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자동차를 타고 백두대간을 다녀봤습니다. 당일치기도 있었고 1박 2일 코스도 있었습니다. 지방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언젠가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이 한적한 지방에서 작은 밭 일구면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시 생활이요? 도시 생활도 좋죠. 좋은데 도시는 악다구니가 너무 많고 살벌해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아서 그런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줍니다. 

대신 도시는 자극이 많습니다. 나쁜 자극은 스트레스를 주지만 좋은 자극도 많고 다양한 재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는 즐거운 지옥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전 이 도시가 싫습니다. 그래서 지루한 천국이라는 지방으로 이주할 생각합니다. 지루하죠. 지루한데 전 지루함을 달래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작은 것에 감사하면서 살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특히 이 영화를 보면 시골의 삶이 결코 지루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만화 원작인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2002년에서 2005년까지 일본에서 연재된 만화 '리틀 포레스트'를 2014년 영화로 만든 <리틀 포레스트>는 2015년 2월에 여름과 가을이 개봉하고 2편인 겨울과 봄이 5월에 개봉했습니다. 시골의 삶을 사계절로 나눠서 담은 이 영화는 2편인 겨울과 봄을 보고 여름과 가을을 봐도 되고 순서대로 봐도 됩니다. 영화 자체가 스토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스토리가 주인공인 영화도 아닙니다.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은 시골의 삶과 시골에서 직접 키운 음식 재료로 만든 음식이 주인공입니다. 최근 이 영화를 한국에서 김태리 주연, 임순례 감독 연출로 리메이크 한다는 소리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20대 초반의 이치코(하시모토 아이 분)입니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했지만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은거하듯 시골집으로 돌아온 이치코는 혼자 삽니다. 엄마랑 같이 살았지만 5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집을 떠난 후에 혼자 삽니다. 직장은 다니지 않지만 직접 키운 벼와 각종 채소 등을 이용해서 여러 요리를 해서 먹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은 2개의 큰 챕터 안에 작은 요리 챕터가 있습니다. 첫 번째 요리, 두 번째 요리라는 자막이 뜨면 그 요리를 하는 이치코를 소개합니다. 영화 자체가 스토리 위주가 아니라서 마치 요리 방송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요즘 뜨는 시골집에서 음식을 직접 해먹는 '삼시세끼'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예능적 요소는 없습니다. 오로지 담백하게 요리하는 과정만 나옵니다. 


그렇다고 요리를 뭐 넣고 어떻게 끓이고 비율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과거와 추억 또는 약간의 스토리를 가미해서 소개하니 감칠맛이 아주 좋습니다. 또한, 화면 분활을 이용해서 요리하는 과정의 지루함을 채로 걸러서 삭제했습니다. 

이치코는 혼자 살지만 같은 마을에 사는 동네 사람들과 고향으로 돌아온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인 유우타는 도시 사람들은 우리와 말하는 것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배운 것이 진짜라고 말 할 수 있는데 반해 도시인들은 아무 것도 하지도 않고 아는 체만 하는 도시인들을 비난합니다. 

"남이 만든 걸 옮기기만 하는 놈일수록 잘난 척해"

이 말은 이 영화에서 가장 날이 선 대사지만 동시에 뜨끔한 대사이기도 합니다. 몸을 이용한 경험이 주된 삶인 시골의 삶과 달리 도시는 말로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에 공감이 갑니다. 유우타는 그런 도시의 천박한 삶이 싫어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이치코는 도시에서 도망쳐 왔습니다. 

<리틀 포레스트>의 재미는 꽤 많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시골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재미도 있지만 이치코의 요리 레시피를 보는 재미도 있고 채소와 벼와 각종 산나물 등에 대한 정보들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시골의 삶만 담는 것은 아닙니다. 장마철의 높은 습도의 불편함과 벌레와 시내에 나가려면 자전거를 타고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등의 불편함도 소개합니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 속에서도 혼자 자급자족을 하는 이치코의 건강한 삶에 자연스럽게 동화가 됩니다.


농촌 또는 시골에서 살고 싶어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 있어 이 영화는 실용 교과서 같은 느낌도 듭니다. 물론, 영화가 모든 시골의 삶을 다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느낌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개봉 당시에는 큰 인기가 없었지만 개봉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하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 영화가 도시에서 상처 받은 영혼들을 잘 달래주기 때문 아닐까요?

우리가 효리네 민박과 삼시세끼 그리고 각종 농촌을 배경으로 한 먹방 예능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이유도 도시를 떠난 그 풍경에 대한 동경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이치코의 시골 밥상을 지켜보노라면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들이 먹방에 홀릭하는 이유가 남이 만든 음식, 공장에서 제조된 인스턴트 음식만 먹다 보니 음식을 하는 과정의 재미를 다 잃어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과정은 어디로 가버리고 결과물만 돈을 내고 먹는 우리들. 

이런 우리와 달리 이치코는 직접 딴 채고와 각종 음식 재료를 이용해서 요리를 하는 그 번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영화는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진도 그렇습니다. 남들이야 내 사진이라는 결과물만 보고 판단하지만 사진 찍는 사람은 사진을 찍는 과정의 재미도 사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사진 결과물 보다 사진을 찍는 그 과정의 재미가 더 큽니다. 

요리하는 과정의 재미, 시골 삶의 재미가 너무나도 맛깔스럽게 담겼습니다. 지루할 수 있는 시골의 삶이지만 영화는 다양한 카메라 기법으로 지루함을 말끔하게 지웁니다. 조용한 일본 영화, 힐링 영화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적극 강력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단짠단짠의 스토리의 드라마나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너무 담백해서 지루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꽤 잘 만들어진 깔끔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이치코가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담는데 이 장면이 이 영화 전체를 대변합니다. 자전거는 내가 들인 힘만큼만 돌려주는 정직한 도구입니다. 자전거처럼 정직하고 담백한 삶을 사는 이치코 이야기는 겨울과 봄으로 이어집니다. 힐링 영화, 힐링 영화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최고의 힐링 영화였습니다. 

국내판 <리틀 포레스트>도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김태리도 다시 스크린에서 보고 싶고요

별점 : ★★★☆
40자 평 : 정직하고 담백하고 평온하고 따뜻한 시골의 삶을 통해서 도시 생활을 치유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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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10.28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잔잔하게 볼수 있을것 같은 영화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