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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대한 단소리

꼰대와 어른의 차이를 보여준 효리네 민박

by 썬도그 2017.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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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올해의 방송사는 JTBC이고 올해의 예능은 <효리네 민박>입니다. <효리네 민박>은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방송이지만 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민박집에서 손님을 맡고 펼쳐지는 이야기가 뻔할 것 같아서요. 그러나 제 예상과 달리 이 <효리네 민박>은 기존 예능과 참 달랐습니다.


효리네 민박이 편한 예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효리와 상순 때문

이효리는 솔로로 독립하고 국내 최정상의 가수가 되었습니다. 당시 스포츠신문들은 매일 1면을 이효리로 도배를 해서 효리 일보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저에게 이효리에 대한 이미지는 이 때가 가장 좋지 않았습니다. 그냥 기가 좀 쎈 여자 연예인 정도로 생각하고 큰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런 이효리가 유기견을 키우기 시작하더니 점점 변하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제주도의 현인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뮤지션이 되었습니다. 


다들 그런 말을 합니다. 슈퍼스타 이효리가 선택한 남자가 이상순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상순이 누구야를 넘어서 잘생김과는 거리가 좀 있는 이상순의 사진을 보고 왜? 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효리네 민박'을 시청하고서 바로 사라졌습니다. 

이상순 이라는 남자는 정말 매력적인 남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효리네 민박'을 보면 볼수록 이효리에 빠지는 게 아닌 이상순에 빠졌습니다. 저런 마음씨를 가진 분을 알고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할 정도로 푸근함과 보드라움 그리고 강인함이 함께 있습니다. 특히 이효리를 극진하게 대하는 모습은 백마탄 왕자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러니 이효리가 좋아할 수 밖에 없지라고 할 정도로 이상순은 제주도 바다 같이 넓고 잔잔한 남편입니다. 

전 이 두 부부의 케미에 매주 녹아 내렸습니다. 요 근래 본 최고의 부부가 아닐까 할 정도로 두 사람의 행동과 말 그리고 유머가 매주 절 즐겁게 했습니다. 제주도 오름과 같은 부드러운 언덕과 에메랄드 빛 애월 바다를 담은 이효리 이상순 부부. 이 부부가 사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정말 행복이 가득한 '효리네 민박'이었습니다. 이 부부가 책이라도 내면 당장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삶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여기에 아이유의 투입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아이유 아닌 지은이는 몇 년 전의 사진 스캔들로 큰 고초를 당했습니다. 그 실수로 인해 지금까지 지은이는 활기찼던 데뷔 초기 모습은 사라지고 긴장으로 가득찬 얼굴로 대중을 맞이 했습니다. 지은이는 민박집 스텝으로 참여하면서 특유의 성실함과 함께 밝은 모습이 회가 거듭될수록 진하게 나오네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뭉클했습니다. 마음 고생 심한 스타가 지금도 스타지만 내리막길을 걷고 싶다는 대선배 이효리와 이상순의 따뜻한 포옹으로 서서히 긴장어린 표정을 내려 놓고 행복에 겨운 모습을 보이더군요. 이 세 사람의 케미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꼰대와 어른의 차이를 보여준 효리네 민박

세상엔 꼰대가 참 많습니다. 남의 말은 들을려고 하지도 않고 자신이 걸어온 길이 성공의 길이자 정답이라고 윽박 지르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접두어로 말을 시작합니다. 내가 해봤는데 그건 하면 안돼! 식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따라하라고 합니다. 

"나 때는 이러지 않았어"라는 말도 자주 하죠. 자신이 살았던 과거의 시대와 현재가 너무나도 다름에도 과거의 삶의 방식대로 살지 않는다고 윽박지르고 혀를 찹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모릅니다. 그런 말들이 현실과 현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말임을 꼰대들은 모릅니다. 그래서 꼰대들의 말은 잔소리로 들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꼰대들은 말로 가르치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이효리와 이상순은 달랐습니다. 


이효리와 이상순은 지은이는 물론 민박집을 찾아온 수 많은 손님들의 고민을 들어줬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삼남매중 맞이가 두 동생을 키우는데 겪은 고충을 토로하자 이효리는 특유의 미소를 머금고 진실된 언어로 다독여 주었습니다. 예대를 다니는 손님이 울고 있자 "괜찮아 울면 어때?"라고 다독이면서 자존감을 가지라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꼰대들은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채근을 하지만 이효리는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용기를 심어주었습니다 "행복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으면 행복해지는데"라는 말은 잊혀지지가 않네요. 탁석산의 책 <행복 스트레스>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공리주의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서 나온 말로 역사가 오래 된 단어가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역사도 짧은 행복이라는 단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행복하지 않으면 실패한 삶, 루저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게 우리입니다. 물론 행복은 좋은 단어이고 삶의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행복하지 않고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매일 매일이 실패한 삶도 슬퍼할 삶도 아닙니다. 이효리는 그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효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제주도에 사는 현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 보다 나이가 어린 이효리지만 저보다 더 어른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효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유를 보여줬습니다.

꼰대는 말로 가르치려고 하지만 어른은 자신의 삶을 보여줍니다. 이효리와 이상순은 어른이었습니다. 이 부부는 우리들에게 가르치지 않고 편안하고 작은 것에서도 가치를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삶이 우리에게 큰 치유제로 다가왔습니다. 도시 생활에 지치고 돈에 지치고 삶에 지친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작은 쉼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단 2주 동안의 기간이었지만 25살 지은이와 30대 후반의 이효리와 40대 초반의 이상순은 공진화를 했습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영혼이 한 뼘 더 자랐습니다. 사람들은 많은 책을 읽으라고 합니다. 그러나 전 책도 좋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책 100권 읽는 것보다 좋습니다. 이효리와 이상순은 좋은 책 100권 이상이었습니다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선정하고 싶은 <효리네 민박>은 끝이 났지만 그 여운을 꽤 오래 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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