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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악녀 액션을 위해 스토리를 짜맞춘 듯한 아쉬운 영화

by 썬도그 2017.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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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영화는 칸 영화제를 이용한 마케팅이 횡행합니다.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함은 물론 수상을 하지 않고 출품만 해도 칸 영화제 버프를 받고 국내 개봉 전에 칸 영화제 출품을 적극 활용합니다. 영화 <악녀>가 그렇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4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고 하지만 칸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기립박수를 쉽게 받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습니다. 예고편을 보면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화려한 액션이 가득하더군요. 그러나 영화에 대한 평이 좋지 않았습니다. 액션은 좋은데 스토리가 엉망이라는 소리에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무료 다운로드 기회로 관람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1인칭 시점으로 수 많은 악당을 쌍칼로 난도질을 합니다. 폭력 수위가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나 봅니다. 긴 복도 액션 장면은 영화 <올드보이>의 장도리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하고 롱테이크로 잘 담았습니다. 마치 <올드보이> 장도리 장면이 횡스크롤 2D 게임 장면이라면 영화 <악녀>는 FPS 3D액션 장면으로 느껴질 정도로 화려합니다. 

이런 액션 장면은 이미 '하드코어 헨리'에서 보여줬던 장면입니다. 배우가 머리에 액션 캠을 달고 종횡무진하는 모습은 색다른 앵글을 선보입니다. 그러나 하드 코어 헨리 만큼의 화려함이나 창의성은 없지만 한국 영화에서 이런 액션 장면이 나왔다는 자체는 무척 고무적입니다. 특히 1인칭 액션에서 3인친 액션으로 전환하는 장면은 아주 매끈하고 창의적입니다. 

그렇게 길고 화려한 그러나 뭐가 뭔지 종잡을 수 없는 액션이 끝나고 숙희(김옥빈 분)은 국정원에 넘겨집니다. 혼자 수 많은 악당을 죽인 높은 파괴력으로 특채로 스카우트됩니다. 숙희는 그렇게 국정원 킬러로 운영됩니다. 


숙희는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기 위해 성형을 하고 평범한 삶으로 위장하기 위한 훈련을 받습니다.  국정원 참모인 권숙(김서형 분)은 이런 숙희를 비밀병기로 키웁니다. 숙희는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을 킬러로 키운 중상(신하균 분)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을 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평범한 아파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숙희. 국정원 권숙은 숙희에게 미션을 하달합니다. 

미션이 하달되면 숙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시받은 인물을 살해해야 합니다. 아주 고단한 삶이지만 딸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권숙의 명령을 그대로 따릅니다. 그러나 권숙의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에 환멸을 느낍니다. 이런 숙희를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유일한 사람은 국정원 직원인 현수(성준 분)입니다. 성준은 숙희를 감시하는 요원이지만 숙희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숙희는 딸의 보호와 함께 아버지를 죽인 살인마를 죽이는 게 유일한 삶의 목표입니다. 


액션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캐릭터들이 가득한 영화 <악녀>

혹평이 집중적으로 때린 부분은 스토리입니다. 먼저 숙희라는 캐릭터에 큰 호감이 가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살해 장면을 목격한 조선족 소녀가 킬러로 길러지는 과정부터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이 어린 시절을 회상 장면으로 담고 있지만 잔혹하기만 할 뿐 숙희에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국정원에서 킬러로 키워진 후 세상에 나오자마자 갑자기 로맨스가 시작됩니다. 

현수는 숙희를 감사하기 위한 요원이지만 숙희를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숙희에게 푹 빠집니다. 숙희에게 빠지는 이유가 영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단지 예쁘다는 이유만 살짝 내비추는데 그런 얇은 이유로 숙희의 흑기사가 되는 것이 영화 끝까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캐릭터는 숙희도 사랑을 하는 여자다! 사랑을 소중하게 여기는 여자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배치된 소모품 같아 보입니다. 

신하균이 연기한 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일하게 캐릭터 구축에 성공한 캐릭터는 숙희가 아닌 김서형이 연기한 권숙입니다. 전 <악녀>를 보면서 권숙이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권숙 말고 다른 모든 캐릭터들이 액션을 위한 소모품 같이 느껴졌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스토리 진행 속에서 숙희 보다는 권숙에 더 끌리게 되네요. 


화려한 액션은 꽤 볼만하다

좋은 노래는 멜로디도 좋아야 하지만 가사도 중요합니다. 영화 <악녀>는 가사는 형편이 없습니다. 뜬금 없음의 연속이지만 멜로디인 액션은 꽤 볼만합니다. 영화 초반 7분과 후반 10분 정도의 액션은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화려함을 잔뜩 담았습니다. 다만 기시감이 꽤 듭니다.

영화 아저씨, 올드보이, 하드코어 헨리 같은 영화에서 본 장면을 섞어 오는 듯한 기시감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액션 장면의 화려함은 아주 좋네요. 1인칭 액션캠과 버스 안과 밖을 넘나들고 건물 안과 밖을 넘나드는 장면 등등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액션입니다. 이는 감독 정병길이 액션 전문 감독이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액션의 밀도는 아주 높지 않습니다.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오토바이 추격자와 숙희가 오토바이를 타고 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인위적입니다. 너희들 이런 신기한 액션 못봤지?라고 자랑을 하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총으로 해결해도 될 장면도 일부러 칼을 휘두릅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총을 쏘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외형만 보면 무척 인상 깊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스토리를 입힌 듯한 이물감이 많이 느껴지네요. 액션은 화려하지만 액션의 멋부림이 살짝 인상을 쓰게 합니다. 게다가 액션이 너무 잔혹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피가 너무 튑니다. 주인공 얼굴에 피칠갑을 해야 성이 풀리는지 수시로 피를 뒤집어 쓴 숙희가 많이 보입니다.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고어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피가 너무 튀네요.


약점이 참 많은 영화 <악녀>입니다. 게다가 왜 숙희가 악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이용만 당하는 어리숙희 같은데 마지막 장면에서 미친듯한 모습이 악녀라고 하기엔 좀 황당함도 있습니다. 

액션과 스토리가 따로 노는 영화 <악녀>입니다.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다 보니 아무리 화려한 액션이 나와도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가 높지 않습니다. 액션만 본다면 볼만한 액션이지만 액션은 전반과 후반에만 화려할 뿐 나머지 액션은 잔혹함만 가득합니다. 액션은 장인이 만든 느낌이지만 영화 전체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스토리만 좀 더 다듬고 액션도 화려함을 줄이고 관객들이 어떤 액션이 일어나는 지에 알 수 있게 한 발 물러서서 액션을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액션은 자극적이고 화려하지만 너무 빨리 변신해서 변신의 재미를 제거한 트랜스포머 액션과도 비슷합니다. 

아쉬움이 많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런 액션 스킬을 제대로 된 스토리로 다시 만난다면 한국 영화에 길이 남을 액션 영화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조선족은 왜 영화에서 조폭이나 킬러, 악당으로만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조선족 분들이 자기 목소리 못 내고 항의 안 하니까 너무 쉽게 조선족을 마구 소비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어리숙희가 펼치는 감동도 감정도 없는 액션 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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