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영화는 데뷰작부터 최근작까지 한결 같습니다. 등장 인물은 다르고 촬영 장소는 다르지만 그 내용은 비슷합니다. 먹물들의 비열함과 속물 근성을 조롱하고 우리가 흔하게 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비꼽니다. 특히,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자는 꼭 등장합니다. 어떻게 보면 매번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소재 같지만 같은 이야기와 소재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달라집니다.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가 솔솔한 것이 홍상수 감독 영화의 재미입니다. 특히 식자층이라는 것들의 너저분함에 대한 비꼼은 만랩을 찍었습니다. 그 조롱 시리즈를 보러 그의 영화를 찾아 보러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조롱이 자신에게 향하게 된다면 관객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영화는 영화로만 봐야 한다고 합니다. 네! 그건 평론가 분들이나 그렇게 보시고 저 같은 일반 관객은 스크린 안이 아닌 밖까지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나 결과물만 보고 말하자고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결과물만 보고 삽니까? 과정도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하고 오히려 수익을 위한 삶이 아니라면  결과는 나빠도 과정이 바르면 그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우리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사랑은 불륜입니다. 아무리 남의 가정사다 남녀 사이의 일이다라고 포장을 해도 불륜이라는 팩트는 바뀌지 않습니다. 불륜이 왜 나쁜지는 잘 아실겁니다. 내가 행복하자고 주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과연 행복이고 사랑입니까? 감정이야 젊은 여자를 좋아할 수 있죠! 그런데 인간 어른은 감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길거리 똥개가 하는 것이 불륜입니다. 

불륜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 개봉한 영화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입니다. 


뮤즈 김민희를 위한 2시간 짜리 변명 같은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어떤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실에 노예가 되어서 편견을 가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영화로만 보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불륜에 대한 변명과 김민희의 변명을 1시간 30분 짜리 영화에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은 불륜 공고문을 영화로 만드는구나 할 정도로 자기 변명 및 자신의 이야기를 그냥 영화로 만듭니다. 물론 영화가 변명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사는 불륜을 저지른 여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감독 자신의 울화를 담고 있고 후회한다는 말도 담겼지만 그럼에도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큰 고통을 준 가해자입니다. 

해외에서는 그냥 불륜 스캔들이 있었구나 하고 넘어간다지만 한국은 유럽인들과 달라서 불륜 커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그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한 영화가 바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입니다. 


영화는 1,2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30대 여배우인 영희(김민희 분)은 유부남 감독과 불륜 스캔들이 터진 후 유럽에서 기거를 합니다. 아는 언니인 지영(서영화 분)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유부남 감독이 오길 기다립니다. 올지 안 올지는 모릅니다. 

2부는 한국에 도착해서 동해안 작은 도시에서 영화를 보는 영희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영화제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대학 선배인 천우(권해효 분)를 만나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권해효의 첫 장면과 비슷한 장면입니다. 자신을 몰라보냐고 타박어린 시선을 보내다가 후배 영희를 끌고 영희의 또 다른 선배인 명수가 운영하는 카페로 갑니다. 


명수 선배는 예전보다 팍 늙어 버렸습니다. 서로 안부를 주고 받다가 커피를 내리는 여자 분이 누구냐는 영희의 질문에 친구라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커피를 내리던 여자 바리스타가 친구 사이냐고 불같이 화를 냅니다. 아마도 명수 선배는 저 여자에게 꽉 붙잡혀 사는 듯합니다. 


그렇게 홍상수 감독이 만든 마법의 병(소주)을 놓고 술자리가 펼쳐집니다. 이 술자리에서 드디어 영희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폭발을 합니다. 
아마도 세간의 불륜에 대한 시선에 대한 고통을 머리에서 개어내는 듯 정도가 심한 말까지 해가면서 사랑의 자격론을 펼칩니다. 


이런 술자리는 후반에 또 있습니다. 드디어 불륜의 당사자인 감독과 영희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토로합니다. 이 술자리는 감독 본인과 김민희가 느낀 그동안의 고통과 후회 또는 변명을 잔뜩 뿌려 놓습니다. 맨날 자기 이야기만 하는 감독의 영화 스타일에 대한 타박도 곁들어집니다. 역시 홍상수라고 할 정도로 자아 비판과 함께 불륜도 사랑이고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식으로 펼쳐냅니다. 


앞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영화만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연출 스타일과 이야기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존의 영화들이 먹물들의 속물 근성을 비판했다면 이제는 홍상수 감독 본인도 그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앞으로 나올 영화들은 조금이라도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보다 더 변한 것은 저 같은 관객이겠죠. 홍상수 감독 영화가 이전에는 영화로만 즐길 수 있었다면 이제는 스크린 안과 밖 모두를 보게 되는 시선의 확장으로 인해 홍상수 감독 영화를 덜 보게 될 관객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저 또한 앞으로 홍상수 감독 영화를 덜 보게 될 듯하네요. 


2시간 짜리 자기 사랑에 대한 변명입니다. 아무리 변명을 하고 포장을 해도 불륜이라는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호텔 방 창문을 계속 닦아봐야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감독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또 영화를 만들 수 밖에 없고 모든 이야기를 자기 영화로 만드는 홍상수 감독은 꾸준하게 영화를 만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영화들을 별로 보고 싶어지지 않네요

영화적 재미도 완성도도 색안경을 끼고 봐도 벗고 봐도 전작들 보다는 별 재미도 느낌도 없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자기 사랑에 대한 지독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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