풍토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일만 하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일만 하지 삶은 황폐해졌습니다. 삶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기 위해서 사는 모습입니다.


오래된 건물이 많다 보니 화재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 벽에 소화기를 붙여 놓았네요. 초기 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눈에 잘 뛰게 붙여 놓았네요.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넓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차가 지나 다닐 수 있는 골목도 있고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골목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도 차량은 많이 지나가지 않습니다. 저 멀리 신도림역에 세워진 거대한 탑이 보이네요.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돌다 보면 이런 작은 갤러리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이 문래동에 모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아주 저렴한 임대료 때문입니다. 솔직히 건물들이 낡어서 난방이나 수도 시설 등 생활 편의 시설은 아주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신 임대료가 싸서 창작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철을 이용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은 철공소와 함께 작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철공소 건물에는 외벽에 벽화들이 가득합니다. 요즘은 뜸해진 유행인 벽화들이 무채색의 골목에 활기를 줍니다. 


골목을 돌다가 또 하나의 예술 아지트를 발견했습니다. <문래 살롱>이네요. 히말라야 사진전 플랜카드가 있어서 들어가 볼까 했는데 자세히 보니 작년 여름에 끝난 전시회네요.


뭐하는 곳인지 잘 몰라서 주저하다가 돌아섰습니다. 


문래 우체국 뒤편에서 가장 추천하는 곳은 <올드 문래>입니다. 여기는 커피와 맥주를 파는 카페 & 펍입니다. 여기는 페이스북 이웃인 이진원님이 자주 소개해줘서 잘 압니다. 실내 인테리어가 어마무시하게 좋습니다.


데이트하기 좋은 곳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약속이 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문래동 가시면 꼭 들려보세요. 커피는 아메리카노가 4,000원 정도로 적당한 가격입니다. 


문래동 골목을 구경하다가 이걸 발견 했습니다. 
문래동이라는 노래가 있네요. 노래는 '자전거 탄 풍경'이 불렀네요. 스트리밍 음악 사이트에서 바로 노래를 찾아봤습니다. 노래 재생을 누르니 2호선 문래역 안내멘트가 나오네요. 

쇠냄새라고 한 저와 다르게 철꽃 향기라는 아주 매혹적인 표현으로 부르네요. 이게 예술가와 일반인의 차이인가 봅니다. 가사에도 나오지만 문래동은 낮 보다는 밤에 피는 꽃 같습니다. 다음에는 밤에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밤에 피는 철꽃 동네, 문래동


이런 철공소 골목의 풍경을 간직한 곳은 문래동 말고 을지로에도 있습니다. 세운상가 뒷편 대림상가 주변에 있는 수 많은 철공소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점은 거긴 예술인들의 아지트가 많지 않고 분위기 좋은 음식점이나 카페가 없다는 것이 좀 다릅니다. 아마 거기도 조만간 많이 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거기는 문래동보다 시설이 더 열악합니다. 


문래 우체국 뒤쪽 구경을 끝내고 도림로 건널목을 지났습니다. 이 도림로 건너편이 더 볼 곳이 많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점심시간에 음식 배달을 하는 분들을 보면 참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문래동 우체국 반대편에는 카페들이 더 많습니다.


허름한 건물이지만 그 허름함이 매력이 된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은 치포리입니다. 2층에 올라가면 큰 카페 공간이 나오는데 책을 편하게 읽는 책 카페입니다. 


이 쪽에서 대표적인 공간은 한정식집인 <쉼표말랑>과 가드닝, 홈드레싱 목공소품을 파는 <문래, 숲>이 대표적입니다. 골목이 좁아서 차량은 지나다닐 수 없고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습니다. 뜨는 동네의 특징은 차량 통행이 없는 골목이 많은 곳이죠. 



<문래, 숲>을 끼고 문래동 에이스테크노타운 쪽으로 좀 올라가면 <SIDE3>가 나옵니다. 


건담과 자쿠가 있네요. 안에는 다양한 매카닉 피규어가 많이 있습니다. 파스타와 생맥주, 과일주스를 파는 음식점입니다. 





그 위에는 로스터리 카페와 일본 선술집도 있습니다.


골목을 돌면 햄버거 와인과 맥주와 커피와 다양한 음식을 파는 공간도 있습니다. 실내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꽤 큰 규모로 운영을 하네요


문래동의 마스코트인 로봇 아저씨도 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장미가 꽂혀져 있는 연탄이 있는데 하나의 세트 같아 보이네요. 


문래동 철공소들이 가득한 곳도 만날 수 있는데 여기는 2010년대 초반에는 사진 출사지로 유명했는데 요즘은 예전 모습으로 많이 돌아갔네요. 그럼에도 그 주변에 많은 예술가들의 아지트와 카페와 선술집과 갤러리들이 늘었습니다. 골목이 많고 허름한 풍경이 오히려 독특한 향기를 내는 곳입니다. 다음에는 낮이 아닌 밤에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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