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만 해도 프랑스 영화를 영화관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세계화가 되어서 그런지 프랑스 영화만의 정체성이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그러나 가끔 좋은 영화 프랑스 영화가 개봉합니다. 프랑스에서 대박이 낸 <미라클 벨리에>를 보면서 프랑스 사람들이 촌스럽지만 따뜻한 영화들을 좋아하는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미라클 벨리에>는 단짠단짠이 흔한 요즘 영화와 크게 다릅니다. 시종일관 구수한 숭늉을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자극이 없는 것이 <미라클 벨리에>의 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미라클 벨리에>보다 더 구수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프랑스인 3명 중 1명이 봤다는 영화 <알로, 슈티>

2008년 프랑스에서 개봉한 <알로,슈티>는 대단한 수식어가 있습니다. 프랑스 인구의 3분의 1인 2,100만 명이 봤습니다. 한국처럼 멀티플렉스관이 스크린 10개 중 5~6개를 한 영화에 몰아주는 스크린 독과점을 허용하지 않는 프랑스라서 이 기록은 더더욱 놀랍습니다. 종전의 아바타가 지키고 있던 프랑스 흥행 최고 기록을 장장 3개월이라는 긴 상영 기간에 아바타의 기록을 깨고 현재까지 프랑스 최고 흥행 영화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국민 배우이자 감독인 '대니 분'이 2008년에 연출한 영화로 한국에는 무려 7년이나 지난 2015년 개봉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한국에서는 소규모 개봉을 하고 조용히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꽤 따뜻하고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지 않는 영화입니다. 


누구나 싫어하는 프랑스 북부로 전근을 가게 된 우체국장 필립

프랑스는 땅이 넓다 보니 북부와 남부의 날씨 차이가 큽니다. 다들 지중해 바다의 온화함을 느끼고 싶어해서 남부를 좋아합니다. 반면, 프랑스 북부는 여름에도 영하 0도고 사람 살 곳이 못 된고 말도 안 통한다는 말도 안되는 편견이 가득합니다.

우체국 국장인 필립(카드 므라드 분)은 남부로 전출을 가게 된 것에 환호를 지릅니다. 새로운 집을 알아보는 등 달뜬 상태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장애인 우선 정책에 의해 남부 지역 우체국장 자리에서  필립이 밀렸다는 통보입니다. 이에 화가난 필립은 장애가 없음에도 장애인이라고 적은 전출 희망 서류를 제출합니다. 그러나 인사 감사팀 앞에서 거짓말이 들통나고 그 대가로 남들이 다 가기 싫어하는 프랑스 북부 베르그 우체국 국장으로 발령 받습니다. 아내와 아들은 사람 살 곳이 아니라면서 베르그에 따라가는 것을 거부하고 필립 혼자 베르그에 도착합니다. 





이 프랑스 북부 지역은 다른 나라 언어라고 할 정도로 사투리가 심합니다. 대표적으로 모든 말에 '슈티미'를 넣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전라도 사람들이 쓰는 '거시기'와 비슷합니다. 게다가 발음도 상당히 달라서 사투리를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베르그에 도착한 필립 국장은 직원의 집에서 하루 묶으면서 베르그가 예상대로 편견대로 지역색이 너무 강한 모습에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가족과 친구와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던 사람 살 곳이 못되는 프랑스 북부가 아니였습니다. 우체국 직원인 앙투완(대니 분 분)을 비롯한 직원 모두 친절하고 따뜻합니다. 이들만 따뜻한 것이 아닙니다. 마을 사람 전체가 따뜻하고 정이 참 많습니다. 마치 우리네 시골 인심과 비슷합니다. 

