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친구가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남는 건 사진이 아닌 친구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친구 중요합니다. 소중한 친구는 평생을 함께 가면서 말동무가 되고 상담자가 되고 기댈 언덕이 되고 활력이 되고 서로를 챙겨주고 비판해주면서 옳은 방향으로 향하게 합니다. 그런데 정말 친구라는 존재가 중요할까요? 친구에 대한 발칙한 말을 한 소설가가 있습니다. 바로 김영하입니다. 


김영하 소설가는 산문집 <말하다>에서 친구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 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 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참 흥미로운 글입니다. 그렇다고 김영하의 글은  친구가 전혀 무가치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20대 때 친구 좋다고 취향도 기질도 성격도 다른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술자리에서 친구들의 비위 맞추고 성격이 다름에도 억지로 같이 있으려고 한 그 시간이 부질없었다는 내용입니다. 


전 소설가 김영하의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제 20대를 돌아보면 친구 많은 것이 무슨 대단한 재산이 되는 양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술자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술자리가 재미 있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이 술자리 저 술자리 참 많이 기웃거렸죠. 그런데 이 술자리에 가면 나와 기질과 성격 그리고 취향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나와 취향과 기질이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어울려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참 지루합니다. 

특히 그 술자리나 모임의 대다수가 나와 취향과 성격과 기질이 다르면 이리저리 참 많이 끌려 다니게 됩니다. 저에게는 대표적인 곳이 당구장입니다. 전 당구가 정말 재미없었습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당구는 재미없어서 시간만 허비합니다. 특히 고등학교 10명의 친구들의 모임은 저 빼고 9명이 당구를 좋아하다 보니 당구 치자고 하면 그냥 따라가야 했습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끌려갔죠. 

난 당구가 싫어! 니들 끼리가라고 할 수 없는 걸 잘 아실겁니다. 한국에서는 튀는 것도 안 좋아하고 개인 의견을 크게 존중하지도 않습니다. 다수결에 따라서 소수의 의견은 쉽게 무시되죠. 그래서 음식도 통일해서 먹잖아요. 요즘은 그나마 많이 달라졌지만 20년 전에는 소수의견은 쉽게 묵살 되었습니다. 

당구에 대한 호불호만 다른 것은 아닙니다. 전 영화, 예술, 책 읽기, 사진을 좋아하지만 친구들은 이런 문화 쪽에 관심 있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좋은 전시회가 있으면 혼자 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 그런 모임에 왜 나가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취향과 성향이 다르다고 거부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닙니다. 게다가 모든 취향과 성향이 다른 것은 아니기에 일부의 공통 분모 때문에 계속 모임에 나갔습니다. 


이런 만남은 또 있었습니다. 대학교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모임이 참 많고 아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친구가 또는 아는 선배가 나오라고 하면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많이 불려 나갔죠. 지금 생각해보면 소설가 김영하의 말처럼 그 시간에 책 읽고 영화 보는 게 더 가치가 있었겠다 생각이 드네요. 

돌이켜보면 20대는 매일 매일 약속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도 만나고 저 사람도 만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 만남이 내 인생에 큰 도움을 준 만남은 많지 않습니다. 그냥 의무적으로 만난 것도 있고 마지 못해 만난 것도 있고 심심함을 지우기 위해서 만난 것도 있습니다. 아마 지금의 20대들도 매일 매일 만남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만남 중에 중요한 만남은 몇이나 될까요?


요즘 20대들은 혼자 밥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공부하는 나홀로족이 많다고 하죠. 이런 나홀로가 너무 심한 것도 건강해 보이지 못하지만 원하지 않는 모임에 너무 많이 나가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20대에 그렇게 많이 만났던 사람들을 지금도 만날까요? 아닙니다. 대부분은 만남을 계속 이어가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어 회사 생활이나 자영업을 하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런데 성향과 취향이 달라서 불편한 사람을 만나서 스트레스를 받으려고 할까요? 나이들수록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거나 성향이 달라도 편한 사람을 만납니다. 이는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한 사람만 남기고 불편한 사람은 알아서 걸러냅니다. 게다가 결혼하고 가정 생활을 하다 보면 친구와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서 나이들면 핵심 친구만 남고 친구가 자연스럽게 줄게 됩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는 자신의 시간을 만들지 못하고 친구와의 만남의 시간을 더 중요시한 것에 대한 후회의 말입니다. 따라서 친구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고 친구에 투자할 시간에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특히 10대, 20대라는 나이는 중장년의 시간보다 2배 이상의 가치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자신이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아는 시간을 지금 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합니다.

20대가 다 지나가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걸 모르니 자기 주관도 강하지 못한 경우를 꽤 봤습니다. 친구에게 투자하는 시간보다 자기 내면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많으면 자기 주관이 확고하게 생깁니다.  자기 주관이 확고하면 감언이설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갈 수 있습니다. 

친구와의 시간을 줄이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더 많은 청춘을 보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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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appy-q.tistory.com BlogIcon 해피로즈 2017.08.20 14: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젊음을 한참 지나온 사람이지만 저같은 성향에도 잘 다가오는 말이에요.^^
    요즘은 여성들도 술을 잘 마시는지라 주변의 친구(?)들이 술자리도 많더군요.
    술을 안 좋아하는(술마시면 심한 두통으로) 저로서는 몇번 할 수 없이 함께 하다가 그런 자리를 끊어버렸습니다.
    그 자리에 술도 안마시며 진짜 별 시덥잖은 말들 들어줘가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함 속에 앉아 있는 일이 고역이었어요.
    정말 그 시간에 나 혼자 시간을 보내도 충분한데 말이지요.
    좋아하는 음악 듣기, 영화 보기, 동물 얘기 찾아 보기, 책 읽기(책읽기 이건 매우 좋아했던 일이면서도 요즘 너무 못하고 있지만..) 그리고 차라리 떨어져 있는 내 아이들과 통화하기^^ 등등~
    맞아요, 친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고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말에 저도 공감합니다.

    • Favicon of http://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7.08.20 2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쓰잘덱 없는 곳에 시간 낭비 할 필요 없습니다. 말씀대로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투자하세요 ^^ 그게 현명하더라고요

  2. 위무제 2017.08.21 17: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구는... 나이가 먹으면 그냥 아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죠 ㅎㅎㅎ 그래도 아무 이해관계 없이 악수하고 웃을 수 있는 그 관계는 기적적인 관계죠. ㅎ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에게 맞는 친구만 알아서 남는거 같아요. 몇년만에 봐도 이해관계없이 악수하고 웃고 이게 친구 아닐까요? ㅎ