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인 <심야식당>은 한중일 모두 드라마로 만든 인기 만화입니다. 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가 <심야식당>입니다. 드라마 일본식당을 보지 못했지만 주인공인 마스터 역을 연기하는 '코바야시 카오루'와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배우가 영화에도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다기리 조'가 소심한 경찰로 출연한다는 점과 드라마는 영화는 3개의 에피소드만 소개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심야식당 1편을 보고 이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 2편도 국내에서 개봉을 했네요. 예상대로 크게 흥행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 속 <심야식당>처럼 단골들이 주로 찾는 영화 드라마 심야식당 팬이나 저 같이 잔잔한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할 영화입니다. 

영화는 드라마처럼  1편 처럼 노래가 흐르고 삭막하고 화려한 도쿄 시내 야경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모두가 퇴근하는 시간을 훨씬 넘긴 오전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여는 심야식당은 오늘도 영업을 시작합니다. 이 설정이 참 재미있죠. 심야식당이라고 해도 가장 손님이 많은 오후 9시에서 새벽 3시까지 하면 장사가 더 잘 될텐데 이상하게도 이 식당은 놀랍게도 밤 12시에 엽니다. 더 놀라운 것은 밤 12시에 열어도 손님이 꽤 많고 단골이 많습니다.

다 사연이 있고 새벽일을 하는 손님들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야간 근무를 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직장인이나 평범한 사람들도 찾는 식당입니다. 이 설정이 살짝 거북스럽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걸 가볍게 넘기면 이 영화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웃음 두 스푼을 넣은 불고기 정식과 메밀 국수

<심야식당2>에서도 에피소드는 3개가 나옵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음식 1개가 곁들여집니다. 첫 번째 요리는 불고기 정식입니다. 출판사에서 편집을 맡고 있는 '노리코'는 상복을 입고 다닙니다. 출근할 때는 평상시처럼 입지만 퇴근 할 때는 상복을 입고 다닙니다. 노리코가 상복을 입는 이유가 좀 어이 없습니다. 남자들이 상복을 입은 여자에게 연민의 정을 넘어 사랑을 느낀다면서 상을 당하지도 않았는데 검은 옷을 주로 입고 다닙니다. 

노리코는 최근에 자신이 키운 신인 작가가 까탈스럽다면서 자신을 거부하자 큰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입니다. 그날도 그렇게 즐겨 먹는 불고기 정식을 먹으면서 한 숨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며칠 후 노리코는 한 남자와 함께 심야식당에 들어옵니다. 상가집에서 만났다면서 매너가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남자가 상가집 전문 털이범에 말빨로 여자를 꼬시는 정체가 들통이 나자 노리코는 낙담을 합니다. 

노리코는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상복을 벗고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솔직히 1편 불고기 정식 에피소드는 재미가 없습니다. 여자가 상복을 입었다고 연민의 정을 느껴서 여자를 좋아하는 일본 남자들의 특성이 이해가 가지 않네요. 일본 남자들은 수동적인 여자가 바른 여자의 모습으로 느끼나 봅니다. 일본 남자들이 또는 사회가 고분고분하고 남자의 말 또는 사회가 여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잘 따르는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잘 알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본 문화입니다. 따라서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1편은 재미 없음을 넘어서 좀 불편하네요. 노리코는 그걸 역이용하는 것 자체도 바람직하지도 재미도 없습니다. 


1편 불고기 정식의 웃음 실패로 맥이 빠질 때 2편이 시작됩니다. 2편은 영화 <종이 달>에서 연상의 여자와 사귀던 연하남으로 나오던 '이케마츠 소스케'가 또 연하남으로 등장합니다. 세이코는 아들 세이타(이케마츠 소스케 분)가 메밀 국수 가게를 가업으로 이어갔으면 하지만 세이타는 탁구만 칠 뿐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 한 사이에 엄마를 돕지만 일 하기 싫은 표정이 역력합니다. 세이타는 메밀 국수 보다는 볶음 우동을 더 좋아합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메밀 국수 만드는 것이 탐탁치 않습니다. 

어느 날 세이타는 15살 연상의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엄마에게 말하지만 엄마는 한 칼에 거절을 합니다. 그런데 이 엄마 아주 재미있습니다. 심야식당에 와서는 마스터 앞에서 연하를 사귀고 있다는 사오리에게는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면서 사오리라면 정말 결혼해서 잘 살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들에게 하는 말 다르고 사오리 같은 남에게 하는 말이 다른 일구이언의 말을 합니다. 