지옥인 줄 알았던 베르그는 지상 천국이었습니다. 너무 즐겁게 지내는 나머지 2주 주말마다 집으로 가던 것도 까먹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필립 국장 아내는 떨어져 살고 남편이 자신을 위해서 지옥같은 베르그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안쓰럽게 여기면서 우울증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예전처럼 필립 부부는 돈독한 사이가 됩니다. 필립은 이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서 계속 베르그는 지옥 같은 곳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필립 국장은 우편 배달을 나갔다가 매일 술에 취해서 돌아오는 직원 앙투완에게 경고를 합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자 함께 우편 배달을 나갑니다. 다 아는 동네 사람들이라서 우편 배달 왔다고 하면 집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각종 음료와 술과 커피를 제공합니다. 인심이 너무나 후한 마을입니다. 이러다 보니 앙투완은 자주 취해서 배달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필립 국장은 자신이 이 버릇(?)을 고치겠다고 따라 나갔다가 똑같이 취해 버립니다. 

베르그라는 천국에서 하루 하루 즐겁게 보내던 필립에게 아내가 남편 혼자 지옥에서 사는 것이 안쓰럽다면서 베르그로 이사를 가겠다고 합니다. 필립은 난리가 납니다. 지금까지 지옥이라고 묘사했던 베르그는 실제로는 천국이었고 이걸 아내가 알면 다시 우울증이 도질 것이 두려웠습니다. 필립은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다 말합니다. 당연히 직원들은 크게 화를 냅니다. 

낙담과 체념의 상태로 아내를 맞이한 필립에게 놀라운 일이 펼쳐집니다. 


구수하고 인심 좋은 시골 밥상 같은 영화 <알로, 슈티>

별 것도 아닌데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는 자극적인 스토리, MSG마냥 반전을 위한 반전을 넣는 영화들이 난무한 세상에서 이 영화는 정말 자극적인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인위적인 코미디도 없습니다. 그냥 푸짐한 시골 인심에서 피어나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가득합니다. 

다만 사투리와 지역색에 적응하지 못하는 필립의 모습이 흔한 이야기이고 프랑스 사투리에 대한 어감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약점은 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참 참한 구석이 많습니다. 세상에는 2가지 말이 있습니다. 하나는 권력자들이 텍스트로 기록하는 글인 문어와 일상 생활에서 쓰는 언어이자 기록물에는 적지 않는 활어 같은 서민들이 쓰는 일상 언어인 구어가 있습니다. 





영화 <알로, 슈티>는 구어로 담은 영화입니다. 평범한 프랑스 북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의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모습이 가득 담깁니다. 영화 감독이자 주연 배우로 활약한 프랑스 국민 배우 '대니 분'은 프랑스 북부에 가지는 편견을 깨기 위함과 동시에 프랑스 북부 출신인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것 같습니다.

우리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제주도 등 지역색이 강한 지역에 대한 농담과 편견이 참 많죠. 그 편견이 그 지역을 쉽게 이해하게 하는 도구가 되지만 동시에 과장되고 왜곡된 편견도 많습니다. 한 때 한국도 지역색을 기반으로 한 코미디들이 많았습니다.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그런 드라마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온통 권력층을 비판하는 영화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윗물이 제대로 안 돌아가니 그런 영화들이 많아졌죠. 

2000년대 초반 그 구수한 농촌드라마가 그립네요. 영화 <알로, 슈티>는 구어로 된 영화입니다. 아마도 프랑스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한 이유가 프랑스 사람들의 높은 공감대를 이끌어내서 성공한 것 같네요. 누가 봐도 웃음을 지어낼 수 있는 따뜻한 영화이자 미소가 가득해지는 영화입니다. 공감도가 높아서 영화 후반에는 흐뭇한 미소가 가득 펼쳐집니다. 특별한 기교나 놀라운 스토리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착한 이미지로 2시간 내내 미소를 떠나지 않게 하는 좋은 영화입니다.

슈티란 프랑스 북부 지역에서 사용하는 사투리를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지역에 대한 편견을 깨는 착하고 참한 시골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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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7.11.03 02: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로 슈티 어제 옥수수에서 해줘서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다시 봐도 푸근하니 좋았던 기분이 들었습니다~

  2.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11.03 1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모했다가 시간 되면 한번 봐야 되겠습니다^^

  3. Favicon of http://lara.tistory.com BlogIcon 4월의라라 2017.11.03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영화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