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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젠트리피케이션을 지나 슬럼화 진행중인 삼청동

by 썬도그 2017.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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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동쪽에 자리한 한옥밀집지역인 삼청동은 한 때는 핫플레이스였습니다. 산과 골짜기가 깨끗하고 물이 깨끗하고 사람의 인성과 품성 이 3가지가 깨끗하다고 해서 삼청(三淸)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이 삼청동은 최근까지 프랜차이즈가 없고 편의점이 없고 아파트가 없어서 삼청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편의점이 생기면서 그 맑은 이미지가 퇴색되었습니다.

 

임대료가 비싼 인사동을 떠난 예술가들이 삼청동에 꽃을 피우다

제가 삼청동을 처음 간 게 2007년입니다. 서울의 골몰길을 소개한 책을 읽고 삼청동 골목길 탐험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탄성을 지를 정도로 아름다운 동네였습니다. 골목길과 계단을 따라서 흘러가다 북촌한옥마을도 알게 된 후 지금까지 수시로 들리는 곳이 삼청동입니다.

2007년 당시 삼청동은 아기자기한 공방과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많았습니다. 비싼 인사동의 임대료를 피해서 이웃하고 있는 삼청동에 예쁜 가게와 공방을 만들고 작업을 하거나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참 예쁜 카페도 많았고 개성 넘치는 상점들도 많았습니다. 2007년만 해도 삼청동은 핫플레이스가 아니라서 유동인구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9년 경부터 서서히 이 삼청동이 방송에서 소개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핫플레이스가 되면 임대료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후 개성 있는 상점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렇게 삼청동은 온갖 프랜차이즈 상점이 들어오고 허름한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쌓아 올리면서 보통의 서울 거리와 동일한 풍경을 만들어 냈습니다.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한옥과 계단 그리고 골목 이 3가지 진귀한 풍경은 서울의 색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삼청동이 적극적으로 소개되면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삼청동은 서울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였습니다. 주말에 가면 구름 인파로 인해 골목마다 관광객과 여행객으로 넘처났습니다. 인기 데이트 코스로 알려지면서 20,30대 청춘들의 사진 찍기가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여기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늘기 시작하더니 엔저현상으로 사라지자 그 자리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밀고 들어왔습니다. 삼청동과 북촌한옥마을은 그렇게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가 되었고 제 아지트를 빼앗기고 삼청동의 한적한 풍광이 사라지자 전 서서히 삼청동 가는 발걸음을 줄였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지나 슬럼화 되어가는 삼청동 

어제 시내에서 일정이 있어서 일정을 소화하고 근처 삼청동을 잠시 들려봤습니다. 평일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없는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흔하게 들리던 중국어가 사라진 것은 사드 배치 여파라고 하지만 내국인도 많이 없었습니다. 

한 상가는 고별전을 한다면서 80% 세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권이 붕괴된 것 같습니다. 이런 조짐은 2년 전부터 조금씩 보였습니다.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가 삼청동 은행나무 길 옆에 생겼는데 놀랍게도 2년 정도 운영을 하다가 철수 했습니다. 그때부터 이 삼청동 상권이 죽어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그리고 예상하시겠지만 비싼 임대료를 프랜차이즈도 감당하지 못해서 떠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삼청동만의 다채로운 상가가 주는 재미가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런 풍경이 사라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상점들이 가득 들어찼습니다. 여기에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까지 확 줄어드니 상권 붕괴는 더 가속화 되었습니다. 

어제 들린 삼청동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빈 점포가 많이 보였습니다. 이는 삼청동과 붙어 있는 팔판동 골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임대한다는 종이가 붙어 있는 빈 상가들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영업을 하는 상점들도 안을 들여다 보니 손님이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평일이라는 점이 있고 그걸 감안해도 5년 전의 삼청동에 비교하면 유동인구가 반 이상 줄었습니다. 평일에도 데이트하러 온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연남동과 같은 또 다른 핫플레이스로 다 이동했는지 삼청동은 아주 조용했습니다. 마치 제가 처음 이 삼청동을 찾은 2007년 같았습니다.

현상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단어일 정도로 사회 문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싼 지역에 예술가들이나 공방들이 들어서서 문화와 다양성의 꽃을 피우면 핫플레이스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갑니다.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건물주들은 물들어올 때 노 저을 생각으로 임대료를 대폭 올립니다. 이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는 예술가와 공방들과 작고 예쁜 카페들은 임대료가 싼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장사를 접어 버립니다. 이렇게 떠난 예술가들과 공방들이 현재 부암동 쪽으로 이동한 게 2010년 경 무렵이었습니다. 지금은 부암동도 서서히 뜨기 시작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시작될까 걱정이 되네요. 

이렇게 삼청동의 다채로움을 담당하던 가난한 예술가와 공방이 떠난 자리에는 서울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삼청동은 특색을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삼청동만의 색을 잃고 사람들도 즐겨찾는 장소에서 삭제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같이 유동인구가 확 줄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상점들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낙후 지역, 사람들이 덜 찾는 지역이라서 예술가들이 찾던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되자 높은 임대료로 기존 예술가나 거주민들을 내쫓는 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낙산 공원 아래 이화마을도 홍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리단 길도 이태원 상권이 뜨자 높은 임대료를 피해서 경리단 길로 피신한 상가들이 경리단 길이 뜨자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철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삼청동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상권이 죽어가고 있네요. 


삼청동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예전 조용하고 한적하면서도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한옥과 풍광과 다채롭고 재미있는 상점들이 많았던 곳인데 요즘은 특색 없는 상점들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서촌이라는 삼청동의 2007년 경 풍경을 담고 있는 대체 장소가 뜨면서 자연스럽게 삼청동으로 향하던 발길은 서촌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서촌도 한 3년 후에는 지금의 삼청동처럼 인기가 떨어질 것 같기는 하네요. 이렇게 상점들이 폐점을 한 곳에는 몇 달 반짝 운영하다 사라지는 상점인 깔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해서 떠난 예술가와 작고 아기자기한 상가들을 다시 돌아 오게 하려면 임대료를 낮추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물주들은 건물을 놀리면 놀렸지 임대료를 낮추지 않습니다. 대신 1~2년 계약하고 1,2달 임대료를 받지 않는 편법을 쓸 지언정 한 번 오른 임대료를 내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임대료를 낮추면 다시 임대료를 올리기 어려운 점도 있고 임대료를 낮추면 오히려 상권 붕괴를 더 지속할 수 있다는 소리도 있네요. 그러나 이렇게 속절 없이 상권이 무너지게 되면 홍대 상권에 주도권을 넘긴 신촌 상권과 비슷해 질 것입니다. 신촌 상권이 붕괴되자 건물주들이 연합해서 임대료를 낮추는 등의 동시에 단체적으로 임대료 인하를 하면 몰라도 단독으로 임대료를 낮추지는 못할 것 같네요. 


그럼에도 임대료를 낮추고 다양하고 예쁜 상가들이 다시 돌아오면 삼청동은 다시 뜰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꺼진 상권이 다시 살아나기에는 긴 시간이 걸리고 그렇게 되살아난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삼청동에 공공예술 작품 전시회를 했던 2010년 경이 그립네요. 그때는 동네 자체가 예술품 같았고 공공예술이 예술의 향취를 더 가미했는데 지금은 한옥이 있는 흔한 서울의 거리가 되었습니다. 삼청동 근처에 현대미술관도 있는데 그 예술의 기운과 풍경과 다른 방향으로 발전(?) 하더니 공멸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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