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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군함도가 욕먹고 택시운전사가 칭찬받는 이유

by 썬도그 2017.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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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극장가에서 2편의 한국 영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 편은 7월 26일 개봉한 <군함도>이고 또 한 편은 8월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입니다. <군함도>는 8월 7일 현재 6백만 관객을 돌파했고 <택시운전사>는 436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본 관객들은 <군함도>를 보고 비난을 많이 하고 있고 <택시운전사>는 호평 일색입니다.

왜 이리 다른 평가가 나올까요?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군함도>

영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는 한국의 역사를 다룬 영화입니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작은 섬으로  한국의 노동자들이 강제로 또는 속아서 끌려가서 지하 1천 미터에서 석탄을 캐는 강제 노동  또는 지옥과 같은 노동 현장에서 제대로 대우도 월급도 받지 못하고 혹독한 고통을 느낌을 넘어서 많은 사망자가 나온 잔혹한 노동의 섬입니다. 

영화 <군함도>는 이런 우리의 아픈 역사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일제의 의해 조선인들의 고통을 받는 모습을 초반에는 잘 담고 있습니다. 일을 해도 각종 공제로 월급이 아닌 빚이 생기는 모습이나 소년들이 강제 노동 현장에 투입되는 모습 등 우리가 예상하고 바랬던 일제의 만행을 담고 있습니다.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그 만행을 보고만 있지 않고 집단 봉기해서 군함도라는 지옥의 섬을 대규모로 탈출하는 영화라고 예상했지만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이 영화는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긴 하지만 그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질적인 주인공인 이강옥이 딸을 위해서 탈출을 주도하는 듯한 모습으로 담깁니다. 


군함도가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악단을 이끄는 속물인 이강옥이 크게 매력 없습니다. 독립군이 나서서 일제의 만행과 폭압에 항거하는 모습도 너무 고리타분하지만 그렇다고 조선의 독립도 조선인에 대한 애정도 많지 않고 오로지 딸 생각만 하는 딸바보 이미지만 보입니다. 

게다가 이 캐릭터는 군함도에서 담배를 몰래 구해서 피고 먹을 것을 꼬불쳐서 먹는 행동을 보여주면서 군함도가 먹고 살만한 곳이라는 인식까지 심어 줍니다. 우리가 예상한 모습은 팬티 하나 입고 고무줄로 서로를 묶고 지옥과 같은 지하 탄광에서 주먹밥 1개로 하루 종일 일을 하는 혹독한 노동의 고통을 담을 줄 알았는데 그런 모습은 초반 몇 분 나오다 맙니다. 오히려 이강옥을 통해서 먹고 살만한 군함도!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두 번째는 일본 제국 보다는 친일파에 대한 비판이 더 크게 부각된 내용에 많은 관람객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본 제국을 비판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부각되는 인물들은 친일파, 즉 일본 제국의 앞잡이입니다. 조선인 노동자를 혹독하게 매질을 하는 송종구 같은 인물을 주연급 조연으로 배치해서 일제 시대에 친일파도 많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배치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일제를 비판하는 영화를 단순히 일제만 비판하고 끝난다면 또 다른 뻔한 반공영화와 비슷할 것입니다. 이 뻔함을 피하고자 류승완 감독은 일제도 비판하지만 친일파를 더 크게 비판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영화 <암살>에서 크게 다루고 있죠. 그러나 우리가 <군함도>에서 바란 것은 일제의 폭력과 잔혹함과 무자비함이지 친일파를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대중이 원하는 모습만 담는다면 그건 그냥 하나의 대중 취향의 기획 영화로 끝이 날 것입니다. 그렇다고 <군함도>라는 실제 존재했던 공간, 실제 역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 때는 그 실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허구를 가미해야 합니다. <군함도>의 문제는 실제의 역사는 30% 나머지 70%는 허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 역사의 아픔을 제대로 전달하기도 전에 광복군이 침투해서 대규모 탈출을 하는 모습은 그 탈출의 이유도 쾌감도 다 사라지게 만듭니다. 류승완 감독은 인터뷰에서 군함도 사진을 보고 하나의 감옥 같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군함도>를 통해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감옥 같은 섬에서 핍박 받는 조선인들을 대규모로 탈출시키는데 주안점을 둡니다. 