이런 엄마 세이코의 모습은 거북스럽지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엄마 아빠들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남의 자식에게는 입 바른 소리 촥촥촥 하면서 정작 자기 자식에게는 다른 잣대를 내밉니다. 내 새끼와 남의 새끼를 다르게 대하는 모습이 미소를 짓게 합니다. 그러나 이 두 번째 에피소드도 일본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먼저 아무리 일본이 가업을 중시하는 나라라고 해도 아들이 싫으면 싫은 거지 그걸 꼭 잇게 만드는 강압적인 문화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아들이 싫어해도 가업을 잇는 것이 착하고 바른 것이고 말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감동을 주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2편도 웃음은 진하지만 한국 문화와 달라서 크게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1편이나 2편이나 두 주인공이 모두 수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모습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나마 한국과 일본은 엄마나 아빠가 결혼을 반대하면 자식들이 그걸 거부하지 못하는 모습은 비슷하네요. 자식이 자신의 아바타라고 여기는 동북아시아 문화는 언제 바뀔까요?


보이스 피싱과 아들 그리고 할머니

1,2편 모두 그냥 그래서 심야식당을 그만 찾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3번 째 에피소드가 출발했습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보이스 피싱을 당한 유키코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는 아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기차를 타고 도쿄에 도착한 후 2천만 원을 아들의 회사 동료에게 줍니다. 그렇게 돈을 주고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택기 기사는 동네 경찰관(오다기리 조 분)에게 할머니를 인계합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아무래도 보이스 피싱에 당한 것 같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아들과 연락이 될 때 까지 심야식당에 온 미치루(타베 미카코 분)의 집에 기거하게 됩니다. 미치루는 고향에 있는 할머니 생각이 나서 유키코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 할머니 좀 이상합니다. 치매에 걸린 건지 아들 연락처도 어디에 사는 지도 모릅니다. 이에 경찰은 유키코 할머니 친척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렇게 유키코 할머니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3편의 이야기도 솔직히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유키코 할머니 때문에 큰 상처를 받은 가족들을 생각하면 유키코 할머니가 아들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 보다는 유키코 할머니의 젊은 날의 행동 때문에 고통 속에 살았을 아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심야식당은 법원도 인민재판소도 아닙니다. 가해자이건 피해자이건 상처를 받은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음식을 내놓는 곳입니다. 마스터는 유키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원하는 음식은 할 수 있으면 다 만들어 주겠다고 하지만 할머니는 벽에 붙어 있는 메뉴인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을 달라고 합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처음으로 칭찬해주었던 음식인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을 만들면서 마스터도 옛 생각이 납니다. 


심야식당은 음식 영화가 아닙니다. 드마라에서는 1편이 끝날 때 마다 음식 제조법을 소개하지만 영화에서는 그걸 과감하게 도려냈습니다. 음식이 주인공이 아닌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서 음식이 차지하는 역할을 줄이고 사람과 심야식당이라는 공간에 더 집중을 합니다. 

솔직히 좀 심심한 드라마를 가진 영화입니다. 촬영 장소도 심야식당이 대부분이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1편 보다 2편에서 마스터는 진행을 맡은 M.C처럼 많이 나오지도 않고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지도 않습니다. 에피소드 3편 중 2편은 밍밍한 된장국 같고 1편은 진한 국물맛이 좋지만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1편에 비해서 2편은 좀 더 싱거워진 맛이라고 할까요? 그러나 심야식당은 그런 맛 평가에 개의치 않은 영화 같습니다. 어떻게 평가를 하든 3편은 나올 것이고 단골 손님은 잠시 맛이 없어졌다고 해도 단골집을 끊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3편이 나오면 또 찾아볼 생각입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음식으로 다독이는 심야식당. 

심야식당이 인기 있는 이유는 음식이 아닌 그 작은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그것도 모두 마음 따뜻하고 생각 깊은 단골들 때문이죠. 1편에 나온 배우들을 다시 만나는 재미도 있네요. 잔잔한 드라마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별점 : ★★☆

40자 평 : 예전 맛 보다 더 싱거워졌지만 그럼에도 계속 찾게 되는 심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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