명확하게 말하면 <군함도>는 실제 역사를 담기 보다는 군함도라는 기이한 공간만 차용한 대규모 탈출 영화입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군함도>를 통해서 일제의 만행을 목도하고 그 만행에 저항하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그릴 줄 알았는데 그런 기대와 달리 영화 <군함도>는 친일파를 비판하는 섬 탈출 영화로 담겼습니다.

그래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전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영화 <군함도>는 그 공간과 소재만 차용했을 뿐 역사를 재현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역사를 소재로 했기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물입니다. 감독은 가상 역사물을 만들었고 우리 관객은 실화가 많이 바탕으로 된 역사물을 기대했습니다. 바로 감독과 관객이 군함도를 바라보는 간극이 너무 커지면서 관객들은 '역사 왜곡'이라는 과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후반의 대규모 탈출을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탈출의 당위성을 전반부에서 끌어 올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제의 폭압과 잔혹함을 배치해야 탈출의 당위가 커지게 됩니다. 그런데 전반부에 중반부까지 우리 안에 친일파가 있다는 식의 스릴러 영화의 흔한 뒤집기만 보여주고 있으니 영화에 대한 초점이 헝크러졌습니다. 연출을 정말 못한 영화입니다. 류승완 감독은 액션 영화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좋았던 <택시운전사>

<군함도>의 역사 왜곡 논란과 달리 과거 역사를 다루었지만 연일 칭찬을 받는 영화가 <택시운전사>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공감합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수 많은 영화 중에서 가장 으뜸은 <택시운전사>입니다.

<택시운전사>는 모든 한국의 언론이 광주에서 일어나는 군인들의 살육의 현장을 외면했지만 서울 택시를 타고 광주로 잠입해서 군인들의 만행을 필름 카메라에 담아서 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시선 때문입니다. 5.18을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피해자의 시선과 너무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들이 많습니다. 또한 그 톤이 어둡고 무겁습니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세상 물정을 제대로 모르는 평범한 택시기사가 광주에서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조준 사격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서서히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들의 시선과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시위하는 사람들을 멀리서 보면서 배부르고 할 짓 없으니까 시위한다고 정부가 하는 일은 항상 옳다고 믿던 시민이 정부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어둡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겉핥기로만 담지도 않은 뛰어난 작품입니다. 그 당시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송강호라는 뛰어난 엔진을 달고 질주를 합니다. <택시운전사>는 독일 기자 힌스페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광주를 진입할 때 샛길로 진입을 하고 김사복 운전사와 함께 광주를 카메라에 담았다는 내용과 필름을 숨기기 위해서 서양 과자통에 숨겼다는 내용 등등 많은 부분이 사실을 바탕으로 재현된 장면들이 많습니다. 

물론 모든 장면이 사실이지는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영화 후반의 자동차 액션 장면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장면이고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넣은 장면입니다. 

하지만 허구라고 생각한 장면도 실제 있었던 장면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고 가슴이 쫄깃해졌던 검문소 장면은 실제로 있었던 장면입니다. 다만 영화적으로 재해석을 해서 좀 더 과장되게 그렸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일입니다. 이렇게 실화가 아닌 것 같은 장면도 실화라고 알게 되면서 그 감동은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서는 아홉 개의 사실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영화 <군함도>는 6개의 거짓말을 위해서 4개의 사실을 배치했습니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2~3개의 거짓말을 위해서 7~8개의 사실을 배치했습니다.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역사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허구가 잘 피어납니다. 그러나 <군함도>는 퓨전 사극처럼 시대와 장소만 차용하고 진부함을 피하기 위해서 관객이 원하지 않는 주제와 시선을 담아버립니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직설적인 시선보다는 구경꾼이 서서히 역사를 참혹함을 목격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잘 그렸습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잘 모르는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좋은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역사를 담는 영화 2편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군함도>는 욕을 먹고 있고 <택시운전사>는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바로 관객수로 나오고 있습니다. <군함도>는 악평과 안 좋은 입소문으로 서서히 관객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1천만 관객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았지만 지금 1천만 달성이 점점 어려워 보이네요. 겨우 손익분기점인 700만 전후로 멈출 듯 합니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호평과 좋은 입소문으로 널리 멀리 퍼지고 있습니다. 쉽게 1천만 관객을 동원할 영화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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